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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엠 Sep 24. 2016

홍콩과기대의 대학설명회

홍콩 공교육의 백년대계(百年大計) 현장을 가다.

한국에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지인들이 요즘 들어 넌지시 물어온다. 아이들을 홍콩의 대학으로 유학 보내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아마도 세계 대학 평가 순위 상위권에 다수의 홍콩 대학들이 랭크가 되었다는 최근 뉴스를 관심 있게 읽은 모양이다.


한국의 대학들이 대학입시 설명회나 예비대학 캠프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것처럼, 홍콩의 각 대학들도 이맘때면 대학설명회를 준비하여 학교 캠퍼스 전체를 예비대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전격 개방한다. 마침 오늘 홍콩과기대학(HKUST, Hong Kong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에서 대학설명회(Information Day)가 열린다기에 찾아갔다.


홍콩과기대학은 홍콩 소재의 4년제 정규 대학(총 8개, 모두 국공립대학) 가운데 역사가 가장 짧다. 이 대학 설립 당시에 우리나라의 포항공과대학(POSTECH)과 한국 과학기술원(KAIST)을 벤치마킹(Benchmarking)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대학 캠퍼스는 이미 중고등학생들과 학부형들, 자원봉사를 나온 재학생들로 들썩이고 있었다. 밴드의 흥겨운 음악공연이 더욱 흥을 돋우었다. 일단 학교 안내에서 나눠주는 홍보물과 에코 가방을 하나씩 받아 들었다. 마치 대학 축제를 연상시키는 알록달록한 학교 행사 리플릿(Leaflet)이 가장 먼저 눈에 띄기에 일단 내용을 살펴보았다.


예비 대학생과 학부모들을 위한 행사 내용이 담긴 홍보 리플릿. 디자인에서 대학축제의 느낌이 났다.


여기에는 각 학과별로 주최하는 전시회, 캠퍼스 및 연구실 투어 프로그램, 교수들의 전공 관련 세미나 스케줄 등이 정말로 빼곡히 담겨있었다. 국제화된 대학답게 영문과 중문이 혼용 표기되어있던 것도 눈에 띄었다.


홍콩과기대학의 각 학과를 대표하는 교수들의 세미나 스케줄. 정말 재밌을 것 같은 주제의 강의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만큼 준비하려면 학교 차원에서 과연 얼마의 시간과 비용을 들였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큰 규모의 행사였다. 철저히 시장 경제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홍콩의 대학답게, 중고등학생들과 학부모의 마음을 움직여서 훌륭한 예비대학생들을 적극 유치하고 싶다는 대학의 굳은 의지로도 비쳤다.

 

홍콩과기대학의 공과대학 설명회를 찾은 학생들의 밝고 신나는 모습.
방문객들에게 자신의 전공 작품인 로봇을 소개하고 있는 한 재학생 자원봉사자.


교수들의 전공 세미나 중 하나를 골라 들어보려고 시간 맞춰 강의실을 찾았다. 이미 그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공개 강의실 하나를 가득 메운 가운데, 전공에 관한 기본 소개 및 학계와 업계의 추세 등에 대한 밀도 있는 설명이 약 45분간 진행되었다. 그 후 질의응답(Q&A)에서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진로 선택 및 앞으로의 전망에 대한 열띤 질문이 이어졌다.  


전공 안내에 대한 세미나를 듣기위해 강의실과 강의실 사이로 몰려다니는 학생들
홍콩과기대학 컴퓨터 공학과 교수의 공개 세미나, "Software is Eating the World! Are You Ready?"


진로를 결정하기에 앞서 대학에서 미리 전공 교수에게 이런 꿀정보를 받을 수 있는 홍콩의 중고등학생들이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의 고3 시절에 진학 상담을 위해 찾아간 교무실에서 담임 선생님과 둘이 제한된 입시 정보를 두고 대책 없이 대학 입학원서를 썼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에 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홍콩과기대학 전자공학과 4학년때 졸업작품으로 만든 원격 컨트롤러에 흥미가 더 생겨 DJI를 창업했다는 프랭크 왕(왼쪽)과 지도교수 Prof. Zexiang Li
홍콩과기대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 사진 출처 dongA.com


중국으로의 반환을 앞두고 홍콩의 제조업이 서서히 무너졌던 90년대 초반에, 홍콩의 대부분 대학이 기본적으로 운영하는 경영과 금융 관련 학과 이외에 미래 지향적 과학기술을 선도하는 대학교를 세워야 한다는 홍콩 정부의 백년대계(百年大計)는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로 '드론계의 애플'로 불리는 DJI(Da Jiang Innovation)의 창업자 프랭크 왕(Frank Wang)을 비롯해 홍콩과기대학 출신의 많은 인재들이 중국의 창업시장을 기반으로 세계시장을 넘보고 있다.   


공대 전시관에서 선보여진 DJI Phantom 2 Vision +


홍콩 정부와 각 대학들의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중국 본토 및 해외의 우수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장학금 제도 마련, 그리고 대학 자율에 맡긴 입학 사정권 등이 홍콩에 있는 대학들을 각자의 특성에 맞게 성장시킨 원동력이 되었다. 이러한 홍콩 소재 대학들의 약진이 베이징이나 상하이와 같은 중국의 대도시에 자리한 다른 대학들에도 자극이 되어 전체적인 중국 본토의 대학 순위도 세계적으로 급속도로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것이 바로 중국이 바라던 일국양제(一國兩制, One Country Two Systems)의 윈윈 전략(Win–win Strategy)이었을 터이다.  







[참고 자료]


홍콩과기대 컴퓨터 공학과 김성훈 교수의 캠퍼스 소개 동영상 세 편


학교/학과 분위기 소개: https://www.youtube.com/watch?v=dGCzwgN19H4&t=321s

스포츠 시설 위주로 소개: https://www.youtube.com/watch?v=IU5Pu66a8Og

학내에서 공부하기 좋은 장소 소개: https://www.youtube.com/watch?v=Aby75OGxHz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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