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기억
배심원들의 만장일치로 나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나는 피고인석에서 일어나, 방청석을 향해 고개 숙였다. 그들의 환호와 박수갈채는, 나의 연극이 성공했음을 알리는 거대한 팡파르였다. 나는 유유히 법정 문을 나섰고, 세상의 시선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나는 그림자 속에서 나의 주인공, 권도윤의 삶을 지켜보았다. 그는 승리한 변호사였지만, 그의 영혼은 완전히 패배했다. 그는 밤마다 싸구려 술집에서 홀로 술을 마셨고, 텅 빈 눈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나는 가끔 같은 술집의 가장 어두운 구석에 앉아, 그의 망가져 가는 모습을 와인처럼 음미했다. 한때 날카로웠던 그의 눈빛은 흐리멍덩해졌고, 단정했던 그의 옷차림은 흐트러졌으며, 그의 입에서는 위스키와 자기혐오의 냄새가 진동했다.
나는 그가 충분히 무르익기를, 그의 절망이 가장 깊은 색을 띨 때까지 기다렸다. 그의 퇴장은, 반드시 나의 손으로 완성되어야만 했다. 그것은 나의 배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내 작품에 대한 완벽주의적인 집착이었다.
그리고 정확히 1년 뒤. 그의 생일이자, 10년 전 그가 최진혁에게 처음으로 패배했던 바로 그날. 나는 그의 커튼콜을 준비했다.
이른 새벽, 안개가 자욱한 식물원에서 가장 희고 깨끗한 치자꽃 한 송이를 직접 꺾었다. 그리고 검은 벨벳 상자 안에 그것을 고이 넣었다. 마지막으로, 타자기를 이용해 짧은 편지를 썼다.
나의 변호사님께. 당신이 설계한 자유 위에서, 나의 정원은 비로소 만개합니다. 다음 꽃은,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
나는 퀵서비스 기사를 불러, 그의 사무실로 상자를 보냈다. 시간은 자정이 막 지났을 무렵. 그가 가장 고독하고, 가장 무방비할 시간이었다. 나는 그의 사무실 건너편, 어두운 건물 옥상에서 쌍안경으로 그의 창문을 지켜보았다. 그가 비틀거리며 상자를 여는 모습이 보였다. 그가 상자 안을 들여다보고, 그대로 소파에 주저앉는 모습까지. 완벽했다. 나의 배우는, 마지막 순간까지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