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선변호사 입니다 (2편) - Part11

악마의 기억

by sarihana

제4부. 붉은 장미의 서신(書信)

제11장: 분열된 정원


권도윤의 커튼콜이 끝나고, 나는 텅 비어버렸다. 위대한 예술품을 완성한 창조주의 공허함. 그것은 내가 예상했던 종류의 공허가 아니었다. 그것은 내 존재의 기반을 송두리째 뽑아버리는, 거대한 균열이었다. 권도윤은 단순한 마지막 꽃이 아니었다. 그는 나의 예술을 이해한 유일한 관객이자, 나의 논리를 완성시켜준 공범이었다. 그를 제거함으로써 나의 예술은 불멸이 되었지만, 동시에 나의 예술을 증명할 유일한 존재가 사라졌다.


나는 작은 해안가 마을의 아파트에 스스로를 유폐했다. 나는 더 이상 정원을 가꿀 수 없었다. 세상의 모든 악취가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나의 모든 것을 바쳐 완성한 예술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유령처럼 허공을 맴돌았다. 바로 그때, 나의 침묵 속에서 세상은 나의 예술을 멋대로 왜곡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에서는 나를 추종하는 어설픈 모방범죄가 발생했다. 뉴스 화면 속, 피해자의 심장 위에 조잡한 조화가 놓인 것을 보며 나는 분노했다. "저것은 정화가 아닌 살육일 뿐이다!"


그들의 조악한 작품은 나의 모든 노력을 조롱하는 듯했다. 나는 세상의 새로운 악취를 맡았다.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타인의 영혼을 살해하는, 익명이라는 가면 뒤에 숨은 비겁한 악취. '디지털의 죄악'이었다.


그날 밤, 나는 극심한 분노와 무력감에 휩싸여 술을 마셨다. 그리고 정신을 잃었다. 내 안에서 무언가 '뚝' 하고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텅 비어버린 내면의 무너진 벽 틈새로, 차갑고 낯선 목소리가 비집고 들어왔다. 그것은 내가 억눌러왔던 모든 분노와 증오, 그리고 파괴적인 본능이 뒤섞인, 내 안의 또 다른 나였다.


냉철한 예술가 '정원사'가 사라진 자리에, 분노로 가득 찬 심판자 '붉은 장미'가 태어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