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5천만원의 무게
같은 시각, 강남의 한 고급 호텔 스카이라운지. 통유리 너머로 서울의 야경이 보석처럼 펼쳐져 있었다. 도시의 휘황찬란한 불빛이 그들의 발아래에서 한없이 작게 반짝였다. 최고급 정장을 차려입은 두 명의 중년 남자가 묵직한 와인 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들의 대화는 조용했지만, 그 안에 담긴 무게는 차가운 공기처럼 스카이라운지를 감쌌다.
한 남자가 휴대폰 화면을 보여주며 나지막이 말했다.
"꼬리 하나가 시끄럽게 구는 모양입니다. 박진영 기자까지 만났더군요."
그는 화면 속의 기사를 무심하게 넘겼다. 그에게 기사의 내용은 중요하지 않은 듯했다. 단지 상황을 보고하는 도구일 뿐이었다.
다른 남자는 야경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그의 표정은 조금의 동요도 없었다.
"어차피 버릴 꼬리였어. 저런 하이에나들 덕분에 진짜 몸통은 더 깊이 숨을 수 있는 법이지. 문제없게 처리해."
그의 목소리는 낮고 건조했다. 수십, 수백 명의 삶이 짓밟힌 사건이 그에게는 그저 '꼬리'를 자르는 일에 불과했다. 그의 말에는 윤호 같은 존재는 애초에 이 거대한 시스템의 희생양으로 설계되었음이 명백히 드러났다.
"네. 이미 손을 써뒀습니다."
보고를 마친 남자는 고개를 숙였다. 그들의 대화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두 사람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와인 잔을 부딪쳤다. '쨍-'. 유리잔이 맑게 부딪히는 소리는 도시의 소음 속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수많은 사람들의 절망은 그저 무시해도 될 작은 파동에 불과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거대한 장막 뒤에서, 여전히 완벽하고 안전한 세상을 살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게임이, 자신들의 재산을 불리는 시스템이 하층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에게 지우와 '햇살가득'은 그저 '실패한 개인'일 뿐이었다. 시스템의 설계도를 완벽히 이해하고 있는 그들에게, 박진영 기자의 추적은 잠시 거슬리는 파리 한 마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들은 알지 못했다. 버려진 꼬리 하나가 가져온 작은 균열이, 언젠가 그들의 견고한 성벽을 무너뜨릴 거대한 태풍의 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불빛은 여전히 찬란했지만, 그 빛 아래의 그림자들은 점점 더 짙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그림자 속에서, 지우와 하준, 그리고 수많은 피해자들의 분노와 희망은 이제 막 끓어오르기 시작한 용광로처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