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령이었다.
수현의 장례식은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의 것을 치르듯 조용하고 쓸쓸하게 진행되었다. 텅 빈 장례식장, 흰 국화의 냉정한 향기와 숨 막히는 향냄새가 공기 중에 무겁게 떠다녔다. 그때, 수간호사와 원무과장을 앞세운 병원 측 조문단이 도착했다. 그들은 유족 앞에서 "병원의 큰 손실"이라며 의례적인 위로의 말을 건넸지만, 그들의 표정에서는 어떠한 진심도 찾아볼 수 없었다. 나는 그들의 위선적인 모습을 지켜보며, 슬픔을 넘어선 차가운 경멸과 분노를 느꼈다.
영정 사진 앞에서, 수현의 어머니는 딸의 낡은 간호사복을 품에 안고 오열했다. "우리 딸, 이 옷 입고 그렇게 행복해했는데… 그 옷이 결국 수의가 될 줄이야…" 그녀는 닳아버린 내 손을 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으셨다. "희진 학생, 우리 수현이가… 그렇게나 좋아하던 간호사 일을 왜 그렇게 힘들어했을까… 왜 그렇게 외로웠을까…?" 그 말은 차가운 칼날이 되어 내 심장을 꿰뚫는 듯했다. 나는 차마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고개만 숙였다. 그 순간의 죄책감은 내 마음속에 뿌리내려, 나의 결심을 더욱 단단하고 흔들림 없이 만들었다.
며칠 뒤, 나는 다시 병동으로 돌아왔다. 장례식 후 처음으로 보라색 유니폼을 입었다. 1장에서 희망을 담아 다림질했던 그 옷은, 이제 내게 친구의 피와 눈물이 묻은 '상복(喪服)'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갑옷을 입듯, 묵묵히 유니폼을 입었다. 병동에 들어서는 순간, 익숙했던 모든 감각이 나를 낯설게 공격했다. 소독약 냄새는 더 이상 깨끗함의 상징이 아니라, 진실과 증거를 '지워버리려는' 냄새로 다가왔다. 심박 측정기의 '삐-, 삐-' 소리는 친구를 지키지 못한 나를 고발하는 '심판의 소리'처럼 들렸다. 내 눈에 병동은 더 이상 치유의 공간이 아닌, '친구가 살해당한 범죄 현장'이었다.
내 안의 모든 눈물은 차가운 얼음처럼 굳어버렸다. 그 눈물이 말라버린 자리에는, 이제 차가운 분노와 강철처럼 단단한 결심만이 남았다. 나는 마치 살아있는 로봇처럼 기계적으로 일했다. 밥을 먹어도 모래를 씹는 듯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고, 잠을 자도 꿈 없이 어둠 속으로 가라앉을 뿐이었다.
어느 날, 의식이 흐릿한 노인 환자의 수액 줄을 교체하고 있었다. 거칠고 마른 손이 본능적으로 내 손목을 잡았다. "얘야… 가지 마라… 무섭다…" 잠결에 터져 나온 노인의 애원에, 나도 모르게 잡힌 손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괜찮아요, 할머니. 저 여기 있어요." 내 목소리는 내가 의도한 것보다 훨씬 따뜻했다. 환자를 돌본 직후, 나는 텅 빈 비상계단으로 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나는 방금 온기를 나눴던 내 손을 내려다보았다. '이 손이 문제야. 온기를 나누려는 이 어설픈 연민이 수현이를 죽였어. 다시는… 다시는 약해지지 않겠어.' 나는 차가운 벽에 손등이 쓸려 피가 날 때까지 문지르며, 내 안의 온기를 스스로 죽여나갔다.
선배들은 이전처럼 나를 함부로 건드리지 못했다. 그들은 내 눈에서 과거의 두려움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깊이를 알 수 없는 텅 빈 심연이 자리 잡은 것을 본 것이다. 그 눈빛은 그들에게 경고와도 같았다. 나는 더 이상 민지 선배가 시키던 잡다하고 불필요한 업무들을 거절했다. "선배님, 죄송하지만 그건 제 업무가 아닙니다." 내 목소리는 이전보다 한 톤 낮고 평평했다. 그 목소리에는 어떤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아, 오히려 듣는 사람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민지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녀는 그 눈빛 속에서 더 이상 예전처럼 만만한 먹잇감을 발견할 수 없었다.
나는 수현의 유령에 시달리는 동시에, 나 스스로가 감정을 잃어버린 채 병동을 떠도는 살아있는 유령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과거의 이희진은 수현과 함께 죽었다.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은, 오직 복수만을 위해 존재하는 그림자일 뿐이다.'
가슴 포켓에 고이 넣어둔 수현의 메모가 차가운 돌멩이처럼 느껴졌다. 그것은 더 이상 따뜻한 온기가 아닌, 뛸 때마다 내 심장을 찌르며 복수심을 상기시키는 날카로운 파편이었다. 나는 수현의 죽음이 단지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되는 것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이 병원의 시스템이, 우리 모두의 침묵이 그녀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나는 과거의 나 자신을 죽이고, 수현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복수를 위해, 그리고 이 지옥 같은 악순환을 영원히 끊기 위해 다시 태어난 '유령의 갑옷'을 입은 존재가 되었다. 나는 이 침묵하는 모두에게, 그리고 이 시스템에, 죽은 친구의 이름으로 반드시 복수할 것을 맹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