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티스트들의 홍콩 콘서트
홍콩에서는 우리가 소위 연예인이라고 부르는 가수나 배우, 개그맨을 통틀어 아티스트라고 칭한다.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을 차별하지 않고 하나의 예술장르로 인정한다는 애정과 존경이 담겨있다. 홍콩 팬들 중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한국인 아티스트를 만나기 위해 한국까지 찾아가서 콘서트나 팬미팅에 참여하기를 마다하지 않는 충성도와 적극성을 보이는 분들이 많다. 필자 지인 중에 에이핑크의 팬인 한 홍콩 여성이 2박 3일로 서울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 짧은 일정에도 혹시 에이핑크 멤버들을 볼 수 있을까 해서 에이핑크 소속사 앞을 찾아갔다는 일화를 들은 적이 있다.
아이돌 K-POP 가수들의 경우에는 홍콩의 각종 행사에 초청가수로 와서 미리 시장성을 타진하고 인지도를 쌓은 후 나중에 단독 콘서트를 여는 경우가 많이 있다.
홍콩에서는 한국 아이돌의 공연이 잦은 편인데, 라이브 뮤직 퍼포먼스를 많이 보여주기보다는 즉석 추첨에서 당첨된 팬을 무대로 불러 안아준다던지 함께 사진을 찍는 깜짝 이벤트를 한다. 지난해에 AOA의 홍콩 첫 팬미팅에 갔을때, 이들의 빼어난 비주얼과 멋진 군무를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 홍콩의 젊은 남성팬들이 일부 좌석을 이탈해 무대가 있는 앞으로 몰려서 안전요원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목격했었다.
특히 드라마 종영 후에 홍콩을 찾은 한류 남성 배우들도 팬미팅이라는 형식으로 팬들과 교류하는 행사를 갖는다. 과거에는 "시크릿 가든"의 현빈이 그랬고, 지금은 홍콩에서 인기가 많은 이민호가 매년 홍콩을 찾아오고 있다. 이들 팬미팅의 티켓가격은 다른 정규 공연들에 비해서도 상당히 높게 책정이 되어있어 그들의 인기나 위상을 가늠해볼 수 있다.
대한민국의 대중음악 시상식인 MAMA(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연속으로 홍콩의 아시아 월드 엑스포 아레나에서 개최되고 있다는 사실도 홍콩을 비롯해 다른 아시아 국가에 잠재된 K-POP 팬들의 관심까지 불러 모으는데 한몫을 하고 있어 주목할만하다.
한국의 수준높은 무대 구성으로 볼거리를 제공하고 한국 아티스트들의 홍콩 현지 팬들에 대한 감사를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무대가 바로 콘서트이다. 큰맘먹고 고가의 티켓을 몇 달 전에 예매하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공연장을 찾은 팬들이라면, 한국 아티스트들이 얼마나 성의있게 이 공연을 준비했는지를 금방 알아볼 것이다.
홍콩에서 열리는 한국 가수들의 콘서트에는 일반적으로 홍콩 현지의 사회자와 통역이 함께 출연한다. 현지 사회자는 사전 MC처럼 본 공연에 앞서 현장을 정돈하고 분위기를 몰아주는 역할도 겸한다. 중간중간에 팬들과 아티스트가 질문을 주고받으며 교류하는 시간에도 사회자의 역할이 크다. 퍼포먼스 중에 무대 뒤쪽 거대한 스크린에는 클로즈업된 아티스트의 모습과 함께 원곡을 광동어로 번역한 노랫말이 나온다. 그러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말을 그대로 따라 부르는 팬들이 대부분이다.
필자가 가수로서 좋아하는 아이유(I&U)도 2014년 쇼케이스를 시작으로 홍콩에서도 이제 매년 한 번씩 공연을 한다. 작년 10월 콘서트에서는 홍콩의 유명 싱어송라이터인 궈웨이량(Eric Kwok)의 노래인 희첩가(囍帖街, 헤이팁까이)를 광동어로 불러 팬들은 물론 홍콩의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다. 현장에서 아이유가 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직접 봤는데, 광동어가 결코 쉽지않은 외국어인데도 불구하고 가사 전달력이며 한 음 한 음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모습까지 정말 완벽해서 깜짝 놀랐다. 올해는 12월 16일에 콘서트가 예정되어 있는데, 공연 장소가 홍콩컨벤션센터(HKECE)여서 단독 콘서트로는 아주 성대한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유 콘서트 티켓은 현재 예매가 가능하다.
보통 온라인으로 공연 티켓을 구입하게 되면 HK Ticketing이라는 웹사이트를 이용하는데, 이 사이트에서는 홍콩에서 열리는 서양의 뮤지컬과 차이니즈 오페라뿐만 아니라 댄스나 공연, 전시 그리고 스포츠를 아우르는 대부분의 티켓을 판매한다. 이 곳의 하이라이트(Highlights) 메뉴에 엑소(EXO)의 홍콩 콘서트 일정이 소개되었다. 2017년 2월 11일과 12일 양일간 열리는 엑소의 콘서트 티켓도 이른 판매를 시작했다.
"자, 방금 동남아 순회공연을 마치고 온 아무개를 소개합니다"라는 멘트를 아주 오랜동안 들어왔던 것으로 봐서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의 한류는 우리가 알기 훨씬 이전부터 시작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때보다 훨씬 더 나은 환경과 대우를 받으며 활동을 하는 한국 아티스트들이 해외팬들에게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는 길은 인스턴트 제품처럼 한때의 유행을 따르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색채를 잘 보여줄 수 있는 독창적인 작품들을 공들여 준비하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