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를 사기에 늦은 때란 없다

나는 사랑한다. 고로 기억한다. 기록하기로 했습니다(김신지, 2021)

by 정어리


한줄평 : 기록하면 무엇이 소중한지 알 수 있어요.


<서지 정보>

지은이 : 김신지

제목 :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출판사 : 휴머니스트

출간 연도 : 2021

페이지 : 총 213면

기록하기로 했습니다(김신지, 2021)


지금 이 순간을 미래에 남겨요

기록은 지금 이 순간을 미래로 부치는 일이라고 김신지 작가님은 말합니다. 우리에게는 우리 각자의 인생이 있고 저마다 무엇을 기록할지 선택할 수 있지요. 매일 한 줄씩이라도 기록을 남겨둔다면 겹겹이 쌓이고 세월이 지난 후에는 어떤 기록이라도 큰 가치를 지니게 됩니다. 하루하루가 소중하기에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을 기록할 수 있어요. 책에서 말하는 기록의 수단은 일기 한 줄이 될 수 도 있고 메모장 어플의 문자, 사진, 영상도 될 수 있어요. 이 책은 크게 일기 쓰는 방법, 순간을 수집하는 다양한 방법, 영감을 모으는 방법, 마지막으로 사랑을 남겨두는 방법으로 4가지 기록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무엇이든 기록해주세요. 매일 기록하는 사람은 하루도 자신을 잊지 않습니다.
그건 곧, 하루도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는다는 말과 같아요.

김신지, <기록하기로 했습니다>(2021), 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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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기 위해 기록하는 작가, 김신지 님

YES24 작가 소개에 적힌 위 문장이 이 책의 주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상을 사랑하기에 기억하고자 기록하는 것이죠. 아직 리뷰를 쓰지 않았지만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이유미, 2020, 위즈덤하우스)에서 에세이를 잘 쓰기 위해 참고할 책으로 김신지 작가님의 '평일도 인생이니까'(김신지, 2020, RHK코리아)를 추천하여 처음 알았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작가님을 에세이스트 이전에 트렌드 당일 배송 서비스 '캐릿'(Careet)으로 이미 알고 있었다는 거예요. 작가님은 MZ세대 트렌드를 알려주는 이 뉴스레터 서비스의 운영자이기도 하거든요. 평소 캐릿을 잘 받아보고 있어서인지 반가웠습니다. 이 책은 기록하고 싶지만 무엇을 기록할지 모르는 사람에게 두 번 읽으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내용 중에서도 어떤 점이 특히 좋았는지 3가지만 기록해보면요.

캐릿2.png 작가님이 이 귀여운 당근 친구를 보내주시는 캐릿의 운영자님이셨다니!(출처 : 캐릿)
KakaoTalk_20210221_161927852.jpg 김신지, <기록하기로 했습니다>(2021), p30, 휴머니스트


매일 한 줄씩 5년 다이어리 쓰기

매일 쓰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이 책에서 추천하는 방법은 매일 한 줄씩 5년 다이어리를 쓰는 겁니다. 늘 같은 하루를 사는 것 같지만 실은 단 하루도 같은 날이 없다는 걸 일기장을 펼치면 알 수 있어요. 어제는 토요일인데도 회사에서 급하게 전화가 와서 5분이면 끝날 일을 처리하러 왕복 1시간을 운전했는데요. 건물로 뛰어 올라가다가 주말 당직을 하는 중인 동기를 만났어요. 동기 형한테서 "애사심이 많네."라는 충격적인 말을 들었답니다. 또 아침에는 고양이 사과의 안식처인 캣폴이 제가 자고 있던 침대 쪽으로 무너지는 우당탕 소리에 놀라서 깼지요. 점심에는 인덕션을 약불로 켜 두고 넷플릭스를 보다가 방 안 온도가 28도로 올라서 더워하며 한참 뒤에야 켜진 불을 발견했고요. 정말 다이내믹한 토요일 아니었나요? 어제 일이라 생생하게 기억나지만, 기록하지 않으면 내년엔 잊고 말 거예요.


KakaoTalk_20210221_164146408.jpg 지독한 악필이지만 이렇게 2021년 2월 21일 / 2022년 2월 22일 .. 2025년 2월 21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록할 수 있어요!


 신기하게도 작년에 지인분께 5년 다이어리를 연말 선물로 받았어요. 책을 읽다가 깜짝 놀라서 선물해주신 분께 책에 5년 다이어리가 나왔다고 사진을 찍어서 보내드렸어요. 1월 하순부터 동력을 잃고 책꽂이에 있었던 다이어리를 컴퓨터 받침대 밑에 잘 보이도록 옮겨놓았습니다. 이 책을 읽은 뒤로는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무럭무럭 자라나 다시 열심히 적고 있습니다. 위 사진에 어제 있었던 일을 적었는데요. 사실은 2월 21일인 오늘은 일요일이라 가끔 이렇게 날짜를 헷갈리기도 합니다. 펼침이 완벽하지 않아서 더욱 글씨를 예쁘게 쓰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어요. 그렇지만 다이어리의 두께감과 디자인이 예쁘다는 장점이 다른 모든 단점을 상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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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지 작가님의 책을 읽다가 5년 다이어리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서 찍었던 사진입니다.


1일 1줍으로 좋아하는 순간 모으기

이 책에서 두 번째로 좋았던 내용은 #1일1줍 입니다. 좋아하는 순간을 따로 기록해두는 거지요. 작가님은 인스타그램 부계정을 만들어서 #1일1줍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매일 좋은 것 하나씩 발견하겠다는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고 합니다. 좋아하는 것이란 길을 가다 만난 멍멍이일 수도 있고요. 나무가 우거진 출근길일 수도 있어요. 공원에서 낮맥을 마시는 순간을 찍어서 남길 수도 있습니다. 5년 다이어리에서는 손글씨로 하루 한 줄씩 눌러쓴 기록을 남겼다면 1일 1줍을 할 때에는 사진으로 그 순간을 남기는 방법입니다. 인상 깊었던 점은 1일 1줍을 하는 인스타그램 부계정을 비공개로 운영하신다는 것이었어요. 이 대목에서 저희 집 고양이의 묘생을 기록하겠다고 만들다가 손놓았던 사과의 계정이 생각났습니다.


KakaoTalk_20210221_165950419.jpg 하루에 하나씩만 좋은 순간을 줍기, 김신지, <기록하기로 했습니다>(2021), p64, 휴머니스트


 사과를 인터넷 슈퍼스타로 만들겠다는 꿈을 안고 시작해서 유튜브도 운영했지만 번아웃이 와서 내버려 둔 계정이었어요. 댓글이 달리면 답방도 가고 대댓글도 달며 열심히 활동했지만 소통 자체에 부담을 느껴서 얼마 전에 지울까 생각도 했었거든요.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서 '왜 사과 계정을 만들고 사진을 올리는가' 자문하면서 처음의 의도를 떠올렸습니다. 평균 15년을 사는 고양이의 묘생을 남기고 싶었던 거지 사과가 유명해지는 건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니더라고요. 비공개로 돌리지는 않았지만 꼭 소통을 열심히 하지 않아도 매일 하나씩 사과의 기록을 남기는 게 진짜로 중요한 거라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1일1사과라는 저만의 해시태그를 만들어서 이번 주말부터 다시 부담 없이 업로드를 재개했습니다. 좋아요 수에 집착하다가 일상의 소중함을 남기지 못하게 된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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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오던 작년 이후로 6주 동안 기록이 멈춰있었던 저희 고양이 사과 계정을 다시 시작했어요!


우리가 사랑한 모든 것들이 사라지기 전에

마지막 세 번째 좋았던 점은 4번째 장인 '사랑을 남겨두기로 했습니다'입니다. 어머니, 아버지, 반려동물 등 사랑하는 이들의 모습, 목소리, 몸짓, 걸음걸이를 기록하자는 내용이 있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은 사라지게 마련이고 늘 지나고 나서 '그때 사진 한 장이라도 남겨놓을 걸' 하면서 후회하게 되지요. 그런데 책에는 작가님의 친구가 작가님에게 꼭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 영상을 남겨 놓으라고 당부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메시지가 있고 사진이 있어도 거기에 목소리는 남아있지 않아서 너무나 후회가 된다면서요. 저도 비슷한 내용을 한 비디오 조명 전문가분의 유튜브를 보면서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자신의 영상도 찍으려면 정말 어색하지만 영상에는 생각보다 사랑하는 이에 대한 많은 정보가 담겨있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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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그림은 제가 어머니와 부모님 댁 뒷산을 다녀오고 그린 낙서입니다. 잣나무 아래에 함께 등산했던 기억을 그림으로 옮긴 것인데요. 불효자라서 몇 주마다 한 번씩 부모님을 찾아뵈다가 모처럼 어머니와 등산은 처음 가봤는데도 지나고 보니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더라고요. 인물사진이 찍기 어색했으면 하다못해 잣나무 숲 사진이라도 찍어놓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후회감에 스케치북에 그린 그림입니다. 붙잡고 싶었던 순간을 놓치고 나서 후회해본 경험이 있었기에 4장의 내용이 더욱 공감이 갔습니다. 물론 어머니와 산에 다녀오면서 했던 이야기는 글로도 남겨두었습니다.


KakaoTalk_20210221_171636086.jpg 지금 사랑하고 있는 것들을 기록하세요, 김신지, <기록하기로 했습니다>(2021), p174, 휴머니스트


김신지 작가님의 책 <기록하기로 했습니다>를 읽으며 느낀 점은 삶에 대한 애착이었습니다.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사람은 매일 자신과 함께하는 사람, 동물, 풍경, 대화, 웃음소리, 목소리도 사랑하겠지요. 이 모든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반드시 사라지겠지만, 우리의 기록 속에서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글, 다음으로는 사진, 마지막으로는 영상으로 남길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소개하는 점과 작가님 본인은 어떻게 기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시가 풍부해서 좋았습니다. 5년 다이어리는 다행히 집에 있었지만, 몰스킨 다이어리 뽐뿌는 어떻게 물리쳐야 할지 조금 고민입니다. 어쩌면 오늘 대형서점 문구 코너에 뛰어갈 수도 있고요. 그곳에서 오늘 저의 1일 1줍을 만날 수도 있겠네요, 여러분의 1일 1줍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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