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기억
차가운 소독약 냄새와, 희미하게 섞인 음식물 쓰레기 냄새. 강철 문이 닫히는 육중한 소음과 복도를 울리는 교도관의 무감각한 발소리. 구치소는 나의 모든 감각을 마비시키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 모든 것을 즐겼다. 가장 추악하고 몰개성적인 공간에 갇혀, 가장 위대하고 독창적인 예술을 구상하는 이 아이러니. 나는 차가운 바닥에 앉아, 곧 시작될 나의 연극을 기다렸다. 나는 배우를 캐스팅했고, 무대를 설계했으며, 관객(경찰)들을 극장 안으로 성공적으로 초대했다. 이제 남은 것은 나의 주인공, 권도윤 변호사가 내가 쓴 각본을 얼마나 훌륭하게 연기하는지를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그는 분명 나의 의도를 간파하고, 내가 설계한 대로 법정에서 '정원사'의 위대함과 시스템의 허술함을 동시에 증명해 줄 터였다. 나는 이 연극의 유일한 관객이자, 가장 냉혹한 심판자였다.
그의 변론요지서가 도착했을 때, 나는 작가가 첫 리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그것을 펼쳐 들었다. 종이에서는 싸구려 잉크 냄새와, 권태로운 법률 용어들이 풍겨 나왔다. 나는 그의 문장들 속에서 나의 의도를 이해한 흔적, 나의 천재성에 대한 경외심을 찾으려 애썼다. 그는 '이선우'라는 이름의 유령을 완벽하게 창조하여, 검찰의 허술한 논리를 조목조목 격파하고 있었다. 그의 논리는 날카로웠고, 문장은 힘이 있었다. 훌륭한 배우의 훌륭한 연기였다. 나는 만족감에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하지만 마지막 장, 마지막 문단에서 나의 심장이 얼어붙었다.
"...따라서 네 번째 안희연 살인사건은, 이전의 세 사건과는 다른, '정원사'의 수법을 어설프게 흉내 낸 모방범의 소행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모방범.
단어 하나가 내 눈을 찔렀다. 나는 종이를 구겨버렸다. 온몸의 피가 역류하는 듯한 분노와 모욕감에 숨을 쉴 수 없었다. 감히 누구에게, 나의 완벽한 작품을, 나의 네 번째 꽃을, 어설픈 모방범의 소행으로 치부하는가. 모방? 어설픈 흉내? 이 어리석은 변호사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껍데기만 보고 본질을 놓친 것이다. 예술가에게 '독창성'을 부정하는 것보다 더한 모욕은 없다. 그는 내 예술의 심장에 칼을 꽂았다.
나의 네 번째 작품은 이전의 세 작품을 뛰어넘는 걸작이었다. 이전의 세 작품이 완벽한 '시'였다면, 네 번째 작품은 법정이라는 무대를 열기 위한 장엄한 '서곡'이었다. 내가 남긴 지문, 내가 흘린 흔적들. 그것은 실수가 아니라, 관객들을 무대 중심으로 이끌기 위한 가장 치밀하고 정교한 장치였다. 그런데 감히 내 작품을 난도질하고, 존재하지도 않는 유령을 창조하여 내 자리를 대신하게 한단 말인가.
나는 분노했다. 이것은 내 예술에 대한 가장 끔찍한 모독이었다. 나는 내 배우의 캐스팅을, 처음으로 후회하기 시작했다. 권도윤은 뛰어난 변호사일지 모르지만, 나의 예술을 담기에는 너무나 작은 그릇이었다. 그는 오직 승리만을 원할 뿐, 내가 심으려 했던 정화의 메시지는 외면했다.
나는 구겨진 종이를 들고 비좁은 감방 안을 미친 듯이 서성였다. 분노가 극에 달했을 때, 문득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래, 이것 또한 재미있지 않은가. 나의 위대한 연극에, 작가의 의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배우가 등장해 자신만의 각본을 펼치려 하고 있다. 관객들은 나의 예술이 아닌, 저 삼류 변호사가 만든 조잡한 모방범의 이야기에 열광하게 되겠지. 그리고 나는, 나의 예술이 '졸렬한 모방품'이라는 평가를 받은 덕분에 자유를 얻게 될 것이다. 이 얼마나 완벽한 부조리극인가.
나는 심호흡을 하고, 차가운 바닥에서 몸을 일으켰다. 분노는 가라앉고, 차가운 지적 희열이 그 자리를 채웠다. 권도윤 변호사가 나의 무대 위에서 어떤 연기를 펼치든, 나는 최종 관객으로서, 심판으로서, 그리고 창작자로서 모든 순간을 지켜볼 것이다. 그의 오만함, 그의 실수, 그의 판단—모두 내 예술의 일부로 흡수될 것이었다.
다음 날 면담실에서 마주한 권도윤의 얼굴은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차가운 유리벽 너머의 그를 보며 미소 지었다.
"변호사님. 그 '모방범'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요? 꽤나 영리하고, 완벽한 예술을 모독할 정도로 오만한 사람이 아닐까요?"
나의 말은 그에게 던지는 경고이자, 동시에 나의 의도를 파악하라는 도전이었다. 그의 눈빛은 찰나의 순간 흔들렸지만, 곧 냉정함을 되찾았다. 그는 내 말을 피고인의 불안 증세로 치부하는 듯했다. 그는 나의 도발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법정 공방이 시작되자, 나의 연극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권도윤은 나의 지능적인 증거들을 하나씩 파헤치며 검찰의 논리를 무너뜨렸다. 그러나 그의 성공은 동시에 대중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휴게실 TV와 신문 지면에서는 "정원사는 무죄인가?"라는 논쟁이 불붙었다. 어떤 이들은 그를 영웅으로 숭배하며, 법의 심판이 아닌 대중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어떤 이들은 그의 잔혹성에 경악하며, 그를 '악마'라 부르며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그들의 논쟁은 결국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졌다. 나의 의도는 완벽하게 성공하고 있었다.
나는 방청석에 앉아, 이 모든 것을 지켜보았다. 내 계획대로, 권도윤은 나를 무죄로 만들어 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승리한 피고인이 아닌, 법정이라는 무대를 완벽하게 조종한 예술가로 남게 될 것이다. 막이 오름을 알리는 신호가 울렸다. 거리의 예술가 '정원사'는 이제 퇴장할 시간이다. 곧 억울한 피고인 '김민석'이라는 새로운 배우가 무대에 오를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연극의 피고인이자 작가이며, 유일한 관객이 될 것이다. 그리고 법정이라는 거대한 정원 속에서, 나는 마지막으로 세상의 거짓과 위선을 가르는 최후의 꽃을 피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