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 술래하기
포켓몬고(Pokémon GO)를 하다 보면 좀처럼 잘 잡히지 않는 포켓몬(Pokémon)이 있다. 내 경우엔 아가 포켓몬들이 특히 그랬다. 귀여운 외모를 가진 파이리(Charmander), 꼬부기(Squirtle), 이상해씨(Bulbasaur) 그리고 피카추(Pikachu) [아래 그림 참조].
필자는 이 아이들을 까불이 4인방으로 부른다. 녀석들이 눈 앞에 나타나면 CP(Combat Power)에 상관없이 일단 라즈 베리(Razz Berry)를 먹여 달래 본다. 귀한 울트라 볼(Ultra Ball)도 던져본다. 오히려 그럴수록 어찌나 잽싸게 피하는지. 가진 공을 다 쓰게 만들고 내 빼 버릴 때는 약이 끝까지 오르고 만다. 일부러 잘 나타난다는 곳을 찾아가더라도 잠시 나타났다 곧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이렇게까지 공들이는 이유는 평소 꽃가루가 뿌려진 곳에도 잘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는 이 아이들을 필요한만큼 모아서 2차와 3차로 진화시켜야 더욱 강력한 포켓몬을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 얼마 만에 해보는 숨바꼭질인가. 그들이 사는 세상에 들어가면 우린 어쨌든 성실한 술래가 되어야 한다.
포켓몬고 전체를 통틀어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있는 캐릭터인 피카추(Pikachu). 홍콩에서도 이 아이가 나타났다 하면 그 장소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금방 화제가 된다. 그중의 한 곳이 바로 팝콘 몰 (Popcorn Mall, Tseung Kwan O MTR, Exit C)이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신문의 한 기사에서도 홍콩에서 포켓몬고를 하기 좋은 6곳 중의 하나로 여기를 꼽았다. 7개 이상의 포케스탑(Pokéstop)이 MTR역과 쇼핑몰을 중심으로 모여 있고 다양한 종류의 포켓몬을 만날 수 있다. 일부 식당은 포케스탑 바로 옆에 있어 밥을 먹으면서 게임이 가능하다. 필자도 8월 초에 이곳에 자주 가서 피카추와 더불어 코일(Magnemite)와 찌리리공(Voltorb) 등을 헌팅하여 트래이너의 레벨을 많이 올릴 수 있었다.
지난 5월 말에는 닌텐도(Nintendo Hong Kong Ltd.)가 홍콩에서 피카추의 한자 이름을 변경하여 홍콩 팬들의 공분을 산 사건이 있었다. 홍콩 팬들은 지난 20년 동안 比卡超 [Bei Kar Chiu, 광동어 발음]라고 부르며 이 캐릭터에 깊은 애정을 담아왔다. 그런데 포켓몬고의 출시를 앞두고 중국과 대만 그리고 홍콩을 한데 묶어 皮卡丘 [Pei Kar Yau, 광동어 발음]로 중화권 마케팅을 한 게 화근이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홍콩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단순 해프닝이었을까 아님 중국 본토 시장을 의식한 행보였을까.
참고로 피카추(Pikachu)의 정확한 우리말 표기는 피카추이다.
커버 이미지 출처 Proadviser.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