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 움 Part24

나는 유령이었다.

by sarihana

24장. 두 개의 우산


내가 위원회 활동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사이, '수현 연대' 내부에서 균열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현장에서 막 올라온 젊은 간호사들을 중심으로 뭉친 강경파는, 나의 노선이 너무 타협적이라고 비판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은 내가 투쟁의 현장에서 벗어나, 동지들의 피와 눈물 대신 정치인들의 악수와 미소에 익숙해졌다고 비난했다.


그날 열린 내부 회의실의 공기는 시작부터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두 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앉아 있었다. 나와 지은 선배를 중심으로 한 온건파와, 젊은 간-호사들을 이끄는 강유미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 한때 동지애로 가득했던 공간은 이제 보이지 않는 선으로 나뉘어 있었다.


강유미 간호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 침묵을 깼다. 그녀는 얼마 전 인력 부족으로 눈앞에서 환자를 놓칠 뻔한 끔찍한 경험을 한 터였다. 그녀의 얼굴에는 분노와 좌절감이 뒤섞여 있었고, 가늘게 떨리는 손은 그녀가 겪었을 공포를 짐작하게 했다.


"대표님은 회의실에 앉아 계셔서 모르시겠지만, 바로 지난주에 저희 병동에서 신입 하나가 약물 사고를 낼 뻔했습니다. 수현 선생님과 똑같은 이유로요! 법은 바뀌었을지 몰라도 현장은 그대로입니다! 저희는 또다시 동료를 잃을 수 없습니다!"


그녀의 절박한 외침에 회의장은 순식간에 술렁였다. 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지은 선배가 나서서, 감정이 아닌 전략으로 수많은 싸움을 치러온 베테랑의 지친 목소리로 그녀를 막아섰다.


"유미 씨, 네 분노가 틀렸다는 게 아니야. 우리라고 화나지 않는 줄 알아? 하지만 총파업? 그거야말로 저들이 바라는 거야! 우리를 '밥그릇 싸움하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매도하고, 어렵게 얻은 여론의 지지를 잃게 될 거야. 희진이가 지금 하는 일은 더럽고 답답하지만, 제도를 바꾸는 유일한 길이야. 감정으로 싸우는 시대는 끝났어. 이제는 전략으로 싸워야 해."


지은 선배의 현실적인 반론에, 강유미의 눈이 더욱 뜨겁게 타올랐다. 그녀는 울음을 터뜨릴 듯한 목소리로 외쳤다.


"전략이요? 그 약물 사고 낼 뻔한 신입, 제가 가르친 아이였어요! 제가 괜찮다고, 이제는 바뀔 거라고 희망을 줬던 아이란 말입니다! 그런데 제 눈앞에서 그 아이가 수현 언니처럼 될 뻔했어요. 제가 그 아이를 죽일 뻔했다고요! 그런데도 회의실에 앉아 점잖게 토론만 하라고요?"


강유미의 고백에 나는 숨을 멈췄다. 그녀의 분노하는 얼굴 위로, 십수 년 전 수현의 사물함 앞에서 모든 것을 불태워버리고 싶었던 어린 나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저 아이의 눈에서, 나는 나를 본다. 얼마나 두려운지, 얼마나 모든 것이 절망적인지 나는 너무나 잘 안다. 내가 틀린 것일까? 내가 저들의 절박함을 잊고, 권력의 언어에 익숙해져 버린 것일까? 우리는 같은 상처를 가졌는데, 왜 서로를 향해 칼날을 겨누어야 하는가. 리더의 가장 외로운 짐은, 때로 정답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길을 선택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강유미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마지막 말을 쏟아냈다.


"장관들과 악수하고 사진 찍는 동안, 현장에서는 사람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저희에게 필요한 건 TV 속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영웅이 아니라, 지금 당장 우리 옆에서 함께 소리쳐줄 동료입니다! 필요한 건 끝없는 대화가 아니라, 당장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투쟁입니다! 총파업을 준비해야 합니다!"


한때 '하얀 지옥'에 맞서 단단하게 뭉쳤던 우리의 우산은, 이제 '타협'과 '투쟁'이라는 두 개의 우산으로 쪼개져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동지라 믿었던 이들의 불신 가득한 눈빛은, 과거 나를 향했던 적들의 비난보다 더 아프게 다가왔다. 나는 그들의 분노가 틀리지 않았음을 알기에, 어떤 변명도,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회의는 아무런 결론도 내지 못한 채, 차가운 침묵 속에서 끝이 났다.


회의가 끝나고, 사무실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한때 동지애로 가득했던 공간은 이제 불신과 경계심이 감도는 '정치적 공간'이, 불타버린 다리의 재가 날리는 전쟁터가 되어 있었다. 나는 강유미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을 건넸다. "유미 씨, 잠깐 얘기 좀…"


강유미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서류를 정리하며 말했다. "드릴 말씀 없습니다, 대표님."


그녀는 '대표님'이라는 단어를, 우리 사이에 벽을 세우는 차가운 돌처럼, 의도적인 정확성으로 내뱉었다. 그녀는 그대로 나를 지나쳐 사무실을 나가버렸다. 나는 그 차가운 공기 속에서 홀로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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