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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엠 Aug 25. 2016

포켓몬고를 통해 본 공존과 공유의 미학

꽃비의 유혹으로 물든 도시

어느 나라를 가던지 도시란 늘 복잡하고 갖가지 상점들과 사람들로 가득하다. 홍콩의 거리도 점심시간과 퇴근시간에는 특히 더 많은 인파로 덮인다. 이때 한쪽 모퉁이에 서서 주머니 속에 있던 휴대폰을 꺼내어 포켓몬고(Pokémon GO)를 잠시 켜본다.

퇴근시간 무렵 침사추이 MTR Station 주변의 모습

아래 두 장의 그림에서 보는 것 같이 유혹(Lure)의 물결이 온 도시의 낮과 밤을 잠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루어 모듈(Lure Module)이란 숨어있는 포켓몬(Pokémon)들을 많이 꾀어내기 위한 장치로 각 포케스탑(Pokestop)마다 켜둘 수 있는데, 이게 마치 꽃비가 흩날리는 것 같은 비주얼이다. 그래서인지 나 역시 보고만 있어도 저절로 황홀해진다. 루어는 한 개에 8홍콩달러(한화 약 1200원)로 단 30분간만 그 효과가 유지된다. 포케스탑의 갯수를 얼핏 계산해봐도 봐도 어마어마한 금액이 나온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이 많은 꽃비를 뿌리는 것일까. 물론 어떤 한 사람이 잠시 휴식하기 위해 쓴 것일 수도 있고, 혹은 쇼핑몰에서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해 마케팅 차원에서 했을 수도 있겠다. 중요한 것은 그 혜택을 즉, 포켓몬을 잡는 기쁨을 근처에 모인 유저들이 다 같이 누리게 된다는 것이다.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이 도시에서 무언가를 남들과 함께 공유한다는 발상 자체가 꽤 이례적이고 독창적이다. 그것을 의도했건 그렇지 않건 상관없기에 더욱 그러하다.


루어 모듈이 켜진 포케스탑에서 포켓몬을 잡고 있는 홍콩 사람들

여기서 또한 예전 같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옆에서 게임하는 사람들에게 레벨이 얼마인지, 오늘 무엇을 잡았는지 아님 어디에 가면 어떤 포켓몬이 많이 나오는지 등등을 묻게 된다. 도시에서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건네는 일이 그리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워낙 서로의 관심사가 비슷하다 보니 자연스러운 대화가 정보의 공유로 이어진다. 홍콩에서 포켓몬고를 하는 사람들의 온라인 그룹이 오프라인 모임(Meetup)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봐왔다. 아무튼 이 게임을 잘 하려면 게이머들이 무조건 밖으로 나와서 활동해야 한다. 약간은 은둔자적인 의미도 함축하고 있던 게이머의 이미지가 어쩌면 포켓몬고를 통해 사회적이고 사교적(Social)으로 점차 바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의 게임은 게임 속의 아바타가 내 대신 가상의 세계에서 활약을 한다. 게임이 끝나고 나면 마치 전기라도 나간 것처럼 두 개의 세계가 깔끔히 분리가 된다. 그에 비해 AR(증강현실) 게임은 내가 사는 현실에 가상의 캐릭터들이 들어와 자리를 잡는다. 이 세상이 게임판이 되어 그들과 공존하게 되는 것이다. 한 가지 예로 우리 아파트가 포켓몬고의 체육관(Gym)이 된 사실을 안 그날, 나는 환호를 부르며 그 간의 이사 계획을 모두 접었다. 현실과 가상의 분리가 이처럼 모호해지는 것이 바로 AR(증강현실) 기술의 절묘한 매력이다.


이제 누군가 내게 포켓몬고를 두 단어로 집약하라고 한다면, 나는 자신 있게 공유와 공존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앞으로의 세상에서 이 두 개념이 더욱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작은 기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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