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블루스 1편 - Part18

1억 5천만원의 무게

by sarihana

18장. 불완전한 심판


마침내, 최종 판결의 날이 밝았다. 법원청사로 향하는 지우의 발걸음은 천근만근 무거웠다. 피고인석에는 윤호가 남긴 외장하드 덕분에 겨우 검거된 조직의 몇몇 꼬리들이 앉아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반성과는 거리가 먼, 체념과 분노만이 서려 있었다. 법정 안은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판사가 법복을 가다듬고 판결문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주문. 피고인 OOO를 징역 10년에, 피고인 XXX를 징역 7년에 처한다…"


형량은 예상보다 무겁지 않았다. 사기 조직의 윗선, 그 거대한 몸통은 끝내 잡히지 않았다. 검거된 일부 조직원들, 즉 꼬리들만이 죗값을 치르게 된 것이다. 그들은 차가운 눈으로 지우와 피해자들을 응시했다.


판결이 끝난 후, 법원 밖으로 나온 피해자들은 승리감에 환호하는 대신, 약속이라도 한 듯 침묵 속에 흩어졌다. 어떤 이는 허탈한 웃음을 짓고, 어떤 이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으며, 또 다른 이는 분노로 단단하게 굳어진 얼굴로 차가운 도시의 공기 속으로 무력하게 사라졌다. 그들의 어깨는 패배한 병사들처럼 축 처져 있었다. 지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며칠 뒤, 지우는 법원으로부터 보증금 피해에 대한 배상 명령 통지서를 받았다. 1억 5천만 원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숫자였다. 텅 비어 있던 그의 계좌에 그 숫자가 입금되었다. 하지만 그 돈은 더 이상 희망의 무게가 아니었다. 그것은 상실의 무게, 되찾지 못한 꿈의 무게였다.


지우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앱을 닫았다. 완벽한 승리가 아닌, 깊은 상처만 남은 싸움이었다. 그는 ‘햇살가득’님과 윤호를 떠올렸다. 이 불완전한 심판이 과연 그들의 죽음을 위로할 수 있을까.


그때, 발치에서 솜이가 야옹, 하고 울며 그의 다리에 머리를 비볐다. 지우는 녀석을 들어 품에 안았다. 따뜻한 온기가 가슴으로 전해져 왔다. 1억 5천만 원은 빼앗겼지만, 그는 자신의 품에 안긴 이 작은 생명의 온기만큼은 지켜냈다. 그리고 깨달았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사람들과 연대하며 얻게 된 또 다른 삶의 무게를. 그의 싸움은 끝났지만, 그의 인생은 이제 다른 트랙에서 다시 시작될 터였다. 잃어버린 희망을 딛고, 새로운 희망을 찾아 나서는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