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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두물머리 겨울풍경에 머물다

by kyoungha


매서운 겨울 한파의 심술궂음도 잠시, 오랜만에 따스한 햇살이 고개를 내밀었다.

유독 추웠던 올 겨울, 그 어느때 보다도 봄이 기다려지는 이 시점에 잠시 양평 두물머리를 찾았다.


한 1년만인가? 작년에도 눈 펑펑 내리는 겨울, 춘천가는 길에 잠시 두물머리에 들렀었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겨울에 찾았네. 그러고 보니 1년이란 시간이 또 후딱 지나가고 있었다.



두물머리 황포돗대


수령이 400년 된 느티나무




사계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두물머리는 모든 계절이 다 예쁘다. 연두색 새순이 돋아나는 수줍은 봄도, 한여름 땡볕에 눈부시게 서 있는 여름도, 커피향 생각나는 갈색빛의 가을도, 마법을 부린듯 주위를 온통 하얀 설국으로 바꾸어 버리는 겨울도 예쁘다.


특히, 해가 뉘엿뉘엿 넘어 가는 오후 4~5시 경에는 마치 다 완성된 그림에 일부러 물 한방울 똑 떨어뜨린 것처럼, 모든 선명한 색들이 다 뭉개지면서 뒤섞이게 되는데 그 색감이 오묘하고 신비롭기까지 하다.






모이를 찾는 겨울물새들



한강의 모태 두물머리는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쳐져 하나의 물길을 만든다고 하여 두물머리다. 그 물이 흘러 양수리를 지나 잠실, 반포, 여의도, 김포를 지나 전류리 포구를 거쳐 바다까지 흘러 내려간다.


그러나 겨울의 두물머리는 그 물의 흐름을 볼 수 없다. 꽁꽁 얼어버린 얼음속에 그 물길을 숨기고, 겉으로는 정지된 화면처럼 변화가 없지만, 실상은 속으로 열심히 그 물을 바다로 밀어내고 있다. 그러나 차마 다 숨기지 못한 물길은 빙판위에 물결모양의 그림을 남겨 놓아 그 흐름을 짐작케 했다. 겉으로 볼때는 두꺼운 얼음같지만, 한발 내딛으면 깨질것 같은 연약함, 그 위에 가벼운 물새떼만이 조심조심 발을 옮기고 있다.





꽃대만 남은 연꽃밭


두물머리 갈대밭


오늘 두물머리는 산책하기 좋은 날씨였다.

어제보다 8도 이상 올라간 기온에 봄날씨같은 기분까지 느끼게 했으며. 바람도 잦아 옷깃을 열어 젖힌채 걸어도 좋았다.

어느쪽으로 갈까? 망설이다가 세미원쪽으로 발길을 틀었다. 기와를 얹은 낮은 담벼락을 따라 걷는 느낌이 좋아서다.


겨울의 두물머리는 따스했다. 분명 얼어붙은 강과 앙상한 나무가지만 남아있는 겨울풍경인데도 황량하거나 쓸쓸하지 않았다. 한껏 얼어버린 연꽃밭에서도 신기하게 질긴 생명력을 느낄 수 있었으며, 누렇게 변해버린 갈대에서도 살랑이는 바람소리를 들 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것이 남몰래 봄을 준비하는 봄마중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두물머리 포토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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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 우리의 만남이 아름다운 물안개되어 피어오릅니다.


날이 풀리면 이 모습도 사라지겠지, 얼었던 강이 녹아 물이 흐르며, 앙상한 가지에는 새순이 돋겠지. 다시 이 순백의 모습을 보려면 1년을 기다려야겠지. 그러나 올해의 모습이 작년과 다르듯이 내년 두물머리 모습도 올해와는 다를것이다.


그래서 오늘 욕심껏 두물머리의 겨울풍경을 눈으로 담아 간다. 그 겨울 느낌까지 더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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