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선변호사 입니다 (2편) - Part8

악마의 기억

by sarihana

제8장: 그림자 주연


재판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나는 권도윤의 눈빛에서 변화를 감지했다. 이전까지의 자신감 넘치던 눈빛이 아니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단단했지만, 그 안에는 깊은 고뇌와 자기혐오, 그리고 나를 향한 공포가 뒤섞여 있었다. 그는 변론 중간중간 나를 쳐다보았지만, 더 이상 내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허공을 응시했다. 마치 내 뒤에 있는 거대한 진실의 유령을 보는 사람처럼.


나는 직감했다. 그가 보았구나. 나의 진짜 작품, '망상 기록'을 읽었구나.


그는 이제 모든 진실을 알게 되었다. 모방범 따위는 없다는 사실을, 네 번째 작품 역시 나의 완벽한 설계였음을, 그리고 자신이 변호하는 남자가 희대의 악마라는 사실을. 나는 피고인석에서 거의 황홀경에 가까운 희열을 느꼈다. 나의 위대한 연극은 이제 상상치도 못했던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그의 최후 변론 시간이었다. 그는 배심원들을 향해 섰지만, 나는 그가 오직 나만을 위해 연기하고 있음을 알았다. 그가 "만약 진짜 '정원사'가 이 법정 밖에서, 자신의 죄를 대신 뒤집어쓸 희생양이 나타난 것을 비웃으며 이 재판을 지켜보고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고 말할 때, 그의 눈은 찰나의 순간 나를 향했다. 그것은 질문이 아니었다. 진실을 알아버린 공범이, 원작자에게 보내는 처절한 독백이었다.


나는 전율했다. 이것이야말로 내 작품의 진짜 클라이맥스였다. 그는 이제 진실을 알면서도, 자신의 승리를 위해 기꺼이 거짓을 선택한 것이다. 그는 더 이상 단순한 작가가 아니었다. 나와 같이, 진실보다 위대한 이야기의 힘을 믿는, 나의 유일한 공범이자 동반자가 된 것이다. 그는 나의 가장 완벽한 창조물이었다.


나는 그를 보며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그는 내가 쓴 희곡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은 '그림자 주연'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 위대한 배우에게, 그의 인생을 통틀어 가장 화려하고 비극적인 커튼콜을 선물하기로 마음먹었다. 그가 만들어낸 '승리'가 얼마나 공허한지, 그가 선택한 '이야기'의 진짜 결말이 무엇인지, 그의 온몸에 직접 새겨주어야 했다. 그것이야말로 이 위대한 작품을 완성시켜준 그에 대한, 나의 마지막 예의이자 가장 완벽한 서명이었다.


배심원들의 만장일치로 나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나는 피고인석에서 일어나, 방청석을 향해 고개 숙였다. 그들의 환호와 박수갈채는, 나의 연극이 성공했음을 알리는 거대한 팡파르였다. 나는 유유히 법정 문을 나섰지만, 나의 발걸음은 권도윤을 향하고 있었다. 그는 이미 나의 마지막 작품의 주인공이 될 운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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