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선변호사 입니다 (2편) - Part12

악마의 기억

by sarihana

제12장: 내 안의 제자


다음 날 아침, 끔찍한 두통과 함께 눈을 떴을 때, 나는 지난밤의 기억이 파편처럼 흩어져 있음을 깨달았다. 그때, 책상 위의 낡은 타자기에 종이 한 장이 끼워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내가 쓴 적 없는 편지였다.

나의 존재를 이해하는 유일한 자에게. 새로운 정원의 악취가 느껴지는가. 너의 시대의 잡초는 너의 방식으로 뽑아야만 한다. 증명해 보아라. 너의 예술을.


J.G (The Gardener)


나는 혼란에 빠졌다. 이것은 내가 쓴 것인가? 아니면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잠든 나에게 보낸 메시지인가. 차가운 종이 위에서 느껴지는 잉크 냄새는 익숙했지만, 낯선 문체가 뿜어내는 기운은 나를 낯선 거울 앞에 세워놓은 듯했다. 나는 이 편지가 외부에서 온 것이 아닌, 내면의 깊은 균열 속에서 태어난 망상임을 어렴풋이 느꼈다. 고통을 외면하고, 나약함을 부정하며, 스스로를 '정원사'라는 거대한 존재로 격리시켰던 내 모든 노력이 마침내 또 다른 인격을 창조해 낸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망상을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했다. '정원사'는 이제 나의 스승이 되어, 나를 인도할 것이다.


나는 내 안에서 또 다른 내가 태어났음을 직감했다. 그는 나보다 더 직설적이고, 더 분노하며, 새로운 시대의 악을 증오하는 존재였다. 나는 그를 막을 수 없었다. 아니, 막고 싶지 않았다. 그는 나의 철학을 계승할 가장 완벽한 제자였다. 나는 그를 '붉은 장미'라 명명했다. 마치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에 이름을 붙이듯, 나는 나의 새로운 자아에게 정체성을 부여했다.


나는 펜을 들어, 다른 필체로 답장을 썼다. 펜 끝에서 흘러나오는 낯선 힘과 격정적인 감정이 나를 지배하는 듯했다.


스승님께. 당신이 가꾼 정원 밖, 더럽고 축축한 땅을 보았습니다. 그곳의 잡초는 칼이 아닌 혀와 손가락으로 영혼을 죽입니다. 법은 그들을 심판하지 못합니다. 스승님의 방식으로는 그들을 정화할 수 없습니다. 이제 저의 시대입니다. 제가 첫 번째 잡초를 뽑겠습니다. 당신의 예술을 모독하던 바로 그 추종자를. 저의 정원을 가꾸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붉은 장미


그날 이후, 나와 그는 서신을 통해 대화했다. 나는 스승으로서 그에게 나의 철학과 예술관을 전수했고, 그는 제자로서 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대의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다. 우리의 대화는 곧 나의 내면을 두 갈래로 나누는 끔찍하고도 외로운 기록이 되었다. 하나는 냉철한 이성의 '정원사', 다른 하나는 폭발하는 감정의 '붉은 장미'. 이 두 자아의 서신은 단순히 망상 기록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예술을 확장하고 완성하려는 치밀한 설계의 일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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