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i Ching Heen (Yan Toh Heen) 麗晶軒
미슐랭 2스타 식당을 예약했다는 말을 듣고도 그냥 잠자코 있었다. 홍콩에 왔으니 멋진 식당에 가서 맛있는 거 좀 먹자고 하는데, 내 고집만 부릴 수는 없었다. 고급스러운 자리에 가면 음식을 먹는 건지 어쩐 건지 모를 정도로 그곳 분위기와 기세에 눌려 안절부절못하는 나 자신을 나도 사실 어쩔 수가 없다. 좋은데 자주 가고 좋은 거 먹다 보면 괜찮아질 거라고. 남편은 고맙게도 늘 그렇게 말해주었다.
오후 1시, 예약 시간에 맞춰 이스트 침사추이에 있는 리젠트 호텔 로비에 도착했다. 안내를 받고 한 층 아래 있는 식당 “라이칭힌(麗晶軒)”으로 갔다. 조도가 어둡게 맞춰진 긴 복도를 지나니 완차이의 컨벤션센터를 사이에 둔 바닷가 뷰가 넓게 펼쳐지며 식당 내부가 온전히 드러났다.
캔토니즈 스타일의 중식당이니 시우마이나 하가우 같은 딤섬 위주로 주문하면 되겠다 생각한 우리에게 재스민이란 이름의 서버분은 백과사전처럼 생긴 메뉴 책을 총 네 권 가져다주었다. 메뉴는 그림도 한 장도 없이 모두 글자로만 채워져 있었다. 결국 우린 재스민의 도움을 받아 육해공으로 두루 주문했고, 한입 사이즈의 음식들이 조르륵 줄지어 나오기 시작했다.
깔끔하고 조용한 화이트 피오니 백차를 주문했더니 투명한 유리로 된 다기 세트를 내어왔다. 워머 위에 올라가는 다기의 손잡이 부분과 차의 색상이 똑같다는 것을 발견한 뒤, 옆 테이블을 둘러보니 차의 종류에 따라 디자인과 소재가 다른 다기를 쓰고 있었다. 의도된 테이블링이었고 아름다웠다.
마지막으로 주문한 갓 구운 에그타르트까지 먹고 나서야 거의 두 시간 동안의 식사가 끝났다. 뭔가를 부탁하기 전에 (어디선가 보고 있었던 건지) 서버분들이 우리의 필요를 먼저 알아채고 바로바로 도와주셔서 정말 편안하게 식사를 했다. 어디서도 받아본 적 없는 최고의 서비스였다.
한 번의 방문만으로 다음의 홍콩 방문 일정까지 기약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식당이었다. 아마도 그런 부분마저 미슐랭 가이드의 높은 평가를 이끌어내지 않았을까 생각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