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정말로 돈이 되나요?
소확행, 온전한 나, 욜로, 워라밸 마케팅 트렌드가 영원할 것만 같았는데 2019년부터 서서히 자기 계발, 성장, 업글 인간의 세력이 약간 더 우세한 장으로 옮겨왔다. 성장과 안정, 발전과 분배를 반복하며 사회의 다양성이 발전하는 것이라면 지금은 성장 쪽에 무게추가 실려있는 기간인 셈이다.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회사원에서 사업가로, 시키는 것만 하는 삶에서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는 삶으로 자아의 가능성을 무한히 확장하라는 메시지에 나 또한 가슴이 뛰어 그대로 회사를 뛰쳐나왔다. (할말하않)
경제적 자유나 자기 성장을 이루길 원하는 사람들이 행해야 하는 몇 가지 전통적인 단계가 있다.
1단계 : 경제관념이나 돈, 능력에 관한 과거의 비관적인 무의식을 뜯어고치고 현재의 선택에만 집중하기
2단계 : 글쓰기 등을 통해 온라인에 기록 남기기 (퍼스널 브랜딩 자산 쌓기)
3단계 : 전자책 쓰기 (자신이 지금까지 한 일 중 남들보다 특별히 잘하는 일, 경험 등을 콘텐츠로 만들어 패시브 인컴 창출하기)
1단계 방법으로는 하브 에커가 쓴 백만장자 시크릿이라는 책을 추천한다.
2단계 방법은 돈을 벌든 벌지 않든 글쓰기라는 행위가 인생에 해가 될 리 없다.
그리고 3단계가 수익 창출을 위한 전자책 쓰기. (*전자책을 쓰는 동기는 철저히 수익이다)
전자책은 결국 콘텐츠 사업이다. 콘텐츠 사업, 콘텐츠 마케팅은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유튜브 동영상, 전자책, 블로그에 쓰는 칼럼, 강의 영상이나 논문, 책이 콘텐츠를 전달하는 그릇이라면 나의 경험, 생각이나 주장, 노하우, 연구 결과 등이 콘텐츠가 된다.
콘텐츠는 한 번 만들어 놓기만 하면 자동화된 수익을 발생시킨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사고 있다.
한 번 만들어 둔 유튜브 영상, 온라인 강의 자료, 전자책 등이 꾸준히 팔리면서 일하지 않아도 벌리는 소득이 생기면 참 꿈만 같을 것이다. 콘텐츠는 브랜딩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기업이 노잼이든 유잼이든 콘텐츠를 만드는 데 시간과 돈을 쏟아붓는 것도 신뢰 자산을 쌓음으로써 고객과 관계를 좁히기 위해 하는 일련의 눈물 나는 노력이다. (브랜딩을 하는 것과 브랜딩이 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가장 직접적인 방법으로 콘텐츠를 통해 브랜딩을 할 수 있고, 성공적인 브랜딩이 구축되면 제품 같은 유형의 프로덕트에서부터 강의, 유튜브 영상, 전자책 등 무형의 유료 콘텐츠까지 판매할 수가 있다.
콘텐츠로 제대로 된 수익을 내는 것은 어려울뿐더러 설령 성공했더라도 자동화된 소득 덕분에 놀고먹지는 않는다. 콘텐츠 사업의 가장 큰 단점은 콘텐츠 메이킹의 흐름이 끊어지면 안 된다는 점이다. 상위 0.1퍼센트는 논외로 하고 일반적인 수준에서 본다면 10만 유튜버, 100만 유튜버가 되었다 한들 지속적으로 영상을 올리지 않으면 그 채널은 유지될 수 없다. 전자책 또한 마찬가지다. 한 번 써두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상위 노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끊임없이 브랜딩 콘텐츠를 생산해야 하며 전자책의 내용 또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줘야 한다. 콘텐츠의 특성상 아무리 비밀 정보를 담고 있더라도 시장 상황은 계속해서 변하고 정보는 상향 평준화되기 때문이다.
일련의 과정을 큰 에너지 들이지 않고도 해 낼 수 있고, 나아가 즐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사업에 적합하다. 그러나 나는 에너지 소모가 상당히 크다고 느꼈고 이것을 주업으로 삼기에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신 당장의 수익, 보상을 무의식적으로도 바라지 않고 자기 성장을 동기로 실행한다면 인생 경험 자산 정도는 쌓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본격적으로 돈 이야기를 해 보겠다.
세후 월 300만 원은 직장인들이 이 정도 월급이면 다녀볼 만하다는 수준에서 책정한 금액이다. 그렇다면 세후 월 300만 원을 벌기 위해 전자책을 몇 권이나 팔아야 할까? 전자책은 평균 13,000원 ~ 20,000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그럼 적당히 15,000원이라는 가정하에 수수료를 전혀 떼지 않고 순수익만 따졌을 때 200권을 팔아야 월 급여를 건지는 수준이다.
200권을 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반적인 전환율이 2~3% 임을 대입해 보면 최소 6,000회 이상의 조회 수가 있어야 한다. 판매 상위권에 있는 사람은 자신의 소셜 플랫폼 트래픽이나 팔로워가 어느 수준 이상일 확률이 높다. 혹은 지금처럼 경쟁이 치열해지기 전 시장에 진입해서 충분한 리뷰를 쌓았거나 (팔리는 컨텐츠라는 가정하) 상당한 광고비를 쓰고 있을것이다. 브랜딩이 되어 있지 않은 일반인들이 쉽게 BEP (손익분기점)를 넘기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물론 수입이 없는 대학생이 용돈으로 50만 원이라도 벌어보겠다고 하는 경우는 제외하겠다. 그 50만 원도 최소 30권 이상을 팔아야 하지만.
전자책을 쓰는 시간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그 책을 쓰기 위해 공부한 시간, 자료조사 시간까지 다 합쳐보면 생각보다 투자 비용이 크고 회수 금액은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글 쓰는 속도가 더디고 완벽주의자인 편이라 한 달 이상 걸린 것 같다. 혹자는 주말 이틀 쓰고 100만 원 200만 원 벌었다고 하면서 ‘전자책 쓰는 법’ 전자책을 판매하던데, 이틀 동안 쓴 책을 왜 그 돈 주고 사야 하는지가 한편으로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책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너도나도 (나를 포함하여) 전자책을 쓰다 보니 무엇이 양질이고 비 양질인지 구별이 잘되지 않는다. 수익만을 위해 대~충 써서 판매하는 전자책들도 수두룩하다. 나 또한 전자책을 쓰고 팔았지만 가능하면 전자책보다는 진짜 실물 책을 보길 추천한다. 그 책들은 몇 시간, 며칠, 몇 주 투자해서 쓴 책이 아니라 자격을 갖춘 저자가 몇 달, 혹은 몇 년을 자기 이름 걸고 써낸 책 들이기에 질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마치 전자책을 보면 숨겨진 고수의 팁, 노하우가 한가득 담겨 있는 비법 문서일 것 같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의 삶을 바꿔줄 수 있는 것은 전자책 안에 담긴 다른 사람의 콘텐츠나 노하우가 아닌, 나만의 실행, 나만이 겪을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한참 책을 쓰면서 남편에게도 노는 시간에 책을 써보라고 닦달했다. 뭘 써야 하냐고 묻길래 군대에서 자격증 따고 바로 취업한 이야기를 써보라고 했다. 남들은 제대 후 2년, 3년 준비하는 고시 공부를 군대에서 공부해서 1년 아끼고, 제대 후 1년 만에 시험에 합격했으니 이 또한 가치 있는 경험이자 노하우 전수 아니겠는가?
신이 나서 자기가 군 생활하면서 시간 활용을 어떻게 했는지 쭈욱 쓰던 남편. 남자들에게 군 이야기는 언제 어떤 식으로 해도 질리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소재인 것 같았다. 내가 읽기에도 되게 재밌고 유익한 내용들이 많았고 입대를 앞둔 대학생이 보기에 정말 양질의 자료였다. 근데 그 책, 한 권도 안 팔렸다. (남편, 미안)
물론 대학생 타겟층이 포진해 있는 해피캠퍼스나 탈잉, 혹은 카페나 커뮤니티에서 마케팅을 해도 되긴 했겠지만 귀찮았다. 그대로 해저 이만리.
그렇다면 무슨 주제의 전자책이 팔리는 것일까?
바로 돈과 관련된 주제들이 팔린다.
그 이유가 뭘까? 바로 전자책 시장의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은 돈을 버는 방법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나도 허대리님 유튜브를 통해서나 알았지, 일반인들은 이런 시장이 있다는 것조차 거의 모른다. 위에 썼던 시장의 성숙도가 아직 시기상조라고 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더불어 메이저격인 출판시장 책도 안 팔린다고 아우성인데 전자책 시장이라고 크겠는가)
최근에 유튜버 김머신님이 전자책을 팔겠다고 자기 채널에 홍보하고 판매한 수익 일정액을 기부했는데 정말 대단하고 멋있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초기에 유튜브 시장을 키우기 위해 대도서관님이 수익 공개를 대대적으로 하면서 사람들을 크리에이터 시장으로 끌어들인 것처럼 김머신님 또한 시장의 가능성을 테스트해 본 것이겠지.
이렇듯 언젠가는 커질 수 있으나 아직은 시기상조이며, 콘텐츠의 퀄리티를 측정하기 매우 애매하다는 측면에서 나는 썩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지는 않다.
내가 내린 결론과 전혀 다른 답을 내린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답 또한 틀리지 않았다. 다만 답을 내는 방법으로는 간접 경험이 아닌 직접 경험이 돼야 자신만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헬렌 켈러에게 설리번 선생님이 물이라는 단어를 설명하려고 그렇게 노력했어도 알아듣지 못했지만 어느 날 스스로 깨우친 헬렌이 자신의 세계관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한 것처럼.
그래서 나는 얼마를 벌었나?
*블로그에는 하지 못했던 이야기
블로그를 통한 판매 343,783원
크몽을 통한 판매 153,600원
*위에서 지속적인 콘텐츠 메이킹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했는데 내가 그 산 증인이다. 블로그 강의 컨텐츠를 중단하니 더 이상 팔리지 않는다. 이 전자책을 팔기 위해 블로그에 쓴 시간과 교육 비용까지 합해서 수익성을 따지면 초초초초초 마이너스다*
*돈을 내고 사 주신 분들이 있기 때문에 아직 판매하고 있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무료로 전환할 생각이다. 이 글은 내 전자책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의 글이 전혀 아니다. 이 전자책을 쓴 내가 이 주제에 대해 쓸 자격이 검증되어 있지 못 했다. 그럼에도 열정 하나로 나를 갈아넣어서 썼던 책이다. 만약 전자책을 쓰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 자신이 100퍼센트 확신을 가지고 있는 분야, 그리고 숫자로 보여줄 수 있는 성과가 있는 주제를 고르는 것이 도움될 것이다. *
감사했던 리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