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cnoc 12
[기존 블로그에서 이사 온 글]
가볍게 딱 한잔, 위스키를 마시고 싶은 날이 있다.(사실 많다..) 퇴근길이나 주말 저녁 약속을 마친 후 집에 들어와 편하게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고서 가만히 티비나 책을 보다가 배부르지 않게 위스키 딱 한잔만 마시고 싶은 날. 그런 날에는 향도 맛도 도수도 진한, 무거운 위스키보다는 가벼운 느낌의 산뜻한 향의 위스키가 당긴다.
아녹 12년산은 가볍게 딱 한잔이 고픈 날, 아주 적절하게 어울리는 위스키다. 맛과 향을 흠뻑 느껴야만 할 것 같은 의무감은 느껴지지 않지맘, 살짝 머금고 있으면 달콤한 꿀향이 진하게 느껴져서 기분이 좋아지는 맛을 가진 이 위스키는 요즘 같은 봄날의 밤에 무척 잘 어울리는 위스키다. 자몽, 청포도와 같은 과일과 함께 마셨더니 달콤한 향이 배가 되어 느껴졌다. 지금까지 내가 마셔본 위스키 중 꿀향이 가장 두드러진 아녹 12년산은 한잔을 꽤 빠른 시간에 다 마셔도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도수여서 위스키의 독한 알코올향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도 생각보다 쉽게 마실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아녹 위스키는 녹듀 증류소에서 생산되는 위스키로 증류소와 위스키의 이름이 일치 하지 않는 몇 안되는 위스키 중 하나다. 처음 위스키 병을 보고서 ancnoc을 어떻기 읽어야하는지, 아녹인지, 안녹인지, 아크노크인지 알지 못했는데 여기저기 찾아보니 아녹 혹은 안녹이라 읽는게 보편적이라고 한다. 아녹 12년산 병은 다른 위스키 병의 디자인과 결이 약간 다른 느낌이다. 다른 유명한 위스키 병보다 더 세련되고 모던한 느낌을 주는 아녹 12년의 병 디자인은 마치 이 위스키가 가진 가볍지만 세련된 맛과 향과 몹시 잘 어울리는 듯하다.
-
집에서 채 오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아늑한 단골 바가 있는 덕분에 "가볍게 한잔"이 꽤 용이한 편이다. 예전에는 이런 날에 자주 마시던 위스키들만 찾았는데, 요즘은 마셔보지 못한 새로운 위스키들을 찾아 마셔보며, 그날의 기분과 위스키의 조화가 들어맞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 비가 오고 한주가 힘들었을 때늠 맛과 향이 아주 진한, 특히 피트향이 강한 위스키를 찾아 마시게 되고, 요즘처럼 날씨가 좋을 때는 뭔가 상콤하고 달콤한 위스키를 찾아보게 된다.
뭔가 위스키를 골라마시는 이유를 글로 쓰려니 스스로 좀 오글거리기도, 웃기기도 하지만 어찌됐든 지금 나에게 Big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위스키를 마시며 노는게 그냥 좋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딱 한잔 마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