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주택_책 속의 여름

Prologue

by sari 고나희

여름은 현관문을 열었다. 온도가 낮지만, 너무 차갑진 않은 바람이 열린 문을 통해 집 안으로 밀려들었다. 이제 막 시작되는 가을을 머금은 바람이 여름의 머리칼을 스르르 흐트러뜨렸다. 여름은 바로 집을 나서지 않고, 문을 연 채 바람을 받고 잠시 서 있었다. 가을바람은 그녀가 좋아하던 게 아니었다. 가을이 유독 쓸쓸하게 느껴져, 그 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바람이 달갑지 않던 여름이다. 봄의 새싹도, 여름의 초록도 지나간, 헐벗은 가지들로 이루어진 가로수를 보면 가을이 온 게 확연히 느껴졌고 그 풍경은 언젠가 찬 기운이 가득한 담벼락으로 쫓겨나 온몸을 헐벗은 가지처럼 외로이 떨던 소녀를 소환했다. 그렇게나 가을이라는 계절과 그 계절을 몰고 온 것만 같은 바람이 쓸쓸해 싫었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스럽게 싫지 않았다. 왜지. 왜 괜찮은 걸까. 가을이 반갑지 않았고, 탐탁지 않던, 시간은 지나간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