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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기로 Aug 03. 2021

스타트업 창업 멤버vs초기 멤버 - 내가 했던 착각들

이상과 현실의 속사정


우선, 창업 멤버와 초기 멤버는 무엇이 다를까?

정량적으로 구분하자면 창업 멤버는 창업 후 처음으로 합류한 멤버, 초기 멤버는 회사의 bep (손익 분기점) 전환을 목전에 두고 있거나 엔젤투자 직후 합류하게 된 멤버를 말한다. 정성적으로 구분하자면 초기 멤버는 고정적인 월급이 어느 정도 기대되는 상황이기에 지분 가치보다 월급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며 반대로 창업 멤버는 지분을 상대적으로 더 가져가고 월급은 기존보다 적을 확률이 높다. 둘의 공통점은 서비스를 내가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새로운 것에 대한 강한 도전 정신이 있겠다. 물론 연봉의 이해관계가 맞았기에 들어오는 케이스도 적지 않다, 아니 어쩌면 대부분이.


이번 글에서는 디자이너로서 초기 멤버와 창업 멤버. 두 케이스를 모두 경험하며 희망과 현실의 갭 속에서 나의 착각들을 적어보려 한다. 







초기 멤버의 착각

초기 멤버로 합류하여 100억 투자 유치 성공까지 회사의 팽창과 축소를 퇴사 직전의 회사에서 경험했다. 스타트업이 성공하는 확률은 1퍼센트가 채 되지 못 하기에, 약 10명이었던 규모가 스무 명이 되고, 오십 명이 되고, 팔십 명이 되기까지 회사의 분위기, 문화, 성과, 인간관계의 변화를 보았던 것은 희소한 경험이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 회사를 떠나기까지 너무 많은 정이 들어 수많은 고민과 개인적인 아픔이 있었다.


첫 번째 착각.

자기가 잘하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다르게 말하면 자기가 잘해서 성공했다고 착각한다. 특히 초기 1,2년은 스스로 회사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퇴사를 결심할 무렵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보니 ceo의 역량이 회사를 좌지우지함을 깨달았다. 특히나 내 전 회사의 경우 o2o비즈니스 플랫폼이었는데, 디자인이나 개발 같은 기술 파트가 매출 구조의 중심에 있지 않았다. 이보다는 시장 상황, ceo의 자금 운용 능력, 영업, 마케팅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물론 비즈니스 필드마다, 시기마다 다르다고는 생각하지만. 회사의 성장에 나는 '보태기'를 했지, '필수불가결'한 역할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지금도 고민중인 '디자인'의 아이로니컬함이다.


두 번째 착각.

회사가 성장할수록 자신도 성장한다 생각했다. 

물론 성장하는 것도 일정 부분 사실이다. 나의 경우, 회사의 우선순위가 첫 1년은 오프라인 영업, 2년도 오프라인 영업, 3년 차에 들어서야 온라인 플랫폼으로 돌아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팀 단위로는 프로덕트 및 브랜딩을 꾸준히 개선했지만 전사적으로는 3년 차에 들어서야 okr을 도입하는 둥 제대로 일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 전에는 영업팀이 요구하는 바를 우선적으로 들어주는 수준이었다) 물론 다 나와 같은 경험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한 업무에 집중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세 번째 착각.

연봉이 폭발적으로 오르길 (내심) 기대했다.

첫 번째 착각과 이어지는 부분인데 자신이 기여한 만큼 회사가 성장하리라 믿었고, 성장한 만큼 응당 보상이 따르길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자금이 들어오면 기존 멤버에게 보상을 하기보다 새로운 인력을 뽑아서 전체 규모를 늘리는 데 더 포커싱이 되었다. 다시 말해 스테이지 1 멤버들은 처음의 계약 연봉보다 획기적으로 점프업 한 연봉을 한 회사에서 받기는 어려웠다. 반면 회사의 자본과 성장성이 어느 정도 확보되어 있는 상태기에 시간이 갈수록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을 원하는 고 능력자들이 합류하게 되었다. (어쩐지 윗사람이 계속 들어온다) 회사 입장에서는 초기 작은 회사 규모일 때의 손익 분기점은 넘겼지만 스케일 업을 위한 후속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흑자 전환이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멤버들에게 할 수 있는 보상 시점도 애매하고 특히 개개인, 팀별 성과 측정이 아예 없었던 1-2년 때는 평균에 수렴하는 역량으로 일 하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이 들 정도였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네 번째 착각.

지분의 덫. 지분이 있으면 회사의 주인일까?

이것은 창업 멤버 편에서 더 자세히 써보겠지만, 보통 초기~창업 멤버에게 주는 지분 혹은 스톡 옵션은 0.1~4% 수준이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주식 몇 조각에 의해 회사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기분을 느끼는 건 주식 시장에서나 통용되는 말이지 않을까 싶다. (그마저도 환상에 가깝지만) 오히려 지분의 덫에 걸려 퇴사도, 이직도, 무엇하나 선택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기도 한다. 나는 회사란 정체되어 있지 않고 유기적으로 흐를 때만이 생명력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굳이 장기 근속을 위한 정책을 펼칠 필요는 없다고 여긴다. 지분 때문에 퇴사는 못 하지만 업무에는 붕 떠 있는 직원 옆에서 일하는 것도 꾀나 괴로웠다. 어쨌든 무엇인가의 주인이라고 하면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지분으로는 자유를 살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기 멤버로 스타트업에 합류하길 원한다면?

-연봉 이외의 것을 기대하지 말아라

-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데 앞장설 것. (bx면 bx, ui면 ui, ux면 ux. 분류해서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몸 값 올리는 베스트 웨이) 디자이너가 없다면 외주를 쓰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위에 썼던 것처럼 한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되어야 더 큰 회사로 이직할 수 있다. 전 회사의 경험을 살려 이직을 원한다면 bx인지 ui인지 명확하게 입장을 정하는 편이 좋다.








창업 멤버의 착각

대단히, 대단하게 실수했던 나의 창업팀 경험을 이제야 풀어본다.



첫 번째 착각.

내가 창업자라고 생각했다.

주도적 마인드가 도를 넘었다. 창업자와 내가 가진 지분 구조가 동등하질 않는데 어떻게 창업자와 같은 위치에서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겠는가?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역량의 최선을 다할 뿐이었고 팀으로 일 하는데서 만족감을 얻었다. 그러나 결코 창업자는 아니었다. 창업자만큼 리스크를 지지 않았고 창업자만큼 리턴이 크지도 않았다. 나의 최대 실수는 월급을 지분으로 받은 것이었다. (는 무급)


물론 그것은 나의 선택이었다. 그러나 내가 질 수 있는 리스크의 크기를 당시의 나는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월급을 받지 않고 지분을 최대치로 받으면 이 회사가 마치 나의 회사인 양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저 애매했다. 책임도, 리스크도, 성과도 업무 분장도 모든 것이 다 애매해서 계속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선택하는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가장 컸던 것 같다.



두 번째 착각.

리스크를 동등하게 진다고 생각했다.

위에도 기술하긴 했으나 창업자와 나의 리스크는 결코 동등하지 않았다. 창업자는 시간, 금전적 손실을 모두 지는 데 반해 창업 멤버는 시간적 리스크만 지게 된다. 물론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했으면 돈을 더 벌 수 있는 기회비용도 있긴 하지만 이 일을 그만둔다고 해서 인생이 망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반면 창업자는 자신의 인생 전반이 걸릴 수 있는 문제기에 모든 면에서 더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하이 리스크 - 하이 리턴의 성격이 창업 멤버와 창업자는 매우 다르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야만 서로가 서로의 입장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 멤버로 스타트업에 합류하길 원한다면?

-자신이 질 수 있는 리스크의 크기를 반드시 체크하라

-창업 멤버와 창업자는 어차피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최소 1년은 심리적으로 버틸 수 있는 수준의 급여를 요구하라 (당신은 창업자가 아니다)

-정량적 목표를 만들어라. ㅇㅇ기간 안에 ㅇㅇ을 달성하지 못하면 스탑 한다.








요즘에는 이력서에 '지분 및 스톡옵션 거절'이라고 표기해 놓기도 한다는데 아마도 창업자와 멤버의 온도차를 스스로 느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자기 이해에서 나온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창업가의 dna는 따로 있다고 여긴다. 나는 창업에 적합한 사람인가? 리스크를 얼마나 질 수 있는가? 창업을 할 것이 아니라면 디자이너의 역할 및 역량에 충실하거나, 창업을 할 것이라면 창업 '멤버'보다는 '창업'을 선택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창업가만이 주도적인 위치이고 팀원은 수동적이어도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일에 주도적이면서도 자기다움을 아는 태도에서 자신의 최선이 나온다는 말을 하고 싶다. 주어진 운명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이 가장 아름답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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