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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엠 Sep 26. 2016

포켓몬고 가디를 찾아서

홍콩 공원에서의 야간 산책

홍콩공원(Hong Kong Park)으로의 나들이는 예정된 일이었다. 진화하면 멋진 어른 호랑이(윈디, Arcanine)가 되는 아기 호랑이 가디(Growlithe)가 이곳에 자주 출몰한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포켓몬고(Pokémon GO)에서 아기 호랑이 가디는 흔하지 않은 포켓몬(Pokémon)이다. 이렇게 희귀몬의 서식지(Nest)가 한 두 곳씩 알려져서, 이제는 필요할 때마다 시간을 내어 찾아가곤 한다.


토요일 밤 노스포인트(North Point , 北角) 트램 승강장의 한산한 모습


트램 맨 앞자리에 앉아서 도시의 밤을 들여다보면 다른 세상이 보이는 것 같다. 코즈웨이베이 소고(SOGO) 앞을 지날때.


구룡반도 쪽에서 홍콩섬의 깜종(金鐘, Admiralty)으로 이동하기에는 지하철을 타는 게 빠르긴 하다. 그러나 트램을 타고 가면서 미리 포켓몬고 아이템을 넉넉히 채워두는 쪽을 택했다. 그래서 먼저 노스포인트(North Point , 北角)로 이동해 그곳에서 트램을 탔다.


코알라들이 나무에 매달려있는 형상과 닮았다고 해서 유명해진 리포센터(Lippo Centre, 力寶中心) 정류장 앞에서 내렸다. 이 빌딩 바로 맞은편이 홍콩공원이다.



경사진 공원 입구를 막 들어서는데 포켓몬고 사이팅(Sightings)에 벌써 가디가 보였다. 은근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거기서 불과 몇 발짝만 떼었는데 가디가 나타났다. CP(Combat Power)수치가 적은 아기 호랑이라서 얼른 공을 던져 쉽게 잡았다. 좁은 산책로를 따라 위쪽으로 올라갔다. 사이팅에는 계속 가디가 있다고 예고되었다.   



공원 안은 몇몇 연인들만 보일 뿐 다소 한산했다. 토요일인데도 공원을 밤 11시까지 개방한다고 하니 아직 3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다. 어둠이 주는 적막함 속에 오직 벌레소리와 새소리가 간간히 들리는 것이, 여기가 과연 도심 한가운데인가 싶었다. 곳곳이 물을 테마로 만든 인공 폭포나 연못, 시냇물 등으로 꾸며져 있었다. 주변을 비추는 조명이 물에 반사된 몽환적인 모습에 잠시 마음을 빼앗겼다.



홍콩 다기문물관(Hong Kong Museum of Tea Ware)의 둘레로 지난 중추절부터 꾸며놨을 법한 예쁜 조명작품들(Lantern Arts)이 눈에 들었다. 중국 신화에 나오는 달의 여신 항아(嫦娥)를 아름답게 형상화한 작품도 있었고, 옥토끼들이 뛰어노는 장면들을 재미나게 꾸며놓기도 했다.   


이 공원 안에는 홍콩 비주얼 아트 센터와 결혼등기소도 위치해 있다. 홍콩에서의 결혼은 기념촬영과 함께 결혼등기소에서 등록하는 간단한 절차로 진행된다. 피로연은 나중에 큰 식당 홀을 빌려서 신랑 신부가 초대한 손님들과 다 함께 늦은 저녁 식사를 하면서 축하를 한다. 그나마 이러한 피로연도 주말을 피해 대부분 주중에 이뤄진다. 


루어모듈(Lure Module)을 사용하지 않고도 1시간 동안 4마리의 가디를 얻었다. 그러나 공원의 산책로가 생각보다 가파른 언덕길이어서 빠른 이동이 쉽지 않았다. 게다가 밤길이라 어둡고 계단이 많아 거리감이 잘 느껴지지 않은 것도 이곳에서 포켓몬고를 즐기기 어려운 점 중에 하나였다. 하지만 낮에 오면 훨씬 멋진 풍경을 보며 산책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원에서 바라본 빌딩들. 토요일 늦은 시간에도 불빛이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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