돌아보니 홍콩, 센트럴

Hong Kong Bolo and Egg Tart

by 보엠


귀국한 이후에도 일 년에 한두 번은 홍콩을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홍콩에 거주했을 때는 10여 년간 도심의 외곽에 살았으므로, 여행으로라도 오게 되면 침사추이 번화가나 홍콩섬에 묵고 싶었다. 그래서 센트럴에 숙소를 잡았다.


웰링턴 스트릿에 있는 우리 호텔은 재건축 들어간 건물들에 둘러싸여 있어서, 한 낮엔 건축 자재를 실은 트럭이 바삐 들락거려서 분주했고 밤에는 불 꺼진 주변을 걸어 다니기 다소 을씨년스러웠다. 하지만 가까이에 란콰이펑 식당가가 있고 과일 노점상들이 즐비해서 먹거리를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중 내가 가장 먹고 싶었던 건 다름아닌 버터가 사르르 녹아내리는 소위 “홍콩번”이라 불리는 파인애플 브레드였다. 린홍 티하우스로 가던 길에 우연히 발견한 호탁기(好得記, Ho Tak Kee)라는 식당의 쇼케이스에 진열된 파인애플 번들을 보자마자, 나는 마음속으로 린홍에서 딤섬을 먹고 난 뒤 밀크티와 함께 저 빵을 먹겠노라고 결심했다.


딤섬집은 아침 6시 오픈이라 우리가 도착한 7시경엔 이미 성업 중이었으나, 식사를 마친 7시 40분경 호탁기는 아직 오픈 준비 중이었다. 직원분에게 물어보니 8시 오픈이란다.

주변을 잠시 거닐다 다시 돌아와서 빵을 주문했을 때, 사장님이 “한국 분이신가요? 여행 오셨나요?”라고 반갑게 물어봐주셨다. 그랜드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며 이 집 파인애플 번은 호주에서 오신 셰프님이 페스츄리 도우로 구워 버터 풍미가 더 좋고 전통식 홍콩번과는 차별화되었다고 친히 소개해주셨다. 그 말에 에그타르트도 추가하길 잘했다 싶었다.


따끈하게 데워진 파인애플 브레드부터 먼저 반으로 잘랐다. 결대로 찢어지는 빵을 조금씩 떼어서 입 안에 넣었다. 빵 맛은 아주 담백하고 순수했다. 버터를 따로 곁들이지 않아도 이대로 좋았다. 커스터드가 듬뿍 올라간 에그타르트는 홍콩 스타일과 마카오 스타일이 반반 섞인 듯했다. 타르트는 에스프레소나 블랙 티와도 잘 어울릴 거 같았다.


여행자로서 돌아온 홍콩이지만, 나는 결코 여행자가 될 수 없음을 알았다. 간단히 먹은 로컬 음식만으로도 왠지 위로받는 느낌이었고, 마치 이곳을 떠났던 시점의 시간의 끝과 현재 시간의 끝이 다시 이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홍콩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어서 되려 신기했고, 세월과 함께 빠르게 변해버린 내 모습만이 그 위에 살포시 겹쳐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오히려 안도했다. 이렇게 홍콩을 그리워할 이유가 또 하나 생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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