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하고 계획적이고 집요하다. 노희영의 브랜딩 법칙(노희영, 2020)
브랜딩이란 보통내기가 덤벼서 될 일이 아니다. 노희영이라는 사람은 정말 보통내기가 아니다.
지은이 : 노희영
제목 : 노희영의 브랜딩 법칙
출판사 : 21세기북스
출간 연도 : 2020
페이지 : 총 342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브랜드를 기획하고 만들고 성공시킨 사람이 알려주는 브랜딩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대한민국 브랜딩 1타 강사가 알려주는 업력 30년 요약본이 이 책인 셈이지요. 1부는 성공한 브랜드는 어떻게 탄생했는지, 2부는 우리에게 익숙한 브랜드가 어떻게 리뉴얼되었는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오리온과 CJ에서 임원으로 활동하신 분이라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편견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실무는 평직원들이 다 한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요! 오해였습니다. '웬만한 실무자보다 많이 알고 열심히 일하는 임원'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의 성공 비결과 함께 기획자의 일머리, 마인드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입니다
노희영 님을 작가님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어색합니다. 인터넷에서 노희영이라는 사람을 검색하면 알 수 있는 그의 커리어 중에서 작가라는 직업은 빙산의 일각이기 때문이지요. 노희영이라는 분은 우리 생활 속에서 접할 수 있는 웬만한 브랜드를 탄생시켰습니다. 마켓오, 비비고, 계절밥상, 삼거리푸줏간이 이 분의 작품입니다. 백설, CGV, 올리브영, 갤러리아 백화점의 리뉴얼도 그렇습니다. 천만 관객 영화인 광해와 명량을 마케팅하기도 했지요. 손을 거친 브랜드는 200여 개에 달하며 뚜레쥬르, 투썸플레이스, 빕스의 리노베이션도 이 분의 작품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노희영'이라는 이름은 작가보다는 브랜드 컨설턴트, 브랜드 전략가에 더욱 어울립니다. 이 책까지 3권째 작품 활동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에요.
책에서는 12개 브랜드를 다루고 있어서 이번 리뷰에서 전부 짚어보기에는 무리에요.. 브랜드보다는 '일'과 관련된 인상 깊었던 내용 3가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책에는 상품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 소비자의 취향을 무시한 발명품을 만들면 안 된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소비자의 기호를 최대한 분석하고 기존의 것을 살짝 비틀었을 때 고객은 익숙하면서도 맛있다고 느낀다는 것이죠. 소비자의 관점에서 생각하려면 기획자가 아닌 소비자가 되어야 합니다. 만약 음식을 기획하는 사람이라면 인기 있는 식당에 가서 먹어보고 체험해보되, '별거 없네'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반드시 그 식당이 인기 있는 이유를 예민하게 관찰해서 찾아내야 소비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고 작가님은 말합니다. 소비자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려면 이처럼 현재 어떤 게 인기 있고 트렌드의 중심에 있는지 항상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인기가 있다면 왜 인기가 있는지 알아야 하고요. 가보고 먹어보고 써봐야 되고!
기획자라면 변덕스럽고 예민한 소비자의 마음을 읽기 위해 끊임없이 관찰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진정한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
-노희영, <노희영의 브랜딩 법칙>, 2020, 21세기북스, p.85
소비자에게 인기 있는 트렌드가 무엇인지를 알려면 트렌드의 중심에 있어야 합니다. 트렌드를 흡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콘텐츠를 직접 소비하는 겁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본다면 작품 속 의상, OST, 음식을 관찰해보는 거예요. 마음에 드는 디자인은 사진 자료로 저장해놓기도 하고요. 대중들은 보통 콘텐츠를 전체적으로 소비합니다. 기획자라면 부분을 볼 수 있어야 해요. 인기 있는 콘텐츠를 세부적으로 분석해서 자신만의 콘셉트로 녹여내야 합니다. 트렌드의 중심에 있으려면 성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해당 분야를 좋아해야 정확히 무엇이 좋은 지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콘셉트를 정할 때는 본질에 집중해야 합니다. 브랜드를 만들어서 성공하더라도 경쟁사의 카피 전략은 브랜드를 위협합니다. 반대로 내가 경쟁사라고 생각했을 때 시장을 주도하는 브랜드의 콘셉트를 모방하고 추종하는 게 옳은 선택인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작가님이 '계절밥상' 브랜드를 성공시키자 후발주자들의 진입으로 본질이 흐려지기 시작합니다. 점포와 메뉴 수를 늘려나가는 쪽으로 경쟁이 심화되다 보니 처음의 '신선한 재료로 제철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취지가 무색해집니다. 이때 대기업의 R&R 구조나 점포의 낮은 주인의식은 일관된 브랜드 철학을 지키기 힘들게 합니다. 업에 대한 본질을 잃지 않고 이유 있는 고집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이지요. 작가님은 손익계산보다도 브랜드 철학이 우선이라고 말합니다.
무조건 젊어지려는 변화는 실수다! 정체성과 역사성이 훼손된 변신은 유죄다! 책에는 설탕 브랜드 '백설'을 리뉴얼하는 과정을 예로 들어 브랜드의 본질을 지켜야 하는 이유가 나옵니다. 무엇을 없애고 바꿀지 고민하기보다 무엇을 남길지를 더 고민하는 게 브랜딩이라고 작가님은 말합니다. 무엇을 해도 되고 하면 안 되는지를 명확히 하는 게 브랜드의 콘셉트가 되는 것이죠. 특히 한 회사 아래 여러 가지 브랜드가 있다면 서로의 콘셉트를 침범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공감하고 또 공감하는 이유가 브랜드 가치는 남을 따라 한다고 쌓이지 않기 때문이에요. 회사, 브랜드, 나라는 사람으로 좁혀서도 생각해볼 만한 주제입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보다 하지 말아야 하는 게 무엇인지 아는 게 더 중요하다! 이 메시지는 이 책 전에 읽었던 박창선 작가님의 책 <어느 날 대표님이 우리도 브랜딩 좀 해보자고 말했다> 책에서도 공감했던 말이에요.
미친다는 건 좋은 겁니다. 그만큼 자신의 일을 좋아한다는 증거이니까요. 일이 싫은 사람은 무기력해질지언정 미칠 수는 없어요. 하지만 내가 회사의 주인이 아닌데 어떻게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을까요? 월급쟁이는 회사의 배터리, 톱니바퀴 같이 그저 쓰이고 버려지는 소모품이 아닌가요? 작가님은 책의 부분마다 수동적인 월급쟁이 관점을 전환할 수 있도록 '띵언'을 심어놓았어요. 그저 직위가 높아서 브랜드를 좌지우지하는 사람이 된 게 아니다. 처음부터 보통내기가 아닌 마인드로 일했기 때문에 지금처럼 브랜드를 좌지우지하는 사람이 된 것이죠.
작가님은 일에 미친(좋은 의미로)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합니다. 남이 시켜서 하는 일을 할 때에도 치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일에 풍덩 빠져서 몰입하고 즐깁니다. 회사의 주인은 아닐지언정 '나'라는 브랜드의 주인은 자신이니까요. 무슨 일이든 부정적인 생각이 앞섭니다. 왜 별로인지 이유를 대라면 10가지도 댈 수 있지요. 프로 비평가가 됩니다.(과거의 제 모습?!) 여기서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표현이 나오는데요. 바로 비평가가 아닌 전략가가 되라는 말입니다. 안 되는 이유가 아니라 상황에 맞게 해내는 방법을 찾는 사람이에요. 회사에 이용당한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배우고 성장하는 수단으로 자신이 회사를 이용한다고 생각하라. 이 얼마나 야망이 느껴지는 혁명적인 생각인가요? 저는 이런 야심과 야망은 없지만 이러한 관점이 멘탈 관리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서평 쓰기는 참 힘들어요. 책을 한 번 읽으면서 포스트잇 인덱스로 열심히 좋았던 부분을 표시하고 두 번째 읽어도 좋은 점을 추리기가 힘든 책을 만날 때는 더욱이요. 결국 제대로 리뷰하기 위해서는 책을 세 번 정도 읽어야 합니다. 사실 이렇게 읽어도 이 책에서 제가 느낀 점을 충분히 전달했는지 의문이 들 때에는 아쉬워요. 회사에서 브랜딩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이라면(꼭 브랜드를 다루지 않더라도) 깊이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브랜딩 관련 업무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배울 점이 많습니다. 일을 몰입하고 즐기는 사람은 자신의 일을 어떻게 대하는지 생각해볼거리가 많거든요. 브랜드의 정체성과 본질이 중요한 이유에 공감하면서 책을 읽다 보면 나라는 개인의 퍼스널 브랜드에 대해서도 생각이 꼬리를 물게 됩니다. 브랜드는 사람을 닮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