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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엠 Sep 27. 2016

홍콩에서 체감하는 한류

다양한 분야에서 만나는 한국

'별에서 온 그대'가 한국에서 한창 인기몰이를 하며 방영되었을 당시, 홍콩에서도 소위 '김수현 앓이'가 '치맥 문화'와 함께 사회 현상처럼 번졌다. 이 드라마가 끝나던 날 필자의 직장 동료들-홍콩 여직원들-이 자체적으로 드라마 쫑파티를 했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미리 주문해놓은 한국음식을 앞에 두고 별그대 마지막 회를 같이 보면서 그동안의 행복감과 아쉬움을 나눴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깊은 감동을 한 나머지 환호를 하며 박수까지 치는 직원도 있었다.


그 후 '상속자들'로 배우 이민호가 홍콩 여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고, 중화권에서 사랑받는 송혜교의 명성에 힘입어 '태양의 후예'도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한국에서 인기 있는 드라마(!)는 여지없이 홍콩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침사추이 홀리데이 인 호텔 옥외에 대형광고로 걸린 배우 이민호의 사진


김우빈과 수지가 주연을 했던 '함부로 애틋하게'는 이미 중화권에 동시 방영되었고, 아이유가 나오는 드라마 '달의 연인 보보경심:려'는 황금시간대에 홍콩 TV 시청자들을 찾아가고 있다.


요즈음도 지하철 안에서 한국 드라마에 심취해있는 사람들-특히 여성들-을 찾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며칠전에도 필자의 옆좌석에 앉은 분이 이종석과 한효주의 최신작인 'W'를 열심히 보고있었다.



현재 한국에서만 방영 중인 '질투의 화신'을 인터넷으로 따로 챙겨보다가 조정석 배우에게 반해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싶다며 홍콩인 친구가 최근에 필자에게 도움을 구해왔다.


그 친구와 코즈웨이베이(Causeway Bay)에 있는 대형 서점에 교재를 고르러 함께 가봤더니, 생각보다 많은 한국어 교재가 출시되어 있었다. 그러나 연세어학당에서 한국어 능력시험 대비용으로 만든 교재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홍콩의 출판사들이 급조해서 만들었는지 다소 조잡했다. 초보용 교재라고 해도 완전 초보가 시작하기엔 너무 어려웠고, 예문의 적절성에 문제가 있었다.


이럴 때 한류와 발맞춰 진짜 재밌고 완성도 있는 한국어 교재가 하나쯤 나와서 중화권에 널리 보급되면 좋을텐데 참 아쉽다.


홍콩 시내의 한 서점에서 찾아본 한국어 교재들


글로벌 제품의 아시아 퍼시픽 모델로 활약하는 한류 톱스타들의 광고도 홍콩 번화가의 상점이나 지하철 역에서 자주 발견된다. 아디다스 오리지널의 전지현, 스케쳐스의 씨스타, 슈웹스의 차승원 등등 다양한 제품군을 넘나 든다. 지나가다 눈길을 사로잡는 광고는 대부분 한국인 모델의 광고일정도로 우리나라 스타들은 절제된 세련미의 훌륭한 비주얼을 보여준다.


아디다스 오리지널의 모델인 전지현
스케쳐스 모델로 활약중인 씨스타


홍콩에 들어온 한국산 중저가 브랜드의 화장품은 사사(Sasa)나 컬러믹스(Colourmix)와 같은 홍콩의 코즈메틱 편집샵에서 이미 효자상품이다. 정용화, 이민호, 김우빈 등 화장품 가게 앞에 서 있는 한류 남자 스타들의 멋진 입간판은 홍콩의 여성팬들을 소비자로 이끌기에 충분하다. 설화수나 라네즈는 하버시티에 고급스러운 자체 매장을 낼 정도로 이곳에서 셀링 파워가 있는데, 중국 본토에서 온 관광객들이 여기에 들러서 여행가방을 가득 채울만큼 구매를 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한편 홍콩의 슈퍼마켓에는 한국에서 직수입한 각종 김치류, 라면, 구운 김, 고추장, 된장, 과자류 등이 구비되어 있다. 아무래도 가격은 국내보다 살짝 비싸지만, 한국인 이민자들, 주재원들과 유학생들에게는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에 신제품이 출시되면 얼마되지 않아 홍콩에서도 곧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 타향살이 중에도 위로가 된다.



오는 10월에는 홍콩 시민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다양한 행사들이 열릴 예정이다. 주홍콩 한국총영사관의 후원으로 한국 문화제가 10월 5일부터 11월 27일까지 개최된다. 필자는 2년 전에 같은 행사에서 주관하는 한국영화제에 가서 영화를 관람한 적이 있다. 늦은 밤시간이었는데도 많은 현지인 관람객들이 와서 우리 영화를 감상하던 모습이 무척 인상깊었다.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한식 체험 행사도 홍콩 거주민과 현지인에 한해 9월 30일까지 신청하면 참가가 가능하다. 홍콩에 있는 '서라벌'을 비롯해 많은 한인요식업체가 참가하여 한국의 맛을 선보인다고 한다.


올 한국 영화제에서 홍콩관람객들이 만나게 될 한국 영화 출품작들


우리의 대중문화가 널리 사랑받는 시대에 홍콩에서 살면서 그 현장을 직접 체험하는 기분은 참 묘하고 뿌듯하다. 이렇게 한창 전성기를 누리고 있을 시기에, 아직 해외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우리 연극, 뮤지컬 퍼포먼스, 문학 등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경쟁력있는 행사들이 지속적으로 마련되어 생명력있게 전달되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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