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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엠 Nov 22. 2016

마음의 허기까지, 다이파이동

홍콩의 숨은 매력을 찾아서

코끝에서부터 차가운 기운이 감지되는 요즘은 복잡한 마음까지 점점 움츠러든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밤길을 지나다 보면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나는 포장마차의 따스한 온기속에서 가락국수 한 그릇을 가볍게 비우고 싶을 때가 있다. 홍콩의 보통 사람들도 퇴근 후에 간단하게 식사하고 한잔을 기울이기 위해 찾는 곳이 있다. 다이파이동(大牌檔, Dai Pai Dong). 홍콩의 소박한 노천 식당을 일컬어 다이파이동이라고 부른다. 관광객이라 하더라도 홍콩의 옛스런 서민 음식이 궁금하다면 구경삼아 찾아가 볼 만하다.



필자가 찾은 곳은 센트럴 미드레벨 근처에 있는 다이파이동. 길고 좁다란 골목길 끝에 자리 잡은 채 여러개의 테이블과 간이 의자를 곳곳에 펼쳐두었다. 메뉴도 제법 다양하다. 주방이라 하기엔 너무나도 협소한 공간에서 그 많은 요리가 만들어진다는 게 묘기에 가깝다. 대부분은 웍(중국식 팬)에 빠르게 볶아내는 요리라고 해도 말이다.



이날은 한국에서 오신 손님 몇 분과 홍콩분 한 분이 동행을 했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 입맛에 잘 맞는 요리들로 몇 가지를 주문했다. 오징어 볶음과 탕수육, 까이란(芥蘭) 볶음과 가지 볶음, 어탕, 그리고 볶음밥. 그중에 가지 볶음은 특히 내 입맛에 아주 잘 맞아서 이거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홍콩 현지인들의 아지트인 만큼 합석은 기본이고 도시 전체가 관광객으로 붐비는 주말에는 오히려 장사를 하지 않는다. 공무원 연금제도가 없는 홍콩에서 퇴직공무원들이 주로 라이센스를 받아서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비싼 자릿세나 위생상의 문제로 입지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고 홍콩 전체에 약 25개 정도가 남아 있다고 한다.



겉치레도 필요없고 그저 마음의 허기정도만 채우고 싶을때는 언제든지 다이파이동에 찾아가서 노곤한 불빛아래 허물없는 친구들과 마주앉아 옛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포만감이 주는 행복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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