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블루스 1편 - Part21

1억 5천만원의 무게

by sarihana

21장. 끝나지 않은 파도


민혁을 만나고 돌아온 어느 날 저녁, 지우는 라면이 끓기를 기다리며 무심코 TV를 보던 그는 화면에 나오는 뉴스 속보에 시선을 빼앗겼다. 한 정치인이 단상에 서서 확신에 찬 목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더 이상 서민들을 투기의 희생양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 정부는 투기성 '갭투자'의 자금줄인 전세 대출을 원천 차단하고, 보증 요건을 대폭 강화하는 '전세 시장 정상화 방안'을 전격 시행하겠습니다!"


지우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끓어오르던 라면 냄비의 물이 넘쳐 가스 불이 꺼지는 것도 알아채지 못했다. 그의 머릿속에서 경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전세는 비록 불안하지만, 서민들이 월세 부담 없이 돈을 모아 내 집으로 올라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사다리였다. 그 사다리를 걷어차는 정책이었다. '아니야… 이 멍청한 사람들아…' 그의 가슴속에서 외침이 터져 나왔다. 그들은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본질은 보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 칼을 대고 있었다.


지우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한동안 잠잠했던 피해자 단체 채팅방이 다시 활성화되었다. 이번에는 이전과 다른 종류의 공포와 절규가 넘실거렸다. 이전의 절규가 '보증금을 잃었다'는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이제는 살 곳조차 없다'는 근원적인 불안이었다.


'월세가 미쳤어요. 저희 동네 원룸은 한 달 새 20만 원이 올랐습니다. 이건 그냥 다 같이 죽으라는 거잖아요!'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대요. 그런데 이젠 전세 물건도 없어서 갈 곳이 없어요.'


지우는 채팅방의 글들을 멍하니 읽어 내려갔다. 뉴스에서는 연일 집을 팔아도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파산하는 집주인들과,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한 세입자들의 절규가 뒤섞여 보도되었다. 정부가 '안정'을 약속했던 주택 시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전쟁터가 되어버렸다.


지우는 창밖을 보았다. 도시의 불빛은 여전히 화려했지만, 그 불빛 아래 얼마나 많은 새로운 지우들이 절망하고 있을까. 창밖의 불빛 아래, 또 다른 자신이 절망하고 있을 터였다. 자신이 싸워 이긴 것은 고작 괴물의 꼬리 하나였을 뿐, 그를,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을 집어삼킨 거대한 몸뚱이는 여전히 저 도시 아래 꿈틀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