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선변호사 입니다 (2편) - Part7

악마의 기억

by sarihana

제7장: 무대 위의 침묵


재판은 거대한 오케스트라의 연주처럼 장엄하게 진행되었다. 나는 피고인석이라는 무대의 중앙에 앉아, 내 안의 모든 감정을 철저히 지휘하며 완벽한 연기를 펼쳤다. 지휘자는 나였지만, 연주자들은 나를 몰랐다.


검사 최진혁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쏘아보며 심문을 시작했다. "피고인 김민석. 안희연 씨의 와인잔에서 피고인의 지문이 선명하게 발견되었습니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나는 마치 뱀 앞의 쥐처럼 몸을 떨었다. 고개를 숙이고, 바닥의 한 점을 응시하며, 겨우 들릴 듯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 그날, 희연이와… 와인을 마셨습니다. 제가 따라주었습니다." 내 목소리에는 계산된 공포와 슬픔이 정확히 배합되어 있었다. 배심원석에서 나지막한 탄식이 흘러나왔다. 내 연기는 완벽했다.


그때, 나의 공동 작가인 권도윤이 일어섰다. 그는 검사가 아닌, 증인으로 출석한 감식반장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팀장님, 이전 '정원사'의 세 사건 현장에서 피해자 외의 지문이 발견된 적이 있습니까?"


"아니오. 전혀 없었습니다. 깨끗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은 어떻습니까? 와인잔에 남은 지문 외에도, 현관 손잡이, 카펫 등 곳곳에서 피고인의 흔적이 발견되었죠?"


"네, 그렇습니다."


권도윤은 배심원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


"여러분, 이것이 바로 '모방범'의 결정적인 실수입니다! 진짜 정원사는 흔적을 남기지 않습니다. 그는 유령처럼 움직이는 완벽주의자입니다. 하지만 보십시오! 이 어설픈 모방범 '이선우'는, 정원사를 흉내 내어 살인을 저지른 뒤, 그 죄를 어리석게도 자신의 연적인 피고인 김민석에게 뒤집어씌우기 위해 일부러 그의 흔적을 현장 곳곳에 남긴 것입니다. 이것은 정원사의 작품이 아니라, 질투에 눈먼 살인마가 다른 사람에게 죄를 떠넘기려는 조잡한 연극일 뿐입니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말은 외부에는 정당한 비평처럼 들렸겠지만, 내 안의 '작가'에게는 최고의 찬사였다. 보아라, 그가 나의 '친절한 안내서'를 얼마나 훌륭하게 해석하고 있는가. 내가 설계한 완벽한 무대 위에서, 또 다른 작가가 나를 중심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짓고 있었다. 이 아이러니, 이 조화, 이 긴장감… 얼마나 흥미로운 연극인가.


휴정 시간, 법정 밖 복도는 기자들로 아수라장이었다. 그 혼란 속에서 권도윤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내게 승리를 확신하는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가장 순진하고 고마워하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아주 짧게, 찰나의 순간 연출가로서의 만족스러운 미소를 섞었다. 그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무언가 위화감을 느꼈지만, 이내 내 연약한 모습에 안심하고는 시선을 거두었다. 그가 내 미소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오히려 나를 더 흥분시켰다.


다시 재판이 시작되자, 나는 숨을 고르고 법정의 공기를 삼켰다. 검사의 날카로운 질문과 배심원들의 호기심, 권도윤의 치밀한 전략… 모든 것이 하나의 교향곡처럼 내 의도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나는 이제 대사 한 마디 없이,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모두 나를 향해 있었지만, 그들은 내 진짜 모습이 아닌, 내가 만들어낸 '억울한 희생양 김민석'을 보고 있었다.


법정 공방이 진행될수록 대중의 여론은 더욱 복잡해졌다. 미디어는 이 치열한 법정 대결을 마치 드라마처럼 보도했고, 시청자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정원사와 권도윤을 응원하거나 비난했다. 인터넷에서는 "정원사는 무죄인가? 정원사를 법정에 세운 목적은 무엇인가? '정의'는 과연 법정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가?"라는 논쟁이 불붙었다. 그들의 논쟁은 결국 내가 던지고 싶었던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졌다. 나의 의도는 완벽하게 성공하고 있었다.


나는 방청석에 앉아, 이 모든 것을 지켜보았다. 내 계획대로, 권도윤은 나를 무죄로 만들어 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승리한 피고인이 아닌, 법정이라는 무대를 완벽하게 조종한 예술가로 남게 될 것이다. 막이 오름을 알리는 신호가 울렸다. 거리의 예술가 '정원사'는 이제 퇴장할 시간이다. 곧 억울한 피고인 '김민석'이라는 새로운 배우가 무대에 오를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연극의 피고인이자 작가이며, 유일한 관객이 될 것이다. 그리고 법정이라는 거대한 정원 속에서, 나는 마지막으로 세상의 거짓과 위선을 가르는 최후의 꽃을 피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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