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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엠 Sep 29. 2016

그대가 홍콩 입맛이 아니라면

홍콩에서 외국 음식 즐기기

산해진미(山海珍味)가 넘치는 홍콩에 산다고 해서 매일 중국음식만 먹는 건 아니다. 그래서 홍콩 여행 중에 매 끼니를 중국식으로 해결하겠다는 계획은 꽤 험난한 도전으로 여겨진다. 물론 홍콩 음식이 아주 입맛에 잘 맞는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


홍콩에서 중국음식 이외에 다른 나라 음식을 시도해보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홍콩은 세계 각지에서 파견된 많은 주재원들과 그 가족들이 살고 있기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다양한 국적의 레스토랑들이 가장 현지 음식에 가까운 메뉴들을 내놓고 있다. 또 각 나라에서 유명한 식당들의 분점이 홍콩에 입점해 있는 경우도 많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홍콩에서 맛볼 수 있는 아시아계 음식들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일본 음식이 생각난다면 센료(千両, Sen-ryo), 긴자 바이린(銀座梅林, Ginza Bairin), 슈게츠 라멘(麵鮮醬油房周月, Shugetsu Ramen), 그리고 니치규 샤브샤브 전문점(日牛涮涮鍋專門店, Nichigyu)


홍콩을 방문하신 분들 중에 중국음식이 특유의 향 때문에 입에 맞지 않는다며, 대신 일식을 먹을 만한 곳이 없는지 물어보시는 경우가 있다. 그나마 일본 음식은 우리에게도 친숙하고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일본 식당 하나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보편화되어있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음식에 비하면 가격대는 높게 형성되어 있다. 홍콩의 경우에는, 각 쇼핑몰마다 입점해 있는 음식점과 메뉴의 가짓수로 볼 때 일본계가 가장 많다.  


일본 초밥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회전초밥 레스토랑인 센료(千両, Sen-ryo)에 모시고 간다. 이곳은 계절에 따라 신선한 재료로 만든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기로 유명하다. 특히 점심 스페셜은 가격대(78 홍콩달러~150 홍콩달러)도 합리적이고 이 집의 대표적인 초밥으로 구성된 스시 플래터(Sushi Platter)도 훌륭하다.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코즈웨이베이 하이산 플래이스나 침사추이 하버시티 등에도 센료의 지점이 있다.



아이들과 함께 오신 분들에게는 일식 돈카츠 전문점인 긴자 바이린(銀座梅林, Ginza Bairin)을 추천한다. 이 곳의 카츠동과 흑돼지 히레카츠는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로, 홍콩에서 먹어본 돈카츠 중 가장 일본스러웠다. 일본 도쿄에 본점이 있는 식당으로 현재 서울에도 두 곳 입점이 되어있다.



센트럴 지역의 노호를 거닐다가 일본식 라멘이 생각난다면 슈게츠 라멘(麵鮮醬油房 周月, Shugetsu Ramen)이 적격이다. 홍콩의 라멘 팬들이 최고로 알아주는 식당이다. 이 매장에서 직접 제면까지 하기 때문에 면발이 일품이다. 라멘의 양을 100g나 200g, 300g으로 늘려도 추가 요금이 없다. 또한 국물의 농도까지도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 이곳의 간판 메뉴는 흑돼지(Kurobuta Pork) 바베큐가 고명으로 얹힌 슈케츠 라멘과 츠게멘이다.



고기가 먹고 싶을 때는 주로 니치규 샤브샤브 전문점(日牛涮涮鍋專門店, Nichigyu)을 찾는다. 일인당 148 홍콩달러(한화 약 2만 원)로 90분 안에 일본 품종의 소고기가 무한 제공된다. 각종 야채도 뷔페식으로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 특히 한 사람당 하나씩 개인용으로 사용하도록 핫팟(Hot Pot)이 제공된다. 기본적인 육수 여섯 가지 종류 중에 하나를 고를 수 있는데, 이 중에 스파이시 미소(Spicy Miso Soup)는 우리나라의 얼큰한 된장 국물 정도의 맛을 낸다. 매운맛이 그리운 한국인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다. 커피나 소다와 같은 음료는 물론 프로즌 요거트(Frozen Yogurt)도 포함되어 있다. 워낙 가성비가 좋아서 손님들이 가게 영업이 시작되는 정오보다 훨씬 일찍 와서 줄을 선다.



베트남 쌀국수가 먹고 싶다면 나트랑(Nha Trang)과 포 원(Pho 1)


육수가 진하게 우러난 뜨끈한 베트남식 쌀국수도 홍콩에서 맛있게 먹어볼 수 있다. 하버시티, 타임스퀘어나 타이쿠 등에 분점이 있는 베트남 레스토랑인 나트랑(Nha Trang)은 모던한 느낌이 나는 인테리어에 홍콩의 젊은 층들이 좋아할 만한 정갈한 베트남 음식들을 선보인다. 소고기 슬라이스가 올라간 쌀국수가 98 홍콩달러(봉사료 10% 포함)이다. 프레쉬 라임과 민트가 들어간 소다와 함께 먹으면 깔끔하다.



셩완(上環, Sheung Wan)에 있는 포 원(Pho 1)은 나트랑에 비해 식당의 분위기가 다소 홍콩스런 '차찬텡'의 느낌이 난다. 나트랑과 같은 소고기 쌀국수가 68 홍콩달러로 가격대가 좀 싼 편이라 백인들을 비롯해 다양한 손님들이 이곳을 찾는다. 다른 식당의 베트남 쌀국수와는 달리 무우와 고기로 육수를 내어서인지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난다. 신선한 코코넛 주스와 곁들여 먹으면 더욱 맛이 좋다.


포 원(Pho 1)의 쌀국수는 소박하면서도 깊은 맛이 매력적이다.

   

태국 음식이 떠오른다면 타이 바질(Thai Basil)과 망고 트리(Mango Tree)


순하고 부드러운 맛의 태국 음식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홍콩에서도 대중적으로 태국 음식의 인기는 높다. 또한 다양한 스펙트럼의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다는 점도 다른 국적의 식당들과 차별화 된다.


애드미럴티(Admiralty MTR역 F 출구)의 퍼시픽 플래이스(Pacific Place)에 입점해있는 타이 바질(Thai Basil)은 홍콩의 유명 요식업체인 맥스 콘셉트(m.a.x concept) 계열의 태국 레스토랑이다. 메인 메뉴가 100~200 홍콩달러 선에서 구성이 되어있다. 홍콩에 있는 다른 타이 음식점에 비해 가격이 높은 편이지만, 메뉴가 다양하고 재료들의 조합이 훌륭하다.       


정말 괜찮은 태국 식당을 꼽으라면 엘리먼츠 몰(Elements Mall)에 있는 망고 트리(Mango Tree)를 추천하고 싶다. 게살이 들어간 크리미 한 커리(Yellow Curry w/ Crab Meat)가 정말 맛있다. 이 식당은 특히 저녁식사 중에 홍콩의 멋진 야경을 함께 감상할 수 있기에, 미리 전화로 창가 쪽 자리를 예약을 하는 것이 팁이다.  


구룡역 엘리먼츠에 자리한 태국 음식점 '망고 트리'의 내부 모습. 사진 출처 1957 & Co.


인도 음식을 시도하고 싶다면 타지마할 클럽(Taj Mahal Club)         


홍콩에 와 본 경험이 있다면, 혹은 홍콩 영화의 팬이라면, '중경삼림'의 배경이 된 침사추이의 청킹맨션(Chungking Mansion, 重慶大廈)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건물 입구에는 한국 사람들만 보면 "짝퉁 시계 있어요!"라고 속삭이며 버젓이 가짜 시계를 파는 인도계 아저씨들이 있다. 실제 건물 안으로 들어가봐도 인도계 사람들이 많다. 이들이 운영하는 환전소나 숙소, 식당, 전자제품 매장, 양복 와이셔츠 맞춤집 등이 미로와 같은 건물 속에 들어있어서 길을 잃기 쉽다. 많이 정화가 되었다지만, 영화 '중경삼림'에서 본 모습이 여전히 남아있다.


iSquare에서 내려다 본 청킹맨션과 그 주변의 모습


인도 식당 타지마할 클럽(Taj Mahal Club)은 청킹맨션의 3층에 자리하고 있다. 이 건물 입구를 거의 막다시피 한 수많은 호객꾼들에게 '타지마할!'이라고 외치면 정말 모세의 기적같이 길이 열린다. 그 와중에 이 식당에서 나온 호객꾼이 나타나 3층까지 안전하게(?) 안내해준다. 이 사람에게 VIP 쿠폰도 하나 달라고 해서 챙겨두면 식사 후 계산할 때 10% 할인받을 수 있다.



식당을 처음 들어섰을 때 느껴지는 분위기는 딱 우리가 상상하는 인도의 모습이다. 벽면에 붙어있는 TV에서는 항상 인도 영화가 나오는데, 영화 내용이 무엇이든지 마지막 장면은 늘 인도 특유의 군무로 끝이 난다. 빵에 해당하는 갈릭 난(Garlic Naan)에 탄두리 마살라(Tandoori Masala) 바베큐와 발효 음료인 망고 라시(Mango Lassi)는 필자가 이 식당에 갈 때마다 꼭 주문하는 메뉴다. 전에 인도인 친구와도 함께 이 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음식에 대한 평을 부탁한 적이 있는데, 그도 홍콩을 방문할 때면 찾는 단골 식당이라면서 현지 음식과 비교해도 별 차이 없이 맛도 좋다고 칭찬을 했다.



이렇게 다양한 아시안 푸드를 그 나라의 맛 그대로 만날 수 있는 도시는 세계적으로 홍콩 이외에 싱가포르와 뉴욕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홍콩을 여행하면서는 절대로 절대로 배를 곯아선 안된다. 홍콩에서 새로운 것을 보는 것도 중요하고 신상품 쇼핑도 중요하지만, 먹거리를 즐기지 못했다면 홍콩을 제대로 경험해봤노라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각자의 주머니 사정에 맞는 맛있는 음식들이 넘치는 곳, 그곳이 바로 홍콩이다.


과거에 다녀온 어느 여행지를 기억해 볼 때 그곳에서 먹은 음식이 떠올라 입맛을 다시게 될 때가 있다. 당시 미각으로 자극되었던 뇌가 기억 저장소 어딘가에 그 날 본 것과 느낀 것, 그리고 맛본 것을 함께 넣어두는 모양이다. 홍콩을 다녀간 분들이 맛있는 기억으로 오래도록 홍콩을 떠올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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