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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알록달록 벌룬이 멋지다

by 에밀리

드디어 볼 수 있었다.

카파도키아의 열기구의 아름다운 장면이 시작된다.

와우~




"야, 일어나 봐, 기구 뜬다."



새벽에 친구가 하는 말이다. 며칠 동안 날씨가 흐려서 열기구를 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 카파도키아에서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당연하다. 비와 바람에 따라 열기구가 하늘을 오를지 말지가 결정된다. 그런데 드디어 오늘 뜬다. 과연 카파도키아에서 열기구를 보고 갈 수 있을까? 했는데 마지막날 아침에 보고 갈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눈만 뜨고 부랴 부랴 옥상으로 올라갔다.


와우~!!!

사진으로만 보던 그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이게 꿈이야? 현실이야?

한참을 올려다보게 된다. 우리는 어느새 말이 없어졌다.



호텔 바로 옆에서 기구가 뜨는 줄은 정말 몰랐다. 내가 머문 호텔 바로 옆에서 뜬다. 높은 산꼭대기에서만 준비해서 뜨는 줄만 알았는데 동네방네 곳곳에서 기구가 뜬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신청해 볼걸~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타는 것보다 여기서 구경하는 것도 아름답다.


처음에는 몇 개만 드문 드문 떴다. 그것도 잠시 마구마구 떠오른다.


'찰칵' 수백 장을 남겨본다. 최고의 장면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와, 살아생전에 내가 이 광경을 보다니, 아주 뿌듯하다. 이틀 동안 비가 와서 뜨지 못해서인지 정말 많은 열기구가 뜬 것 같다. 그래서 하늘이 더욱 가득했다.


와~좋다. 그냥 그렇게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 그 자체가 좋다.

꿈과 희망의 나라, 이상한 나라에 온 것 같아서 더욱 즐거운 것 같다.


한 시간이 지났을까? 점점 열기구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우리도 방으로 돌아가 쉬었다가 조식을 먹고, 체크아웃하고 활기찬 오늘의 일정을 시작해 본다.


으흘라라 계곡을 찾아 나선다. 그런데 우리가 찾는 그 입구가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어디를 통해서 가야 제대로 된 입구로 들어갈 수 있는지 찾기가 너무나도 힘들었다.



그렇게 돌고 돌다가 셀리메 수도원을 찾게 되었다. 너무나 멋진 곳이어서 이곳에 먼저 들려보기로 했다. 그리고 입구에 있는 직원에게 으흘라라 입구 주소를 찾아 달라고 부탁해서 겨우 으흘라라 계곡에도 갈 수 있었다.


셀리메 수도원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나서는데 어떤 분이 오셔서 설명해 주신다.


"저기가 스타워즈 찍으려고 했었던 곳입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때 가리킨 곳이 스타워즈 배경의 모티브가 된 곳이라고 한다. 그분이 자꾸 무언가를 설명해 주려고 따라온다.


"당신은 가이드인가요?"


그렇다고 한다. 우리는 정중하게 사양했다. 그런데 주차비를 받는다. 근처에 길가에 주차를 해도 되는데 괜스레 하는 마음에 또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주차비가 내게 되었다. 어딜 가나 주차비와 화장실 사용료는 꼭 들어가는 것 같다.


셀리메 수도원 입구에 들어선다. 와, 오늘 날씨 왜 이렇게 좋은 건가요? 그러고 보니 카파도키아에서 야외박물관에 갈 때 날씨가 이렇게 좋았다면 더 멋있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크다. 날씨가 조금 아니 많이 아쉬워지는 순간이었다.


셀리메수도원은 8세기에 수도사들이 바위를 깎아서 만든 거대한 수도원이라고 한다. 어찌 인간의 손으로 바구니를 이렇게 만들 수 있는 것인가? 할 정도 믿어지지가 않았다. 이곳은 없는 곳이 없는 곳이었다. 수도사들이 사용했던 예배당과 주방, 식당, 홀 그리고 안쪽에는 장소와 장소가 이어져 있는 터널의 흔적까지 찾아볼 수 있었다.


벽에 새겨진 벽화와 문자 등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그런데 어떤 곳은 검은 그을림이 있었다. 불에 탄 것인가? 그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 불에 태우기도 한다고 하는데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 그을림이 많은 것인가?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날씨가 좋으니 하늘은 맑고, 이곳은 멋지고, 다른 세상에 온 것만 같았다. 셀리메 수도원에서의 뜻밖의 경험들이 우리의 마음을 모든 것을 다 수용할 수 있도록 열어 주었다.





드디어 찾은 으흘랄라계곡을 걷게 되었다. 당연히 이곳에서도 주차비를 지불하고, 화장실을 사용하고자 하는 친구가 있어 사용료도 지불했다.


약 20km의 거대하고 웅장한 계곡 양옆에 60여 개의 교회와 수도원들이 있다. 30여 개의 동굴교회에서는 벽화를 볼 수 있다고 한다. 깎아지는 듯한 돌이 흘러내리는 듯한 모습의 절벽아래 푸른 나무와 흐르는 계곡이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해 준다.


이제 우리는 사프란볼루로 향한다. 사프란볼루에 사프란은 우리가 아는 그 사프란이 맞다. 사프란이라는 꽃이 그 향기를 말해준다. 사프란볼루로 향하는 길에 소금호수를 볼 수 있다고 해서 우리는 그곳에 가기로 한다.



투즈괼이라는 호수이다. 고속도로 중간 휴게소에서 그 호수 입구를 들어가려고 하였다. 그런데 우유니 사막에서 보았던 그 소금 호수의 모습은 없었다. 잔잔한 물이 흐를 뿐이었다. 아마도 건기, 우기의 날씨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 소금 호수를 매번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란다. 아쉽다. 다른 사람들 사진 올린 장면을 보면 정말 소금이 있던데, 너무나도 아쉬웠다.


갈길이 멀다 보니 또 서둘러서 사프란 볼루로 향했다. 우리가 그곳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9시쯤이었다. 우리가 예약한 호텔에 가서 체크인한다. 여기 도착하기 전에 이 호텔 직원분이 영어가 조금 미숙하고, 예약에 조금 문제가 있다는 사전정보가 있었다. 그래서 미리 예약사항을 프린트해서 준비도 했었다.



우선 도착해서 예약한 방을 달라고 했다. 그런데 뜬금없이 몇 명이니, 침대는 몇 개인지 다시 물어본다. 우리가 늦어서 새로 준비해서 그런가 보다 했다(그런데 체크아웃 때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내가 예약한 방은 조식포함이라는 문구가 없었는데 조식 시간을 알려준다. 여기에서 묵는 사람들은 다 조식이 제공되는 듯하다. 그리고 방을 안내받아서 들어갔다.


객실 내부는 아주 깨끗했다. 새로 리모델링한 것 같았다. 공기도 아주 깨끗하다. 이불도 좋다. 그렇게 만족해하고 여기 오느라 저녁을 먹지 못해서 빨리 나가 먹을거리를 사 왔다. 우리의 저녁은 컵라면이다. 제일 맛있다고 친구에게 추천받은 컵라면이다. 그런데 사실 컵라면이 그것밖에 없었다.


결론은 맛있었다.

작은 컵라면 각자 2개씩 먹고, 이것저것 먹으면서 사프란 볼루에서의 밤을 보낸다.

카파도키아의 아름다운 장면을 정리하고, 그렇게 밤을 흘러간다.

아쉽다.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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