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선변호사 입니다 (2편) - Part3

악마의 기억

by sarihana

제3장: 세 번째 꽃


'정원사'.


세상은 내게 그런 이름을 붙여주었다. 나는 동네 도서관 구석, 공용 컴퓨터 모니터의 차가운 빛을 받으며 나의 첫 번째 평론들을 감상했다. 수많은 기사와 블로그, 익명의 댓글들이 나의 예술을 해부하고 있었다. TV 토론 프로그램에서는 소위 전문가라는 자들이 모여 내 심리를 분석하느라 열을 올렸다. '반사회적 분노 표출', '영웅 심리에 취한 사이코패스'. 그들의 진부한 단어들은 내 작품의 껍데기조차 핥지 못했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는 다른 목소리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속이 다 시원하다", "법이 못하는 걸 대신해주는 의인". 그들은 나를 두려워하면서도, 동시에 나의 심판에 열광하고 있었다. 내 정원은 이제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세상의 부패를 드러내고 사람들을 각성시키는 하나의 거대한 담론이 되어가고 있었다. 모니터 불빛에 비친 내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나의 오만함은 서서히 사명감으로 자라나고 있었다.


그러나 화려한 여론의 빛이 닿지 않는 내면의 가장 깊은 곳에는, 지영의 그림자가 여전히 드리워져 있었다. 나는 도서관을 나와 스산한 밤거리를 걸었다. 사람들의 열광과 찬사 속에서도, 나는 문득문득 그녀의 공허한 눈빛을 느꼈다. 지난밤 꿈속에서 그녀가 던진 질문이 귓가를 맴돌았다. '누가 잡초고 누가 꽃인지, 오빠가 정하는 정원에서 만족해?'


나는 그 질문의 잡초를 애써 뽑아내며, 스스로를 더욱 차갑고 무감각한 정원사로 훈련시켰다. 감정은 독이다. 나의 예술을 망치는 가장 위험한 독. 나는 그 독을 해독할 새로운 약초, 즉 새로운 정화 대상을 찾아 나섰다.

나의 날카로워진 후각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악취를 포착했다. 그것은 썩은 과일의 단내나 기름진 탐욕의 냄새와는 확연히 달랐다. 값비싼 명품 향수와 신선한 꽃향기 아래 교묘하게 숨겨진, 구역질나는 위선의 냄새. 마치 향수병에 담긴 시궁창 물과 같았다. 그 냄새의 주인은 방송인 차세린이었다.


그녀는 TV에 나와 선한 영향력을 설파하고, 계산된 타이밍에 가식적인 눈물을 흘리며 대중의 동정을 샀다. 사람들은 그녀를 '시대의 천사'라 불렀지만, 내 코에는 그녀의 영혼이 시궁창보다 더러운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나는 며칠간 그녀의 일상을 관찰했다. 어느 날 오후, 그녀는 방송 카메라 앞에서 유기견 보호소의 강아지를 끌어안고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표정으로 '생명의 소중함'을 이야기했다. 완벽한 연기였다. 하지만 촬영이 끝나고 카메라가 꺼지자, 그녀는 털이 묻었다며 신경질적으로 옷을 터는가 하면, 꼬리를 치며 다가오는 강아지를 발로 툭 밀어버렸다. 그 순간, 나는 그녀의 가식적인 눈물을 보며, 지영을 잃은 날 내가 흘렸던 뜨거운 눈물과의 간극에 치를 떨었다. 그녀의 존재 자체가 이 세상의 가장 큰 거짓말이었다.


나는 그녀의 펜트하우스에 그림자처럼 스며들었다. 온통 하얀색으로 꾸며진 공간, 반짝이는 크리스털 샹들리에, 완벽하게 정리된 가구들… 모두 그녀의 거짓된 순수함을 과시하는 거대한 무대장치, 거짓된 신전을 보는 듯했다. 나는 벽에 걸린 유명 화가의 추상화를 가만히 응시했다. 화려한 색채 뒤에 숨겨진 공허함이 차세린의 내면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그녀는 거울 앞에서 자신의 얼굴을 감상하며, 다음 방송에서 사용할 위선적인 멘트를 연습하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내 그림자가 드리워지자,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곧 프로다운 표정을 되찾고, 나를 돈으로 회유하려 들었다.


"돈? 원하는 게 뭐죠? 얼마든지 드릴 수 있어요. 당신, 내가 누군지 알잖아요?"


그녀의 목소리에서 여전히 대중을 현혹하던 능숙한 거짓의 냄새가 났다. 나는 그녀의 턱을 잡고, 거울 앞에 그녀의 얼굴을 마주 보게 했다. 거울 속에는 공포에 질려 일그러진, 그녀의 진짜 얼굴, 가면이 벗겨진 맨얼굴이 있었다.


"아니. 넌 네가 누군지 몰라. 내가 지금부터 보여주지. 너의 진짜 모습을."


나는 그녀의 입을 막고, 그녀가 그토록 사랑하던 아름다운 얼굴이 공포와 절망으로 망가지는 과정을 거울을 통해 똑똑히 보여주었다. 그녀의 영혼이 육체를 떠나는 순간, 비로소 그녀는, 아주 잠시나마 진실해졌다.

그녀가 아끼던 순백의 소파 위에 그녀를 반듯이 눕혔다. 그리고 그녀의 스마트폰을 들어, 그녀가 익명의 계정으로 동료들을 비방하던 SNS에 마지막 게시글을 남겼다.


'진실.'


그리고 그녀의 심장 위에, 세 번째 치자꽃을 올려놓았다. 거짓으로 가득했던 공간에 비로소 단 하나의 진실한 향기가 피어났다. 밖으로 나오자, 도시의 불빛과 거리의 냄새가 다시 내 코를 스쳤다. 오랜 시간 동안 감지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미세한 공포와 떨림까지도 느껴졌다. 나의 정원은 점점 더 완벽해지고 있었다.


다음날, 이 사건은 도시 전체를 뒤흔들었다. '정원사'의 세 번째 예술은 대중에게 충격과 혼란을 안겼다. 그를 숭배하던 사람들조차 일순간 그의 잔혹성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정의는 폭력으로 얻는 게 아니다"라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모든 혼란 속에서, 나는 TV에서 한 남자의 얼굴을 보았다. 경찰청 브리핑 룸에 선, 냉철한 눈빛의 프로파일러 김지훈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정원사는 자신의 행동을 예술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부패를 정화한다는 명분으로 자신을 신격화하고 있죠. 하지만 그는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오만한 살인마일 뿐입니다. 그의 정원은 결국 스스로를 파멸로 이끌게 될 것입니다."


그의 눈빛은 나를 꿰뚫어 보는 듯 날카로웠지만, 나는 그 속에서 나와 비슷한 종류의 고뇌를 읽었다. 그는 다른 어리석은 자들과 달랐다. 그는 나의 행위가 아닌, 나의 '논리'를 이해하려 하고 있었다. 나는 희열을 느꼈다. 드디어 내 예술을 이해할 자격이 있는 비평가가 나타난 것이다.


나는 이제 두 개의 그림자를 짊어지고 있었다. 하나는 나의 양심을 끊임없이 심판하는 지영의 그림자였고, 다른 하나는 나의 논리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김지훈의 그림자였다. 나는 멈추지 않는다. 나의 정원은 내가 살아있는 한 계속 확장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알고 있었다. 언젠가 이 정화의 끝에서, 나는 이 두 그림자와 반드시 마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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