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에게 보내주려고 손수 타이핑한 납량특집심야 괴담 썰
이 이야기는 제가 초등학생 시절 겪었던 일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 먹는 걸 좋아했던지라 또래에 비해 뚱뚱했습니다. 운동을 좋아하지도 않았는데요. 어느 주말 저녁 아버지는 이런 저를 못마땅해하시면서 동네에 있는 산에 다녀오자고 하셨습니다.
'이 야밤에 산이라니..' 당시 시간은 저녁 여덟 시였습니다. 밤에 산에 가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달빛 아래 자기 발 밑과 앞사람 등 정도만 희끄무레하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정말 아무것도 제대로 보이지 않고 깜깜합니다.
아버지와 저는 등산로 초입에 도착해서 포장된 오솔길을 올라갔습니다. 아주 간간히 주황색 불빛만 멀리서 보이고 칠흑 같은 산책로를 오르기가 싫었지만 어쩔 수 없었죠. 제 앞에 아버지 등과 제 신발만 쳐다보면서 저희 부자는 말없이 산을 올랐습니다. 들리는 소리는 저희 두 사람의 발자국 소리뿐이었습니다.
한참 산을 오르던 그때, 갑자기 길 오른편에서 제 또래인 것 같기도 하고 저보다 더 어린 목소리의 여자아이가 해맑게 웃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처음엔 등산로 오른쪽 계곡에 누가 놀러 왔나 보다 했는데, 생각해보니 소름이 쫙 돋았습니다.
왜냐하면 그 늦은 시간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계곡에 사람이 있으려면 보통은 가족이나 친구라든지 다른 사람이 함께 있기 마련이었는데요.
제 귀에 들리는 소리는 오로지 여자아이의 웃음소리뿐이었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한 건 제 앞에서 걸으시는 아버지는 아무 말씀이 없으셨던 점인데요. '아버지도 조금 무서우셔서, 일부러 티를 안 내시나?'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저희 부자는 산을 계속 산을 올랐는데 아이의 웃음소리는 처음 들었을 때부터 끝까지 목소리가 멀어지지 않고 소리 크기가 일정하게 들려서 너무 무섭고 털이 곤두서는 느낌이었습니다.
차마 옆을 보거나 고개를 못 돌리고 발만 쳐다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웃음소리의 주인공과 눈이 마주치기라도 할까 봐 두려워서요. 당시 교회를 다녔던 저는 속으로 주기도문을 계속 외웠습니다. 그렇게 끔찍한 시간이 지나고 저희는 산 중턱에 있는 절에 도착했습니다.
아버지는 안에 들어가서 절하고 올 테니까 밖에서 기다리라고 하셨습니다. 아버지가 절을 올리시는 동안 저는 속으로 기도하며 버텼고, 그 후로도 잔뜩 긴장한 채로 산을 내려왔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던 저는 집 앞에 불이 환한 곳까지 오고 난 후에야 아버지께 "혹시 아까 산에서 어떤 여자애가 계속 우릴 따라오며 웃었는데, 아버지는 듣지 못하셨냐"라고 여쭤봤습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표정이 굳어지면서 "아무 소리도 못 들었는데?"라고 되물으시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 말씀을 듣고 저는 다시 한번 등 뒤에서 소름이 돋는 걸 느꼈습니다.
아버지의 말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어쩐지 나도 아까 법당 안에서 절을 하는데 오늘따라 느낌이 싸하고 오싹한 기분이 들어서 빨리 나왔어.."
무서웠던 기억은 그렇게 지나가고 얼마 후, 저는 동네 친구 두 명과 그 산책로를 대낮에 다시 찾았습니다. 그날따라 다른 길로 가고 싶었는지 친구와 산책로 초입의 오른편 숲으로 걸어가 보았는데요. 어느 나무 위에 걸려있는 물건을 보고 깜짝 놀라 겁에 질려버렸습니다.
나무 위에는 어린아이가 입는 청자켓이 걸쳐있던 것이죠.
마치 얼마 전 한밤 중에 들은 목소리의 여자 아이 것처럼 보이는.. 그 뒤로 저는 당분간 산을 가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 이야기는 요즘 한창 심야괴담회를 보면서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잊고 있었던 저만의 공포 썰이 생각나서 스마트폰으로 손수 타이핑 해서 컴퓨터에 옮겨 적어 본 글입니다. 짧은 이야기이지만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