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하버 크로싱과 제주 협재에서 비양도 크로싱
수영장에서 하는 수영을 헬스장에서 트레드밀(treadmill)을 달리는 것에 비한다면, 바다 수영은 산이나 들을 뛰어다니는 트레일 러닝(Trail Running)과 닮은 점이 많다. 같은 장소를 간다고 해도 그날의 날씨에 따라 분위기가 바뀌고, 주위 환경에 따라 매 순간 느껴지는 햇살과 바람도 다르다.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어 그 기분을 오래 간직할 수 있다는 점도 참 특별하다.
어제 홍콩에서는 하버 크로싱 (New World Harbour Race 2016) 수영대회가 열렸다. 구룡반도(레이유문)에서 홍콩섬(쿼리베이)에 이르는 약 1.5km 정도의 바닷길을 12세의 청소년부터 68세의 노인을 비롯해 국내외의 3천 명이 참가한 바다수영대회였다.
1906년을 시작으로 약 70년간 이어져 왔던 이 대회는 홍콩의 바다 오염 문제로 오랜 기간 잠정 중단되었던 아픔이 있었다. 그 후 지속적인 수질 개선의 노력 끝에 2011년을 기점으로 현재까지 매해 개최가 되고 있다. 이제는 사람들이 수영할 수 있을 만큼 정화된 홍콩의 바다를 앞으로도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가겠다는 홍콩인들의 의지를 담은 역사적인 행사라고 할 수 있다.
이 대회는 사전에 주최 측에서 마련한 수영 테스트를 통과하거나 지난 2년간 이 대회를 참가해서 얻은 기록을 제출하여 통과된 참가자들만 출전할 수 있다. 크게 경쟁 그룹(Racing Groups)과 비경쟁 그룹(Leisure Groups)으로 나뉘어 치러진다.
올해 비경쟁 그룹의 경우는 작년에 비해 500명이 늘어 무려 2400명이 참가를 했다. 오픈 워터에서의 환경은 조류나 날씨에 따라 그때그때마다 많이 다르기 때문에, 비경쟁 그룹 참가자들은 주최 측에서 미리 나눠준 안전장치인 오렌지색 토우 플로트(Tow Float)를 반드시 착용해야 입수가 가능하다. 참가비는 230 홍콩 달러이다.
지난 7월 30일에 우리 바다에서도 의미 있는 수영대회가 개최되었다. 제주에서도 아름답기로 유명한 협재해변에서 비양도 앞바다 1.7km를 바다수영으로 건너는 제1회 ABC(Altogether, Biyang Island, Crossing) 제주 페스티벌이었다. 우리의 제주 바다 생태계를 지키자는 취지로 대회 주최자부터 스태프들까지 모두 자원봉사자로 참여해서 진행한 행사였다. 수영 테스트를 통과한 국내 참가자 50명이 비경쟁적으로 대회를 치렀다.
홍콩 앞바다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볼거리가 풍성한 제주 청정 바다의 모습은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다웠다. 더 오랫동안 보고싶다는 생각과 이 모습 이대로 간직할 수 없을까 하는 간절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수영이 서툴러서 이 대회에 참가신청을 하지 못한 분들은 너무 아쉬워하며 내년 여름까지 열심히 수영을 배워두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했다. 다음에는 국제적인 행사로 치를 예정이라고 하니 참가 경쟁이 치열할 수도 있겠다.
ABC 제주 페스티벌은 올 해가 첫회였기에 비교적 작은 규모로 출발했지만, 홍콩의 하버 크로싱 대회처럼, 전통 있고 내실 있는 행사로 자리 잡아 우리의 바다를 깨끗하게 지켜나가려는 노력에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기를 기대한다.
커버 사진 출처 SCM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