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 움 Part23

나는 유령이었다.

by sarihana

23장. 황금 악수


지난밤의 격렬했던 회의가 남긴 상처는 깊었다. 한때 동지애로 가득했던 '수현 연대' 사무실은 이제 차가운 침묵과 보이지 않는 벽으로 가득 차 있었다. 분열. 그것은 외부의 그 어떤 공격보다도 뼈아팠다. 나는 텅 빈 사무실에 홀로 앉아 무력감에 휩싸였다. 바로 그때, 정부로부터 공식 직인이 찍힌 서류 한 통이 도착했다. '간호환경 선진화 위원회' 위원 위촉장. 나는 흩어진 동지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이 분열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모두가 인정할 만한 실질적인 성과를 가져와야만 한다. 밖에서 소리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면, 안으로 들어가 직접 판을 바꿔야 한다. 그것은 희망이 아닌, 절박함에서 비롯된 고독한 결단이었다.


'간호환경 선진화 위원회' 첫 회의 날, 나는 국회의사당의 높고 육중한 문을 통과했다. 허름한 우리 사무실과는 모든 것이 달랐다. 발소리마저 삼켜버리는 두꺼운 카펫, 묵직한 원목 테이블, 정중하게 커피를 건네는 직원들. 공기마저 권력의 냄새로 무겁게 가라앉은 듯한 그 모든 풍경이 나를 이방인으로 만들고 있었다.


회의가 시작되기 전, 위원회장인 여당의 유력 정치인이 일부러 내게 다가왔다. 그는 모든 언론사 카메라가 집중된 가운데 내 손을 잡고 말했다. "이희진 대표님의 용기 덕분에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당신 같은 영웅에게 큰 빚을 졌습니다." 그의 악수는 따뜻했지만, 그 온기는 진짜 불의 온기가 아닌, 잘 연출된 무대 조명의 온기 같았다. 나는 잠시나마 이곳에서 정말 무언가를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헛된 기대를 품었다.


하지만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를 담은 내 발언이 시작되자, 회의장의 공기는 미묘하게 변했다. 나는 박진우 선생이 건넨 데이터를 근거로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의 시급성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데이터가 보여주듯, 중환자실의 환자 수를 5명으로만 제한해도 의료사고율을 30% 줄일 수 있습니다."


내 발언이 끝나자, 한 정부 관료가 부드러운 미소로 답했다. "아주 훌륭하고 시의적절한 데이터입니다, 이희진 대표님. 해당 안건은 그 중요성을 감안하여 저희 '중장기 발전과제 연구 소위원회'에서 심도 깊게 논의하도록 넘기겠습니다. 오늘은 일단 합의 가능한 단기 과제부터 처리하시죠."


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아무도 내 의견에 반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위원회'와 '절차'라는 안개 속으로 내 주장의 칼날을 녹여버렸다. 나는 완벽하게, 그리고 너무나도 정중하게 무력화되었다. 나는 테이블 밑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분노로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드는 감각이 느껴졌다.


회의가 끝나고 복잡하고 착잡한 마음으로 건물을 나설 때, 박진우 선생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내가 떠난 병원에 여전히 남아 묵묵히 환자를 돌보고 있었다.


"이희진 대표, 오늘 그 사람들이랑 악수할 때… 손이 따뜻하게 느껴지던가요?"


나는 그의 의도를 알 것 같았다. 잠시 망설이다가 솔직한 내 마음을 전했다.


"...아뇨. 전혀요."


"그거, 황금으로 만든 악수요. 한번 손을 잡으면 놓아주지 않지. 그들은 당신에게 칼이 아니라, 황금으로 된 새장을 주는 겁니다. 그 안에서 노래하다 보면, 어느새 야성을 잃어버리고, 당신이 왜 그곳에 들어갔는지조차 잊어버리게 될 거요."


그는 한숨과 함께 말을 이었다. "그 사람들은 당신의 주장을 꺾으려 하지 않을 거요. 대신 당신이라는 사람 자체를 닳아 없어지게 만들겠지. 회의와 서류, 끝없는 보고서 속에서 당신이 왜 싸우는지 잊어버리게 만들 거요. 투사의 가장 큰 적은 칼이 아니라, 피로감이오."


그의 경고가 내 심장을 서늘하게 찔렀다. 나는 전화를 끊고 어두워진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다. 목에는 국회 출입증이 걸려 있었고, 손에는 두꺼운 회의 자료가 들려 있었다. 그 모습은 더 이상 현장의 간호사 이희진이 아니었다. 내가 그토록 싸워왔던 '시스템'의 일부처럼 보이는, 너무나도 낯선 내 모습이었다. 나는 거대한 안개 속으로, 내가 싸워온 모든 것들을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길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과연 이 새장에서 벗어나, 다시 싸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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