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선변호사 입니다 (2편) - Part4

악마의 기억

by sarihana

제4장: 네 번째 꽃


세 번의 정화 이후, 나의 정원은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내 작품을 두려워하고, 해석하고, 심지어 추종했다. 나는 내 예술이 세상을 흔들고 있음에 만족했지만, 동시에 깊은 예술적 갈증을 느꼈다. 언론은 나의 행위를 선정적으로 포장했고, 대중은 나의 철학을 이해하기보다는 그저 자극적인 범죄에 열광할 뿐이었다. 거리의 어둠 속에서 펼쳐지는 설치 미술만으로는 부족했다. 나의 메시지는 더 크고, 더 권위 있는 무대를 통해 선포되어야만 했다.


나는 깨달았다. 세상의 위선이 가장 집약된 곳, 정의라는 이름으로 가장 거룩한 척하는 무대. 바로 법정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내 예술의 진정한 의미를 증명하고, 인간이 만든 정의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하고 기만적인지 만천하에 드러내 보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무대 위로 직접 올라야만 했다. 나는 더 이상 거리의 예술가가 아닌, 법정이라는 거대한 극장의 주인공이 되어야 했다.


나의 네 번째 꽃은 이전과 달라야 했다. 정화의 대상이 아니라, 무대의 막을 열어줄 제물. 이 연극을 위해서는 '정원사'가 아닌, '김민석'이라는 한 남자가 체포되어야 했다. 그러려면 나의 네 번째 작품은 세상 사람들이 이해하는 가장 통속적인 범죄, 즉 '질투에 눈먼 연인의 우발적 살인'으로 보여야만 했다.


나는 오랫동안 주변을 관찰한 끝에, 마침내 완벽한 제물을 찾아냈다. 내 연인이었던 안희연.


그녀에게서는 지독한 악취가 나지 않았다. 대신 그보다 더 견디기 힘든, 아무런 고뇌도 욕망도 없는 텅 빈 아름다움의 냄새가 났다. 세상의 부조리에 눈감은 채, 자신의 재능이라는 온실 속에서 안락하게 살아가는 순수한 존재. 그녀는 잡초가 아니라, 온실 속에서 곱게 자란 한 송이의 '꽃'이었다. 바로 그 순수함이, 대중과 배심원들의 감성을 자극할 최고의 재료였다. 무엇보다, 그녀는 나를 '질투에 눈먼 평범한 연인, 김민석'으로 세상에 증명해 줄 완벽한 알리바이였다. 온실 속 꽃을 꺾어버린 비정한 연인. 이 얼마나 통속적이고 설득력 있는 이야기인가.


나의 네 번째 작품은 살인이 아니었다. 그것은 완벽한 희곡의 서막을 여는 행위였다. 나는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더 이상 어둠 속에 숨지 않았다. 평범한 연인으로서 그녀를 마주하며, 와인을 나누고 클래식 음악을 들었다. 그리고 무대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집 곳곳에 나의 흔적을, 마치 무대 감독처럼 세심하게 배치했다. 와인잔에는 배심원들이 가장 확인하기 좋은 각도로 선명하게 지문을 남겼고, 현관 손잡이에는 내 체취를 묻혔으며, 카펫 위에는 내 신발 자국을 예술 작품처럼 찍어두었다. 이것은 실수가 아니었다. 어리석은 관객들, 즉 경찰들을 극장 안으로 이끌기 위한 가장 친절한 안내서이자, 나의 연극 초대장이었다.


그녀가 내 품에 안겨 잠이 들었을 때, 나는 그녀의 목에 손을 올렸다. 그녀는 저항할 틈도 없이, 자신이 가장 안전하다고 믿는 공간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손에 의해 생을 마감했다. 그녀의 텅 빈 눈동자를 보며, 나는 귓가에 속삭였다.


"미안해. 너는 내 작품의 가장 아름다운 첫 문장이자, 가장 비극적인 제물이 될 거야."


그녀의 심장 위에 네 번째 치자꽃을 올려놓았다. 이것은 더 이상 정화의 상징이 아니었다. 곧 다가올 재판의 서막을 알리는, 붉은 피와 대비되는 순백의 시그니처였다. '정원사'가 이 무대의 연출가임을 알리는 유일한 서명.


나는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가장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소파에 앉아 경찰이 오기를 기다렸다.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배우가 무대에 오르기 직전처럼 흥분되었다. 내 심장은 차갑고 고요하게 뛰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점점 더 가까워지는 그 소리는 내게 공포의 경고음이 아니었다. 내 위대한 연극의 시작을 알리는, 장엄한 오케스트라의 서곡이었다.


거리의 예술가 '정원사'는 이제 퇴장할 시간이다. 곧 억울한 피고인 '김민석'이라는 새로운 배우가 무대에 오를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연극의 피고인이자 작가이며, 유일한 관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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