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령이었다.
싸움의 대가는 예리한 칼날이 되어 내 개인의 삶을 파고들었다. 나는 점점 집보다 사무실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고, 아들과의 대화는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었다. 어느 날 밤늦게 귀가했을 때, 집은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아들은 이미 혼자 저녁을 먹고 방에 들어가 버렸고, 식탁 위에는 내가 며칠째 사인하지 못한 학교 가정통신문이 어머니로서의 내 실패를 고발하는 증거처럼 구겨진 채 놓여 있었다. 방문을 두드리자, "왜요"라는 짧고 차가운 대답만 돌아왔다. 우리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점점 더 높고 단단하게 쌓이고 있었다.
그 벽이 마침내 무너져 내린 것은, 중요한 위원회 회의 때문에 아들의 학부모 상담에 가지 못한 날이었다. 나는 밤늦게 텅 빈 집으로 돌아와 홀로 식은 밥을 삼켜야 했다. 그날 밤, 방문을 열고 나온 아들이 처음으로 내게 원망을 쏟아냈다. 아들의 손에는 내 이름이 언급된 악성 댓글이 가득한 인터넷 기사 페이지가 들려 있었다.
"엄마는 왜 맨날 그렇게 싸우기만 해? 밖에서 싸우는 사람들 때문에 집에서도 싸우고! 나는 이제 지긋지긋해! 엄마가 TV에 나올 때마다, 나는 학교에서 '저기 저 투사 아들 간다'고 놀림받는다고. 나는 그냥 '준서'가 아니라 '이희진 아들'이야. 엄마는 내 삶이 어떤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봤어?"
"아들… 엄마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들려고…"
"엄마가 지키려는 세상에, 나는 포함되어 있기는 해? 돌아가신 수현 이모는 엄마한테 나보다 더 소중한 사람이었어?"
아들의 잔인한 질문이 비수가 되어 심장에 박혔다.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내 영혼이 마비된 듯,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었다. 아들은 내 침묵에 더 큰 상처를 받은 듯, "나한테 엄마는 그냥 엄마였으면 좋겠어. 세상의 영웅 같은 거 말고"라는 말을 남기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심장이 산산조각 나는 것 같았다.
결정타는 바로 다음 날 잡혀있던 TV 토론 프로그램에서였다. 나는 아들과의 다툼으로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한 채, 무거운 몸을 이끌고 방송국으로 향했다. 스튜디오의 차가운 조명이 켜지는 순간, 나는 이곳이 토론장이 아니라 내 평판을 해부할 수술대임을 깨달았다. 그것은 계획된 함정이자 공개적인 인격 살해의 현장이었다.
사회자의 첫 질문부터 날카로웠고, 병원 협회 측 패널로 나온 변호사는 작정한 듯 나를 공격했다. 그는 교묘하게 편집된 내 인사 기록을 흔들며 나의 전문성에 의문을 제기했고, 내가 논리적으로 반박하려 할 때마다 말을 끊고 본질을 흐렸다. 카메라는 내 당황하고 상처받은 표정을 집요하게 클로즈업했다. 나는 수많은 시청자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난도질당하고 있었다. 마침내 그가 수현의 기억을 무덤에서 파내, 마지막 일격을 날렸다.
"고 박수현 간호사의 비극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그 비극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여 전체 의료 시스템을 뒤흔드는 것이 과연 고인의 뜻이겠습니까?"
나는 순간 숨을 쉴 수 없었다. 내 가장 소중한 친구의 기억이, 내가 그토록 지키려 했던 그 마지막 존엄이, 내 손을 떠나 카메라 앞에서 정략적인 무기가 되어 번뜩이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 살아있는 투사 '이희진'이 아니라, 남들이 마음대로 재단하고 공격하는 '화면 속 유령'이 되어 있었다.
그날 밤, 나는 집에 돌아와 어두운 거실에 홀로 앉아 있었다. 아들의 방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집안은 무덤처럼 고요했다. 휴대폰이 쉴 새 없이 울렸다. 동지들의 위로와 격려, 내가 더 이상 속하지 않은 세상의 소음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 어떤 것에도 답할 수 없었다. 세상과도, 동지들과도, 그리고 마지막 남은 가족과도 완벽하게 단절된 섬이 되었다. 그때, 박진우 선생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지만, 나는 말없이 통화 거절 버튼을 눌렀다.
나는 잠들지 못하고 수현의 사진을 꺼내 들었다.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친구의 얼굴을 보며, 나는 소리 없이 사과했다. '미안해, 수현아. 내가 너를 지켜주지 못하고 있어. 너의 이름마저 지켜주지 못하고 있어.'
나는 친구의 영혼을 팔아 명성을 얻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이 과연 모두를 위한 길인가. 아니면 수현의 죽음 위에, 내 아들의 상처 위에 쌓아 올린, 나만의 신념이라는 또 다른 지옥은 아닌가. 리더라는 자리는 상상보다 훨씬 더 고독하고 잔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