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블루스 1편 - Part10

1억 5천만원의 무게

by sarihana

4부: 1억 5천만 원의 무게

10장. 열리지 않는 상자


지우는 윤호에게 받은 외장하드를 주머니 깊숙이 찔러 넣고 폐허 같은 사무실을 나왔다. 차가운 공기가 폐부 깊숙이 들어왔지만, 그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선배의 마지막 고백은 그에게 배신감과 함께, 거대한 그림자의 실체를 마주했다는 막중한 부담감을 안겨주었다. 자신의 감옥이 된 집으로 돌아와, 그는 하준에게 연락했다. 새벽이 깊어가는 시간, 두 사람은 외장하드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것은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보였다.


하준이 가져온 노트북에 외장하드를 연결했다. 화면에는 셀 수도 없을 만큼의 폴더와 파일이 쏟아져 나왔다. 그 이름들은 정교하게 짜인 암호 같았다. 'S23-A01', 'D-Plan_beta', 'Client_List_2023_Final'... 수만 개의 파일들이 뿜어내는 압도적인 정보량에 두 사람은 숨조차 쉬기 어려웠다. 하준은 전문적인 프로그램으로 파일을 열어보려 했지만, 대부분은 암호화되어 있거나, 그들로서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숫자와 코드의 나열일 뿐이었다.


"이게 다 뭐람… 이걸 가지고 뭘 어떻게 증명하라는 거야."


하준이 절망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은 며칠 밤낮으로 파일과 씨름했지만, 거대한 미로에 갇힌 기분이었다. 손에 폭탄을 들고도, 불을 붙일 수 없는 무력감. 희망은 다시 절망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거실 바닥에 흩뿌려진 서류들 사이로 지우의 한숨이 섞여 들어갔다. 그들은 자신들의 무지함이 이 모든 비극의 시작이었음을 자책했다.


"지우 씨, 잠깐만요."


한계에 다다랐을 때, 하준이 무언가 생각난 듯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그의 눈이 번뜩였다.


"지우 씨, 박진영 기자라고 알아요? 몇 달 전부터 신축빌라 관련해서 이상한 자금 흐름을 추적하던 기자예요. 유일하게 이 문제에 관심 있던 사람이야."


하준이 보여준 화면에는, 얼마 전 지우가 무심코 넘겼던 기사가 떠 있었다. 지우는 마른침을 삼켰다. 익명의 제보는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 외장하드는 그저 쓸모없는 데이터 덩어리가 될 뿐이었다.


"…연락해 보죠. 이 사람이라면, 이 상자를 여는 법을 알지도 몰라요."


지우의 눈빛이 흔들렸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기분이었다. 그들의 손에 쥐어진 외장하드는, 더 이상 개인의 불행이 아닌, 거대한 악의 시스템과 싸울 수 있는 유일한 무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