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기억
나는 그의 사무실 문을 열었다. 잠겨있지 않았다. 그는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사무실 안은 위스키 냄새와, 모든 것을 포기한 자의 절망적인 냄새로 가득했다. 그의 책상 위에는, 내가 보낸 검은 상자와 그 안의 새하얀 치자꽃 한 송이가 조명 아래 놓여 있었다. 완벽한 무대 소품이었다.
그는 소파에 깊숙이 기댄 채, 텅 빈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놀라지 않았다. 모든 것을 예감했다는 듯, 희미하게 웃기까지 했다.
"왔군."
"마지막 막을 내릴 시간입니다, 나의 배우."
나는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내 손에 들린 칼을 보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네가 이겼어. 결국, 자네의 이야기가 이겼군."
"아닙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건 우리의 공동 작품입니다. 당신의 연기가 없었다면, 이 희곡은 완성되지 못했을 겁니다."
나는 그의 고뇌와 파멸에 경의를 표했다. 그는 내 작품의 가장 위대한 배우였고, 이것은 '정화'가 아닌 예술의 완성이다. 모든 위대한 배우에게는, 그의 연기를 완성시켜줄 비극적인 퇴장이 필요한 법이다.
나는 그의 심장 위에, 여섯 번째이자 나의 마지막 치자꽃을 올려놓았다. 붉은 피가 순백의 꽃잎을 천천히 적시는 순간, 나는 전율했다. 한때 그토록 나를 모독했던 '모방범'이라는 단어는 이제 무의미했다. 이 마지막 작품으로, 나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원작자임을 증명했다. 치자꽃의 순결한 향기가 피를 머금고 서서히 퍼져 나갈 때, 나는 내 안의 모든 분노와 공허함이 정화되는 것을 느꼈다. 그의 죽음은 나의 예술에 종지부를 찍는 마지막 붓질이었다.
나는 그의 사무실을 조용히 빠져나왔다. 도시의 불빛 속으로, 나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정원사'의 연극은, 이렇게 완벽하게 막을 내렸다. 그러나 연극이 끝난 무대 뒤에서, 나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나의 가장 위대한 배우가 사라진 세상은, 텅 비어 있었다. 나의 예술은 완성되었지만, 나의 세상은 완벽하게 부서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