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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기로 Mar 16. 2021

디자이너의 연봉이 낮은 이유 4가지

10년 차디자이너의 뇌피셜


이렇게 민감한 소재는 최애애애애대한 나중에 다루고 싶었는데.

약 3주 전, 디자이너의 연봉이 낮은 이유에 대한 아이디어랄까 인사이트가 솟구쳐서 결국 만들고야 말았습니다. (콘텐츠를)


다 만들고 났더니 좀 뻔한 내용인 것 같네요. ㅠㅠ 또한 제 경험에서 나온 생각일 뿐이라 전체의 입장, 소수의 입장을 대변하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주니어 분들에게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공유합니다. 







왜 내 연봉은 왜 이것밖에 안될까? 왜 사장님은 나한테 돈을 이것밖에 안 주지? 내가 벌어다 주는 돈이 을맨데. (<-이건 실제로 제가 주니어 시절 했던 생각입니다ㅋㅋ) 왜 클라이언트는 단가를 후려치려고 할까? 주변 사람들과 비교해 봐도 그렇고 왜 디자이너 연봉은 이것밖에 안될까?


이런 생각을 반복적으로 하고 계신다면 내 주변 상황만 보지 말고 경제의 구조를 살펴봅시다.






디자이너 이꼴 

박봉에 야근

많이들 들어보셨죠?

저도 이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렇다고.. 디자이너가 전부 다 박봉에 야근을 많이 할까요? 전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는 디자이너의 연봉이 낮은 이유 혹은 디자인 가치가 낮게 평가되는 이유를 네 가지로 이야기해 볼게요. 수요 대비 공급이 너무 많아서 그렇다 이건 다들 알고 계실 것 같아서 빼고 이야기하겠습니다.






첫째,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회사에 속해 있는지를 질문해 보세요.


회사는 이익집단이죠.

국가도 잘 사는 국가, 못 사는 국가가 있듯이 회사도 잘 나가는 회사, 겨우겨우 먹고사는 회사가 있어요. 회사는 생명체와도 같아서 많은 양의 돈이 빠르게 도는 우량한 시스템을 갖추고 싶어 해요.

최소한의 리소스를 투자해서 최대한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회사의 목표죠. 예를 들어 10억을 투자했을 때 3억을 벌 수 있는 회사와 똑같이 10억을 투자했을 때 1억을 벌 수 있는 회사가 있다고 가정해 볼게요. 그러면 당연히 3억을 벌 수 있는 회사가 부가가치를 더 많이 창출하는 회사겠죠?


아무리 유명한 에이전시라도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에이전시는 태생적으로 인력을 통해 시스템을 돌리는 구조예요. 유명한 에이전시에 있어도 연봉에 다소 실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사람'이 없어도 회사가 자동으로 돌아가는 구조를 만드는 게 어렵기 때문이죠. 그래도 연차가 쌓이면 에이전시의 연봉도 높아지니 너무 걱정은 마세요!! 단, 책임감도 어깨 무겁게 높아진다.


연봉을 많이 받고 싶다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회사에 입사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에요.


배달의 민족이 직접 요리하는 거 아니죠,

에어비앤비는 방 한 칸 갖고 있지 않아요.


그런데도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이 시스템에 속해있는 디자이너들의 연봉은 상상외로 높습니다. 복지도 좋고요. 우량한 시스템 (=매출액도 높고 영업 이익도 높은 회사/단순히 사원수로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에 내가 속해 있는가. 이것을 한 번 질문해 보세요.


당연하게도! 돈을 많이 버는 회사가 돈을 많이 줍니다. 너무 당연해서 죄송합니다만. 본인이 대기업에 있거나 클라이언트가 대기업인 경우 디자인 값이 높아지는 것이죠. 실제로 프리랜서나 디자인 회사가 견적을 뽑을 때 고객사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견적을 내기도 합니다. 똑같은 작업량이라도 말이죠. 그리고 견적을 더 높게 잡은만큼 퀄리티 업그레이드를 위해 힘을 씁니다. 한마디로, 견적에 작업물을 맞추는 겁니다.

 

역으로 회사 입장에서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최고의 품질을 찾기 때문에 연봉을 많이 주고 일을 잘하는 사람을 데려가는 거예요. 그러니까 크몽이나 라우드 소싱을 탓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의해 쌍방이 합의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죠!








두 번째. 높은 리턴이 기대되면 더 많은 투자를 합니다.


옆 부서 사람 연봉이랑 내 연봉이 다르다는 건 알고 계실 거예요. 회사 입장에서 생각해보자고요.

내가 사장이에요? a 부서는 직접적으로 돈을 벌어옵니다. b 부서는 a 부서를 서포트해요. 여러분이 사장이라면 누구에게 돈을 더 많이 주고 싶나요?


같은 인력 기반의 회사지만 컨설팅 회사는 돈을 훨씬 더 많이 버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에요. 컨설팅은 내 회사가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게 직접적인 가이드라인을 주죠. 투자를 하면 더 많은 이득을 취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기 때문에 컨설팅 비용으로는 아낌없이 투자하는 겁니다.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나라 대다수 기업의 현실은 디자인 부서는 서포트하는 부서로 취급받고 있다는 것이죠. 디자인에 투자를 하면 더 많은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심리적인 연결고리가 부족한 거예요. 이것은 아마도 Kpi를 측정하기 어려워서일 거라고 짐작해요. Kpi 란 핵심 성과지표의 약자인데요. 연봉 협상, 승급의 기준이 되는 지표예요. 과거에는 오로지 돈! 영업한 사람의 수! 근무 시간!처럼 숫자로 환산될 수 있는 것만이 kpi의 대상이 되었어요.


그렇다면 디자인 가치는 근무 시간으로 계산할 수 있을까요? 시안의 개수? 슬라이드 장표의 수?

상당히 애매하죠. 그래서 서포트하는 부서로 전투 더 락


희소식이 있어요.

최근에는 구글의 okr 이라던지 다양한 성과지표 툴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부서별, 직급별 모든 경계란 경계는 다 허물어지고 있는 추세죠? 프로젝트별로 디자인, 마케팅, 개발팀의 각 1인들이 팀을 꾸려서 프로젝트의 목표와 결과를 성과로 측정하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는... 제가 디자이너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디자인이 짱인것 같아요. 배달의 민족이나 에어비앤비 보세요. 디자이너가 오너가 되면 기적이 일어납니다. 디자이너는 시각적으로 완성된 형태를 상상하고 그릴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기획력만 갖추면 뭔들 못하겠어요?


인식 개선의 문제는 디자이너들의 과제 같기도 합니다. 시키는 일만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 디자인을 통해 얼마나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오너에게 끊임없이 설득하는 태도를 가져야겠죠. 물론 어렵습니다.







세 번째. 실무보다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합니다.


여러분은 혹시 실무만 잘하는 디자이너 아닌가요오? 제가 딱 그랬어요. 그래서 억울하기도 참 많이 억울했어요. 억울할 필요는 전혀 없는데. 그냥.. 제가 한 일에 대해 맛깔나게 설명하고 싶었으나 그게 안 돼서 답답했을 뿐 ㅠㅠ


피라미드 구조는 많이 보셨을 거예요? 모두가 정년까지 회사 생활을 하지 못 해요. 여기서 살아남는 사람이 과연 실무만 잘하는 사람일까요? 실무도 잘하면서 소통 능력도 좋은 사람일까요? 이건 과거의 관리자냐 실무자냐 하는 관점과는 좀 다른 것 같아요.


자신만의 기준과 철학이 있고 그것을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회사든 밖이든 살아남을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디자이너도 글을 쓰거나 자기 작업물을 온라인에 꾸준히 기록하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유튜브를 시작하고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는 이유기도 합니다. 하핳







네 번째. 주요 업무가 구축인지 운영인지 살펴보세요. 


자기 업무의 난이도를 객관적으로 파악해 보라는 건데요. 디자인 시스템을 창조하면 구축. 있는 것을 배리에이션 하는 것은 운영입니다. 당연히 무에서 유를 구축하는 디자이너가 실력도 더 좋고 몸 값도 높아질 수밖에 없겠죠.


규모가 큰 회사일수록 구축팀 운영팀이 아예 따로 있는데요, 구축팀이 되면 운영 업무까지 할 수 있지만 운영만 하던 사람이 구축을 하려면 알아야 할게 상당히 많아요.


그렇다면 운영 디자인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할까요? 그건 아니라고 봐요. 운영 디자인은 디테일이 중요하기 때문에 비주얼 그래픽의 끝을 볼 수 있어요. 상세페이지나 프로모션 디자인이 보통 운영팀에서 하는 건데요, 디자인의 종류가 다양하고 이런 류의 디자인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적합한 업무라고 생각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운영 디자인이 더 어렵더라고요.


어쩃든 디자인 단가만 봤을 때는 구축 업무가 더 비싸다는 것, 요건 팩트입니다. 스타트업의 경우 보통 두 가지를 다 하죠, 구축도 하고 운영도 하고 얏홍.








이상 제가 생각하는 디자이너의 연봉이 낮은 이유 네 가지였어요.

개인의 능력 탓, 사회적 구조의 탓, 탓탓탓 하기보다는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먼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인식을 나부터 개선하고 디자인의 힘을 스스로 믿는 게 첫걸음이 될 거예요. 기업과 디자이너의 나이스 한 경험들이 축적되면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조금씩 조금씩 변화가 있을 거라고 믿어요.


애플, 배달의 민족 츠타야 서점 이런 디자인 베이스의 프로덕트나 경험재가 늘어가고 사람들의 기대 수준도 높아지겠죠. 저는 우리나라 음악이 빌보드에서 1위 할 거라고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어요. 기적은 일어납니다. 우리가 꾸준히 그 자리에서 조금씩만 더, 어제보다 더, 성장하길 원한다면 말이죠.


지금의 자리에서 힘든 분들 사실 모두가 힘이 안 들지는 않아요. 연봉을 많이 받는 사람, 적게 받는 사람 힘은 모두 듭니다. 그 자리에서의 불만도 존재하고요. 그렇지만 자기 자신만 바라보자고요.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는 것부터 시작하는 걸로. 










오디오로 듣고 싶으신 분들은 여기로 : ) 오디오도 상당히 듣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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