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티켓 예매와 호텔 예약하기
나이 먹는 것을 여러가지를 잃어가는 과정으로 보는가, 혹은 여러가지를 쌓아가는 과정으로 보는가에 따라 인생의 퀄리티는 한참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중 '즐거운 철인 3종 경기'편에서
평소 철인 3종과 마라톤을 즐긴다는 무라카미 하루키. 그의 작품에서 공감 가는 부분을 찾아 읽으니, 나도 그처럼 무언가 의미 있는 것을 쌓아가고 있다는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달리고 있는 동안은 최소한 어떤 미움도 어떤 슬픔도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뛰고 있는 순간만큼 나의 신체가 오로지 한 가지-달리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경이롭다.
생애 첫 마라톤을 앞두고 있는 요즘, 여러 가지 준비로 새해 초부터 분주하다. 호기롭게 등록한 나고야 우먼스 마라톤 대회가 앞으로 66일이 남았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5~8km 정도를 꾸준히 뛰고는 있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마라톤 훈련에 돌입할 때가 온 것 같다. 그런데 그전에 준비해야 할 것이 또 있다. 바로 비행 편을 알아보고 숙소를 정하는 일이다. 일본 여행도 오랜만이지만 나고야에 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간 단위로 철저하게 준비해서 남들이 간 곳은 빼놓지 않고 다 돌아보고 오는 방식으로 여행을 준비했던 부지런한 시절이 필자에게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여행은 마라톤이 가장 주된 목적이기에, 몸이 무리하지 않게 하는 것이 필요했기에, 넉넉하게 열흘간의 일정을 잡고 준비를 해보았다.
홍콩에 살면서 좋은 점 중 하나는 해외여행 갈 때 저렴한 비행 티켓을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의 무역 중심답게 세계 어디로든 매일 들고나가는 비행 편 수가 아주 많다. 필자는 여행지가 결정되면 주로 주지닷컴(Zuji.com)을 통해 그 시기의 전체적인 티켓 가격대를 알아보거나 저가항공 웹사이트를 통해 알아보는 편이다. 최근에 저가항공사들이 많이 늘어서인지 서로 가격 경쟁이 치열하다. 그중 홍콩 익스프레스(Hong Kong Express) 항공이 요즘 한창 파격적인 가격으로 2017년 상반기 모든 노선의 비행 티켓을 프로모션하고 있다. 이 항공사를 이용한다면 홍콩에서 나고야로 가는 최저 편도요금이 무려 홍콩달러 97원(한화 만 오천 원, 세금 별도)이다. 정말 저렴하다!
일반적으로 호텔 예약은 호텔스닷컴(Hotels.com)을 통해서 하는 편인데, 나고야에 소재한 호텔 가운데 가격이 저렴한 방들은 Hotels.com 리워드(Reward)가 주어지지 않았다. 체크인 전날에 취소를 해도 수수료 비용이 들지 않는다(Free Cancellation)고 하니 일단 3일 정도씩 분할해서 호텔을 예약해두고, 필요하면 현지에 가서 변경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나고야 시내(나고야 역, Nagoya Station)와 마라톤이 시작되는 나고야 돔(Nagoya Dome)은 다소 거리가 있었다. 아무래도 마라톤 전후와 당일에는 경기장 근처에 있는 숙소를 잡는 게 마음이 편할 듯 싶다.
나고야 중부국제공항과 나고야 역은 나고야 철도(메이테쓰)를 이용하면 870엔에 단 28분 만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로써 나고야 시티 센터로의 연결도 잘 되어 있다고 한다. 또한 나고야 시내 중심지와 나고야 역 사이의 거리가 매우 가깝다는 것도 만일의 경우 나고야를 벗어나 다른 도시(오사카나 교토)로 이동하게 되더라도 기차를 타는데 큰 불편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경기 날짜가 3월 12일이기에 벚꽃을 구경하기는 조금 이른 시기이지만 그래도 혹시나하고 기대가 되기에, 나고야 시내에서 천천히 걸어 다니며 근처의 관광지나 나고야 성 등의 유적지를 관광하기로 대략적인 동선을 잡았다. 이제 시내에서 머물 숙소의 위치가 얼추 정해졌다.
[나고야 철도 티켓 분류]
μSky Ltd. Exp.: All First Class Cars 모든 퍼스트 클라스 차량
Rap.Ltd.Exp./Ltd.Exp.: First Class Cars with Ordinary Cars 퍼스트 클라스 차량이 달린 일반 차량
Rap.Exp./Exp./Semi Exp./Local: All Ordinary Cars 모든 일반 차량
우선 나고야 역에서 가장 가깝고 프로모션 가격을 제공하며 게스트의 리뷰가 좋은 호텔을 위주로 찾았다. Hotels.com에서의 검색을 통해 쭉 훑어보니 꽤 괜찮은 호텔들이 보였다. 필자는 여행 중에 호텔방에서 오래 머물러 있는 성격이 아닌지라 방의 구조나 사이즈에는 큰 관심이 없다. 교통이 편리하고 호텔 주변 편의성이 좋은가에 모든 초점을 맞추는데, 대부분의 경우에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선택을 하는 편이다. 아. 그리고 웬만하면 글로벌 브랜드가 아닌 현지 브랜드의 숙소를 이용한다. 여행자로서 그곳의 경제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나고야 시내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에는 나고야 중부공항(센트레아, Centrair)나 나고야 역에서 쇼루도 지하철 버스 일일 승차권(1장 600엔, 성인용. 여권 제시 후 일인당 한 번에 2매까지 구입 가능)을 미리 구매하면 편리하다고 한다. 버스요금이 210엔이고 지하철 1구간 요금이 200엔이라고 하니, 이 패스를 구입한 후 이틀 정도는 신나게 돌아다닐 수 있겠다. 또한 버스나 전철을 타고 나고야에서 이누야마, 다카야마, 고마가네, 시라카와고 등으로 연결되는 관광 상품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어서 시간이 허락한다면 그 중에 선택을 하면 되겠다.
또 나고야 근처에 있는 다른 도시에 나가게 된다면 어떤 선택이 있을까 싶어 알아보니 긴테쓰 레일패스(외국인 여행자 한정 주유 패스)를 이용하면 오사카-나라-교토-이세시마-나고야를 다닐 수 있는 긴테쓰 전차(또는 킨테츠 레일웨이/Kintetsu Railway)로 5일간 자유롭게 승하차할 수 도 있다고 한다. 5일권 이외에도 오사카-나라-교토를 갈 수 있는 1일권과 2일권이 있다. 일본에 가기 전에 미리 구입하면 조금 싸긴 하지만(2017. 3 홍콩 익스프레스 기내에서도 할인된 티켓을 판매하고 있었다), 필자는 현지에 가서 좀 더 세밀한 여행 일정이 확보된 후 구입하기로 했다.
비행 티켓과 호텔 예약이 완료되니 밀린 숙제를 다 마친 듯 마음이 아주 후련하다. 이미 나고야에 가 있는 기분까지 든다. 무엇보다 마라톤을 6시간 30분 안에 완주해야 할텐데. 하지만 큰 부담을 가지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이 모든 것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도, 여행을 많이 해봤다고 해도, 낯선 곳에 가면 모든 것이 처음으로 리셋된다. 나는 그 곳에 속한 사람이 아니다. 더 겸손하게 배우는 자세로 새로운 경험들을 하나하나 쌓아가는 것. 그것이 나의 신년 목표(New Year's Resolution)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