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전부 등록되는 것은 아니다
상표등록거절이유1 : 식별력 부족
앞서 모든 출처식별표지가 상표등록의 대상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모든 표지가 등록 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상표는 출처를 식별하기 위한 표지이므로 상표 자체가 출처식별이 가능한 능력이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나의 상품과 타인의 상품을 구별시켜줄 수 있는 능력이다. 이것을 ‘식별력’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자타상품 출처식별력’이라는 용어가 너무 포괄적이고 추상적이어서 뭐라고 딱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상표법에서는 어떤 상표가 식별력이 있는지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표가 식별력이 ‘없는지’에 대해 정하고 있다. 즉, 식별력 없는 것을 빼고는 다 식별력 있다는 것이다.
상표법에서 정하고 있는 식별력 없는 상표들은 다음과 같다.
제품이름(보통명칭)
업계용어(관용표장)
설명하는 표장(기술적 표장)
유명 지리적 명칭 및 지도
흔한 사람의 성(姓)이나 명칭
간단하고 흔한 표장
기타 식별력 없는 표장 (장소를 가리키는 단어, 슬로건이나 프레이즈 등)
이상의 식별력 없는 상표들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바로 특정인이 독점해서는 안되는 상표라는 것이다.
상표를 등록한다는 것은 상표권자만이 해당 표지를 지정한 상품에 독점할 수 있고 타인은 등록 및 사용을 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특정인이 독점하는 것이 부당한 경우에는 상표등록을 허여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 ‘특정인이 독점하는 것이 부당하다’라는 것을 ‘독점적응성’이라고 하고, 독점적응성은 식별력 유무 판단의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된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보자.
제품이름
사과, 컴퓨터, 커피 등 말 그대로 제품의 이름을 말한다.
어떤 물건을 그 물건의 이름으로 부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제품이름이 상표등록이 된다면 그 이름은 상표권자만이 사용할 수 있고 누구도 그 제품의 이름을 그 이름으로 말할 수 없다는 뜻이다. 사과를 사과라고 하지 못한다면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된다.
즉, 제품의 이름 (보통명칭)은 특정인이 독점해서는 안되고 상표등록이 안된다.
잠깐, 그런데 미국의 저명 컴퓨터 및 스마트폰 제조사인 '애플'은 그럼 뭐지? 애플은 영어로 사과라는 뜻인데 그럼 영어는 된다는 말인가?
애플컴퓨터
아니다. 국문이든 영문이든 '지정상품의' 보통명칭이라면 등록받을 수 없다. 다른 국내 소비자들에게 자명한 언어로 되어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애플'이 등록될 수 있는 이유는 지정상품이 ‘컴퓨터 및 스마트폰 등’이기 때문이다. 컴퓨터의 제품이름(보통명칭)은 컴퓨터고, 스마트폰의 제품이름(보통명칭)은 스마트폰이지 사과도 아니고 애플도 아니다.
다시 말해, 다른 물건의 이름이라도 상표출원시 지정하는 상품의 이름이 아니라면 보통명칭이 아니라는 말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다이어트식품의 상표를 '의자'라고 정해도 등록될 수도 있다.
또 하나, 제품이름(보통명칭)만으로된 상표만 등록받을 수 없을 뿐, 포함되어 있는 경우는 경우에 따라 등록가능할 수 있다.
사과를 지정하는 '사과'라는 상표는 보통명칭이므로 독점적응성이 없고(특정인이 독점해서는 안되고) 자타상품의 출처를 식별할 수 있는 능력도 없으므로 등록 할 수 없지만, '로켓 사과'는 '로켓'이 다른 거절이유가 없다면 등록이 가능할 수도 있다.
업계용어(관용표장)
지정된 상품의 업계에서 거의 보통명칭처럼 특정 제품을 가리키는 것으로 흔히 사용되는 표지도 등록받을 수 없다.
관용표장에는 본래는 브랜드로 개발되었으나 신제품이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제품의 이름이 아직 없어 브랜드 자체를 제품이름으로 널리 사용하다보니 결과적으로 브랜드가 제품이름처럼 되어 버린 것들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퐁퐁(주방세제), 포스트잇(점착식 메모지), 매직블럭(스폰지 수세미) 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이는 어찌보면 상표권자의 잘못된 상표관리에 원인이 있는 것이기도 하다.
브랜드를 알리는데 집중하다보니 브랜드는 브랜드로 하되 따로 제품이름을 제시하여 소비자들에게 둘을 구분시켜줘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3M은 거의 관용표장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었던 포스트잇을 다시 브랜드로 소비자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해 많은 공과 비용을 들였는데, 하도 업자들에게 경고장을 남발하니 더이상 공식적으로는 사용하지 않는 분위기지만 아직도 일반 소비자들은 '점착식 메모지'라는 입에 붙지 않는 정식 제품명칭보다는 '포스트잇'이라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한번 브랜드가 관용표장이 되어버리면 이것을 소비자들에게 다시 브랜드로 인식시키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상품을 판촉할때는 필수적으로 브랜드와 제품이름을 분리하고 브랜드는 브랜드로 기능하도록 관리해주어야 한다.
설명하는 표장(기술적 표장)
제품의 효능, 원재료, 산지, 내용 등을 직감시키는 표장도 등록받을 수 없다. 상표가 상품의 내용을 설명하는 경우에 불과해서 어떤 상품인지 바로 (직감) 알 수 있는 경우에는 특정인이 독점해서는 안된다고 보는 것이다.
‘제주 흑돼지 오겹살’, ‘원조 할머니 해장국 since 1960’, '화이트닝 로션', '발열 스판덱스 청바지' '데코시트' 등이 해당한다.
이때 '상품의' 내용을 직감시키는 표장이 식별력 없는 것이므로 반드시 '지정상품과의 관계'에서 기술적 표장인지를 판단하여야 하나, 'BEST' 'SUPER' "DELUXE' '최고' '원조' '新' 등은 지정상품과 무관하게 항상 식별력 없는 것으로 본다.
그런데 자명하게 설명표장에 해당해서 식별력이 없다는 확신이 드는 상표도 있지만, 많은 경우 설명표장에 해당하는지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상표법에서 가장 어려운 판단 중 하나인데 그 이유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판단이 다 다를 수 있으며, 시대 상황이나 그 당시 업계 사정, 사회 분위기 등에 따라 결정이 달라질 수 있다. 우스개로 식별력 유무에 대한 정답은 대법원 판사님한테 있다고 자주 말하곤 한다.
예를 들어 'Gmail'의 식별력에 대해 특허법원은 'G'를 분리해서 인식하기 어렵고 'Gmail' 전체적으로 특별한 목적이나 수단 등 서비스의 내용을 표시하지 않으므로 식별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 G는 영문자 1글자로 간단하고 흔한 표장에 해당하여 독점할 수 없고 mail은 보통명칭이므로 독점이 안되지만, Gmail은 식별력이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SMART & SOFT(냉장고)', 'PUREYOGA', 'BLUEMARK(잉크)', 'LESS DESIGN', 'MaxTea', 'wireless HD', '군대리아', '마사이워킹', '알바천국' '불가리스' "DEEP(화장품)''Nokstop' 모두 법원에서 식별력을 인정한 경우이다.
식별력이 없다고 판단한 경우로는 'Hmart' 'Uglydoll' 'HIWOOD' 'PNEUMOSHIELD' 'EasiCard' '비타두유' '종이나라' 'BLACKCARD(신용카드)' '핵귀요법' 'BIOTOUCH(헤어컨디셔너)' 등이 있다.
유명 지리적 명칭 및 지도
‘서울’, ‘동대문’, ‘장충동’, ‘불국사’ 등등의 유명 지리적 명칭이나 관광지 이름도 특정인이 독점할 수 없는 식별력 없는 표장이다. 지명은 널리 자유롭게 사용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 레트로 분위기에 ‘서울상회’ ‘을지로19번지’ ‘연남동 거기’ 같은 브랜드 네이밍이 유행하는데 보호 받기 어려운 브랜드들이다.
흔한 사람의 성(姓)이나 명칭
‘김씨’, ‘오부장’, ‘박사장’ '김&박' '이&최' 등도 독점이 안되고 식별력이 없다. 외국인의 성도 국내 널리 알려진 경우에는 독점이 안된다.
간단하고 흔한 표장
삼각형, 원뿔 등의 간단하고 흔한 도형, 하나의 글자로 이루어졌거나, 알파벳 2글자로 구성된 상표, 연속적이거나 의미가 있는 숫자의 나열 (123 등) 는 등록받을 수 없다. 단 외국문자 2자를 '&'로 연결하면 식별력 있다. (22&35)
하지만 저명해지면 영문2글자도 등록된다
기타 식별력 없는 표장 (장소를 가리키는 단어, 슬로건이나 프레이즈 등)
이외에도 특정인이 독점하는 것이 공익상 부당하다고 판단되는 표장은 등록받을 수 없다. ‘스피드011’이 독점적응성 없다는 이유로 등록이 거절된 적이 있다.
또한, ‘타운’, ‘마켓’, 'LAND', 'PLAZA', '빌리지' 등의 장소적 의미의 표장이나 다수가 포함하여 등록하여 사용하고 있는 표장의 경우도 식별력이 부정된다.
광고카피나 슬로건 등의 구호도 등록이 거절되는데, 제공하는 상품의 내용을 보여주는 것일 뿐 독점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우린 소중하잖아요' 'Good Morning' 'Just do it' 'Be Smart' 등은 등록이 안된다.
참고로, 광고카피나 슬로건 등의 프레이즈는 저작권으로도 보호되지 않는다. 너무 짧아서 저작물로 보호될만큼의 저작물성이 없다는 것이 우리나라 대법원의 확고한 입장이다.
그 밖에, 'www' '114' '조계종' 'yolo' 등 공공성이 높고 경업자의 자유 필요성이 높은 상표 역시 특정인에게 독점권을 주는 것이 소비자들의 법감정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등록을 거절하고 식별력이 없는 것으로 본다.
단, 식별력 없는 표장이라도 사용에 의해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알 정도로 저명해지면 등록도 되고 보호받을 수 있다.
또한, 식별력 없는 표장'만으로' 구성된 상표만 등록이 거절될 뿐이므로, 다른 식별력 있는 문자나 도형과 결합하면 등록도 받아볼 수 있다. 물론 그 경우 독점권이 생기는 부분은 식별력 없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