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5천만원의 무게

끝나지 않은 이야기

by sarihana


손에 쥔 1억 5천만 원의 계약서는 부모님의 노고와 나의 5년간의 땀이 담긴 꿈이었다. 낡은 고시원을 벗어나 반려묘 솜이와 함께 새집으로 간다는 희망에 부풀었지만, 한 달 만에 모든 것이 거짓임이 드러났다. 등기부등본은 위조되었고, 내 전 재산이 묶인 집은 이미 거액의 빚더미에 앉아 있었다. 솜이를 끌어안고 절망에 잠식된 나는 경찰을 찾았으나, "개인 간의 채무 문제"라는 차가운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벼랑 끝에서 만난 '청춘 빌라 전세 피해자 모임'은 유일한 희망이었다. 나와 같은 절망에 빠진 이들과 함께 우리는 연대하여 세상에 진실을 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고, 한 피해자의 비극적인 죽음은 나를 무너뜨렸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강력한 책임감을 심어주었다. 나의 싸움은 단순히 돈을 되찾는 것을 넘어, 다시는 그 누구도 이런 비극을 겪지 않게 하려는 거대한 외침이 되었다.


나는 모든 일의 시작이었던 선배 재민을 찾아가 진실이 담긴 외장하드를 받아냈다. 자료를 공개하며 정의가 실현되는 듯했으나, 수사 과정에서 재민이 단순한 희생자가 아닌 가해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선과 악의 경계가 무너지는 현실 속에서 나는 이 싸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수년이 흐른 어느 늦은 밤, 사무실 문을 나서는데 한 청년이 다가왔다. 그의 눈에는 과거의 나와 똑같은 절망과 불안이 서려 있었다. 나는 조용히 문을 열고 말했다. "들어오세요.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될 겁니다." 이 싸움이 어떻게 끝날지 알 수 없지만,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나의 이야기는 이제 다른 이름의 지우들에 의해 계속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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