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상표등록을 처음부터 생각해야 한다는 생각을 아예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제 일주일 뒤에 제품 출시한다면서 출시 직전에 상표등록 하겠다고 연락해오는 경우가 아주 많다.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십중 팔구 선등록이 있어서 등록도 안 되고 사용하면 안 되는 상표인 경우가 많다. 독점은 안 되지만 로고나 심볼을 결합하면 등록되는 상표라면 다행이다. 선등록 유사상표가 있고 그 상표가 실제로 사용도 되고 있는 경우라면 브랜드 변경 외에는 달리 구제할 방법이 없을 수도 있다.
능력 있는 마케터들이 더 그런 경향을 보이는 듯 한데 아무래도 새로 런칭할 브랜드에 대한 아이디어가 샘솟다 보니 상표등록을 소홀히 하거나 간과하는 것이다. 또, 상표제도에 대한 이해가 낮은 것도 한몫한다.
마케터들도 당연히 기획 전에 경쟁제품 조사를 한다. 동일 업종이나 제품에 선행 브랜드가 있는지, 경쟁사들은 동종 제품에 어떤 네이밍을 했고 마케팅 전략을 썼는지 정도도 찾지 않고 기획에 착수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마케터들이 보는 문제가 될만한 브랜드의 범위와 상표등록이 가능한 유사범위가 다르다. 실제 시장에서는 상호 간의 저촉이 전혀 없을 제품이라도 상표등록 과정에서는 저촉 우려가 있을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사용하지는 않지만 등록은 되어 있는 상표도 있다. 상표는 등록주의이므로 사용하지 않아도 상표등록을 보유만 하고 있어도 후사용 상표의 사용을 금지요청할 수 있고 등록도 막을 수 있다.
요즘은 제품이 있고 브랜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먼저 있고 거기에 맞춰 제품을 기획한다. 몇 달을 고생해서 기획, 전략 수립, 제품까지 다 만들어놨는데 이제 와서 아예 브랜드를 바꿔야 한다면, 마케터에게 그런 악몽도 없을 것이다.
상표등록은 반드시 브랜드 기획 단계부터 고려되어야 한다.
혹시라도 등록이 안 되는 상표를 브랜드로 채택하더라도 유사시의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전략적으로 선택해야지 이미 사업이 너무 많이 진행되어버려 어쩔 수 없이 밀고 나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등록신청(출원)은 제품 출시 직전에 해도 된다. 그러나 상표등록 가능 여부에 대한 검토는 네이밍과 병행해서 진행해라.
규모 있는 브랜딩 회사들은 이미 그렇게 일하고 있다. 맨 처음 제품의 컨셉과 브랜드 전략이 확정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이름을 짓는 일인데, 그때 상표등록가능성을 전문가와 함께 지속해서 점검하고 피드백을 받으면서 네이밍을 확정한다. 브랜드 디자인이나 제품 디자인은 그 이후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