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고의 체육관(Gym)에 사는 여자 이야기
글로벌 매출이 출시 한 달 만에 2억 달러(약 2200억 원)를 넘어섰다고 해서 또 다시 화제가 된 포켓몬고(Pokémon GO). 우리나라 판문점에서도 발견되었다는 포켓몬 체육관(Pokémon Gym) 기사를 읽으면서 이게 무슨 말인지 전혀 몰랐던 때가 내게도 잠시 있었다. 홍콩의 미디어가 연신 포켓몬고 관련기사를 내뿜고, 쇼핑몰이건 지하철이건 게임하는 사람들로 난리법석을 한지 일주일도 훨씬 지난 8월 4일에야 나는 비로소 앱 스토어에서 이 게임을 찾아 다운로드를 하고 내 휴대폰에 직접 설치를 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호기심 때문이었다.
게임방식이 생각보다 아주 단순하여 포켓몬(Pokémon)이 나타나면 그냥 공을 던져서 맞추고, 몬스터들의 인명사전 격인 Pokédex 에 등록하는 재미로 게임을 계속해갔다. 레벨 5를 달성한 후 빨강(Valor), 파랑(Mystic), 노랑(Instinct) 중 빨강(Valor) 팀을 선택했다. 이제부터 팀별로 Pokémon 체육관(Gym)에서 배틀을 하거나 훈련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필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포켓몬 체육관이라서, 그전부터 삼삼오오 무리 지어 자신의 휴대폰을 쉴 새 없이 두드리는 게이머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봐왔던 터라 이 순간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의 레벨 5 실력과 CP 1000이 채 안 되는 포켓몬들로는 체육관 점령은커녕 이길 수 있는 배틀이 아예 없었다. 실망스러웠다.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는 일단 몬스터들을 다량으로 모아야 했기에 꽃비가 많이 내리는 지역을 두루 찾아다녔다. 그리고 배틀에 강한 포켓몬을 얻기 위해 10km짜리 알부터 하나씩 부화시켰다. 이 전략은 대성공이었다. 여기서 CP 1800 이상의 라프라스(Lapras) 2마리와 잠만보(Snorlax) 1마리를 얻었다.
초반에는 우리 집 체육관과 제일 가까운 다른 한 곳, 그렇게 두 군데를 집중 공략했다. 나와 색상이 다른 팀이 점령 중일 때는 내 포켓몬 6마리를 앞세워 배틀로 승부를 낸다. XP(경험치)를 많이 올려 레벨 업할 수 있는 기회이다. 만일 같은 색상의 팀이 점령 중일 경우에는, 먼저 체육관을 점령하고 있는 포켓몬과 겨룬 후 체육관의 명성 레벨을 하나 더 올려놓아야 하는 수고가 따른다. 우여곡절 끝에 일단 체육관에 들어가서 전체에서 CP가 가장 높은 포켓몬을 세울 수 있으면 관장(Gym Leader)이 된다. 장점은 방어전에서 가장 나중에 출전하므로 자리를 오래 보전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최고의 열매는 체육관을 한 개 점령할 때 마다 주어지는 10 포케코인(Pokécoins). 이것을 Shop에서 청구하여 필요한 아이템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주로 럭키 에그(Lucky Egg, 사용 시 30분간 두배의 경험치 획득) 한 개와 교환을 한다.
오늘은 이른 아침부터 우리 집에서 2km 반경 내로 접근 가능한 동네 체육관 5개 중 4개를 공략해서 40 포케코인을 얻었다. 4km정도를 가볍게 조깅하기에도 아주 좋은 코스였다. 이런 분위기면 이틀에 한 개씩 럭키 에그가 생기고 또 포켓몬 알을 부화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올 가을엔 내게서 진짜 체육관 관장님 정도의 비주얼과 포스를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하는 김치국도 쭉 들이켜본다.
커버 이미지 출처 the daily d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