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생 살기 위해 지켜야 할 것들, 포기해야 하는 것들에 관하여
몇 시에 잠들고 언제 일어나야 인생을 바꿀 수 있는가. 하루를 48시간으로 사는 방법은? 이렇게 3년만 하면 동료 직장인과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부동산 유튜버의 동영상 소리에 운전하는 동안 귀를 기울입니다. 아, 정답은 새벽 4시에 기상해서 10시에 잠을 자는 미라클 모닝이었습니다.
저녁 12시부터 새벽 1시 무렵에 자서 일곱 시 반에 일어납니다. 회사에서 가까운 곳에 산다는 사실이 창피할 정도로 매일 8시 55분에 쫓기듯이 출근하는 저. 이런 저도 오늘부터 열 시에 자면 갓생(God+生, 부지런한 삶을 뜻하는 신조어) 살 수 있을까요?
직장만 열심히 다니면서 은행에 저축하는 것 만으로는 삶을 보장받을 수 없는 사회입니다. 회사는 더욱이 나의 인생에 관심 가져주지 않습니다. 각자도생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해졌습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자기 계발이나 투자를 하지 않으면 마치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 취급을 받습니다. '파이프라인'이니, 'n잡'을 권장하는 책과 유튜브가 쏟아집니다. 언젠가부터 저의 유튜브 홈 화면도 반 이상은 돈과 성공을 이야기하는 썸네일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30대는 '내가 20대에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에 관하여, 40대는 '마흔이 되기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에 관하여 30대에게 지식을 전합니다. 누군가는 '워라밸'을 따지지 말고 일과 혼연일체가 되라고 주장합니다. 또 다른 누구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진실을 하루빨리 깨닫고 회사를 탈출하라고 합니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강남 아파트나 상가를 갖고 있지 않다면 말이죠.
스마트폰 속에는 저와 비슷한 또래, 또는 저보다 훨씬 어리면서도 성공한 사람들이 차고 넘칩니다. '이 나이 먹고 지금까지 뭐 했나' 하는 자괴감을 안겨주는 존재들입니다. 직장만 다니기도 바쁜데 언제 공부하고 투자해서 성공했는지 그저 대단할 뿐입니다. 결론은 회사 밖에서 답을 찾든지 안에서 승부를 보든지 간에 죽어라고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겁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부터 갭니다.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비몽사몽 한 기분으로 고양이 화장실도 비웁니다. 반쯤 뜬 눈으로 고양이 식기를 씻고 다시 채워놓습니다. 전자레인지에 햇반을 돌리면서 청소를 시작합니다. 청소기로 한 번, 물걸레로 한 번. 그 후에 아침밥을 먹습니다. 샤워하고 옷 갈아입고 집을 나설 때는 이미 아침 8시 반. 지각하지 않기 위해서 인제 서킷에서 타임어택을 하는 드라이버로 변신합니다. 오직 출근. 자아성찰이라든가 생산성은 찾아보기 힘든 저의 '생계형 모닝'입니다.
출근하기도 바쁜데 아침에 공부를 하고 글을 쓰라고요? 아무래도 기상시간을 한참 앞당겨야 할 것 같습니다. 퇴근 후 3시간만 있다가 잠든다 해도 어쩔 수 있나요. 회사일만 하지 않고 나 자신을 위한 생산을 하려면 없는 시간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새벽녘에 일어나 명상하고, 공부하고, 글 쓰고, 운동하고, 청소하고 아침 먹는 '미라클 모닝'의 삶. 퇴근 후에 멍하니 유튜브를 보고 커뮤니티를 서핑하다 잠들 때에 비해 훨씬 순도 높은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매일 같이 새벽에 일어나고 잠을 열 시에 자면 애인은 언제 만드나요? 미라클 모닝도 좋고, 파이프라인도 좋습니다. 그게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 평짜리 사무실 책상 앞에서 생을 마감하기에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사랑도 해야 합니다. 저도 때로는 동네를 벗어나 가로수길 카페에 앉아있고 싶습니다. 카페에서 콘텐츠를 만들거나 책을 펼쳐놓고 공부하는 대신에 소중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퇴근 후 데이트를 하다가도 저녁 9시만 되면 하품을 하고 10시면 잠을 자야 한다고 전화를 끊는 사람도 좋아해 줄 사람이 있을까?' 하는 덧없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저는 미라클 모닝을 하지 않는 지금도 애인이 없습니다.
재테크와 투자를 강조하는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유부남인 건 저의 착각일까요? 넷플릭스 해지해라. 콘텐츠를 소비하지 말고 생산자가 되어라. 물건 사는 데에 재미 붙이지 마라. 남는 돈이 있으면 주식 한 주라도 더 사라. 주말에는 부동산 임장 다니는 데에 취미를 붙여라. 백번 맞는 이야기이지요.
언젠가 부자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러다가 평생 혼자로 생을 마감할 것은 확실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열심히는 살고 싶습니다만, 오로지 생존을 목적으로 하는 생계형 자기 계발은 어쩐지 서글픕니다. 그냥 그렇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