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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 Apr 11. 2021

[하이랜드] 오반 14년산 OBAN 14 years

Oban 14

[기존 블로그에서 이사 온 글]


애매한 것보다는 명확한 것이 좋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는 것보다 명확한 특징으로 설명할  있는 대상이 나에게는   매력 있다. ​


세번째로 바틀을 구입한 위스키이자, 하이랜드 위스키인 오반 14년산은 애매한 위스키다. 누군가는  애매함을 다양한 풍미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이런 오반의 특징을 매력이라고 말한다. 오반 14년은 피트향도, 달콤한 향도, 과일 향도 품고 있다. 맛이라는 것은, 생각이 지배하는 영역이기도 하기 때문에  위스키가 품고 있을 향을 어떻게 예상하고 마시느냐에 따라 느끼는 맛의 정도가 달라질  있다. 그런 관점에서 오반은 다양한 풍미가 있다고도   있겠다. 하지만 나에게는 다양한 향과 씁쓸한 맛이 함께 느껴지는 오반 14년의 맛이 애매하다. 각각의 향이 모두 아쉽다. 강하게 느껴지는 기억에 남을 만한 맛과 향이 없어서, 그래서 오반의 맛에 대한 감상을 어떻게 남겨야할지  모르겠어서, 명확한 특징으로 설명할  없어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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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의 맛에 정답은 없다. 많은 책에서는 위스키의 맛과 향을 여러 항목 나눠, 항목별로 맛과 향의 정도를 수치로 매기곤 하지만, 결코 그 표가 위스키 맛의 정답일 수는 없다. 위스키를 마시는 사람들의 위스키에 대한 경험과, 그때의 기분과 그 시절 자주 접하던 맛과 향에 따라 위스키의 맛과 향은 모두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2019 봄에 내가 느낀 오반 14년은 아쉬웠지만, 2022 가을쯤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위스키가  수도 있을테고, 내가 아쉬워하는  위스키가 누군가에게는 인생 최고의 위스키가  수도 있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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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말했듯 명확한 것을 좋아해서 "절대"라는 말을 즐겨쓰곤 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세상에 "절대"라는 것은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깨닫고 있다. 하물며 위스키를 느끼는 것도 그러하고, 인간 관계도, 내가 진리라고 믿었던 많은 것들도 "절대적이지 않음"을 깨닫고 있다. 지금은 명확한 것이 매력적이라 느끼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명확한 것보다 애매한 것, 사실은 애매한 것이 유도리가 있고 여유가 있어 더 매력적인 것임을 느끼는 순간이 올 것 같다. 그땐 오반 14년이 아일레이 위스키보다 매력적으로 느껴질까.

의식의 흐름에 따라 주절주절 써보는 네번째 위스키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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