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과 진담 사이

여전히 적응 안돼

by 둥댕멈

이곳에 온 지 어언 2년 도합 3년이 넘었다.

내가 어릴 때 왔을 때는 더 옛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종차별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인종차별을 당한 주변인의 이야기는 물론 있었다. 레바니즈들에게 계란을 맞아 속상해하던 언니 커플도 있었고 이래 저래 일도 많았지만, 똑같이 남의 나라에 와서 살면서 참으로 못됐다. 하며 말았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는 여간 사람의 신경을 날카롭게 만들지 아니할 수 없었다. 가게의 매출도 곤두박질치고 너무 힘든 생활이었다. 겨우겨우 집에 필요한 물건이 있어 사러 나갔을 때 구경을 하던 나를 보던 이나라 여자의 시선 참으로 따갑고 평소에는 느낄 수 없었던 것이라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피해 의식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그때 당시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랬을 것이다.


그냥 여기서는 잘 볼 수 없는 동양인이라서 쳐다보는 거야 하며 애써 마음을 잡고 그냥 필요한 것을 사 가지고 집으로 돌아갔다. 내 남편은 그래도 이 시골에서 꽤나 오랜 시간 사업을 해온 사람이다 보니 본의 아니게 유명인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의 여파를 피해 갈 수 없었다. 나는 그가 무능력하다고 느끼는 와중에 코로나가 악화되었고 더 생활이 어려워져 그에게 화를 내는 일이 늘어났다. 생활을 이어가려면 배달 알바라도 하라면서 등 떠밀리듯 시작한 그의 투잡 생활. 나는 그렇게 할만한 이유가 있었고 그도 그래서 순순히 따랐고, 열심히 일했다. 자신이 오래된 가게의 사장임을 알게 된 동료들의 시선이 처음에는 두려웠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나 그것도 잠시 그는 금방 기운을 차렸고 동료들도 사장인데도 다른 일 하는 너의 모습이 정말 멋있다고 이야기해주고 하여 그도 기운을 차리고 신나게 일했다.


새 가게를 오픈하고 얼마 안 있어 어느 손님이 와서 이 음식들은 코로나랑 같이 왔어? 이러면서 자기 혼자 웃는다. 일 끝날 때쯤 온 사람이라 나랑 송아지 밖에 없었는데 내가 구린 표정을 짓자 농담이라면서 같잖은 제스처를 취하길래 송아지가 그냥 웃으면서 계산해 주고 보낸다. 가자마자 나는 욕을 해댔다. 송아지가 배달 알바를 잠시 했을 때 송아지를 보고 자기는 동양인이 너무 싫다며 욕을 하고 돈을 내던졌던 손님이 생각났다. 나는 그를 그냥 둘 수 없어 친구에게 조언을 구했고, 송아지는 용기를 내어 회사에 그 고객의 이야기를 했다. 회사는 다행히 그런 일은 이 나라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수치스럽고 자신이 대신 사과한다면서 그 손님을 블랙리스트 처리해버렸다. 송아지가 16년가량 이곳에서 겪은 처음 있는 인종 차별이라고 하였다.


이런 크고 작은 일상생활 속에 자신들은 농담이라고 하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은 농담이 아닌 진담인 나날들.

나는 이렇게 큰 일이나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했는데 볼일 보러 갔을 때 가볍게 했던 말들 사이에서도 인종 차별이라고 느끼는 일이 많다고 한다. 내가 동양인이고 배우자랑 같이 왔다고 하면 뒤의 동양인이 당연히 상대 배우자 인지 아는 경우 같은 일이 많다고 한다. 내 배우자가 이 나라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국제결혼을 한 케이스)


듣고 보니 우리도 그런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다. 레스토랑에 밥을 먹으러 갔는데 방송으로 어떤 차를 빼 달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고 우리 차가 아니라 그냥 무시하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한 직원이 와서 혹시 그 차가 우리의 자동차가 아닌지 확인하고 갔다. 현대자동차였기 때문에 동양인인 우리에게 먼저 와서 물어본 것이다. 기분이 묘했다. 도요타였어도 우리한테 먼저 왔을까?(이 나라는 도요타가 국민차 일 만큼 많이 타고 다닌다.) 기분이 썩 좋지 못했던 그날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나였으면 어땠을까? 내가 그 직원이었으면? 나 역시, 내 딴에, 누군가에게 물어보는 확률을 줄여보고자 그렇게 행동했을 것 같다. 손님이었던 나는 비싼 돈 주고 먹는 밥인데 그런 기분을 덤으로 얻었으니 당연히 그곳에 그 이후에 아주 자연스럽게 가지 않았다.


별 일 아닌 것에, 예민하다고 생각하는 것들 일지라도 사람들은 상처 받고 스스로를 그 안에 가둘 수도 있다는 것을 오늘 깨달았다. 남에게 가시 돋친 말을 하지 말아라. 내가 가 가시 돋친 줄 알고 하나? 어렵다. 내 마음이 상대방 마음과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칭찬하고 보듬고 사랑하는 이야기를 하면 달라진다. 그냥 그런 일들이 아무것도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말이다.


별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별난 세상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