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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엠 Aug 29. 2016

용감한 자가 루주라(Jynx)를 얻는다

빅토리아 공원에서 만난 그녀

친구들과 점심식사 약속이 있어 코즈웨이 베이(Causeway Bay)의 하이산 플래이스(Hysan Place, 希慎廣場)로 향하던 도중 무심히 포켓몬고(Pokémon GO)를 켰던 게 발단이었다.


포켓몬고 SIGHTINGS에서 루주라(Jynx,아래 그림에서 첫 번째로 나온 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유혹하듯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다행히 약속시간은 아직 한 시간 정도 남아있었다. 타고 있던 트램이 멈추자마자 서둘러 내렸다. 루주라(Jynx)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게 3주 전이니 왠지 이래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근처에 있는 포켓몬(Pokémon)들을 알려주는 SIGHTINGS. GO Radar 등과 같은 Tracker를 동반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끌리듯 내린 곳은 빅토리아 파크. 여긴 뉴욕에 있는 센트럴 파크처럼 홍콩 섬 내의 도심공원이다. 운동시설과 함께 산책로가 조성되어있어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사용된다. 또한 매년 초에 7만 명 규모로 열리는 홍콩 국제 마라톤 등의 굵직굵직한 행사들이 주로 열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빅토리아 공원 입구의 풍경. 자유롭게 각자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


일단 루주라(Jynx)가 사라질까 봐 서둘러 공원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주위를 둘러보니 여기저기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취미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자신들의 신앙에 따라 종교활동을 하는 무리들도 눈에 띄었다. 여유 있는 일요일 오후여서인지 사람들도 더 활동적으로 움직이는 듯했다.

전통적 색채가 강한 군무를 연습하고 있는 여성들. 몸짓과 표정에 생기가 넘친다.


그중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에서 온 많은 이주 노동자분들이 자리를 펴고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 중 대부분은 주로 노인과 아이가 있는 가정에 상주하면서 가사업무를 전담하는 전문 도우미들이다. 그들의 도움으로 홍콩 여성들은 효율적으로 자신의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다. 원래 외국인들이 홍콩에서 합법적으로 7년을 살게 되면 본인의 선택 여부에 따라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가사도우미들은 제외가 되어서 홍콩 내에서도 인권침해의 논란이 있었다.


종교적인 의상을 입은 여성들. 처음 본 순간 Jinx의 색상컨셉과 너무 흡사해서 좀 놀랬다.


종교적인 의상을 입은 여성들의 무리가 있는 곳을 막 지날 무렵, 내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화면을 내려다보니 루주라(Jynx)다!!!!! 그것도 무려 CP1159!! 3주 전에 포획한 것이 CP22짜리였으니 이건 정말 대어가 확실했다. 흥분할만했다. 먼저 라즈 베리(Razz Berry)를 대접하고 아끼던 금색 울트라 볼(Ultra Ball)을 꺼내어 루주라(Jynx)의 얼굴을 향해 정확하게 던졌다. "Excellent!" 늘 그렇듯이 투구는 좋았다. 그치만 CP가 이 정도 급이면 한 번쯤 튕길 법도 하기에 숨죽이고 공을 노려보며 기다렸다. 순순히 잡혀주었다. 고마웠다.


그런데 SIGHTINGS에는 아직도 루주라(Jynx)가 계속 남아있었다. 하나가 아니었던 것이다. GO Radar를 켜고 다른 길로 내달렸다. 거기에는 아까보단 좀 적은 CP의 루주라(Jynx)가 있었다. 그리고 다른 또 하나를 찾아냈다. 그러니까 이 공원은 바로 루주라(Jynx)가 자주 출몰하는 곳, 즉 루주라(Jynx)의 서식지(Nest)였다.


이렇게 모두 루주라(Jynx) 셋을 얻고 나니 약속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을 기다리게 할 수 없어 서둘러 자리를 정리했다. 하지만 얼굴에 송글송글 맺힌 땀은 내가 지난 한 시간 동안 한 일을 알고 있었다.   

빅토리아 공원에서 잡은 CP1159 짜리 루주라(Jynx). 다른 루주라(Jynx) 친구들은 이미 캔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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