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선변호사 입니다 (3편) - Part3

그림자의 정원

by sarihana

제3장. 상처 입은 치유자


그리고 그 동굴의 지도를 가진 사람은, 이제 대한민국에 단 한 명뿐이었다. 김민석의 광기와 논리를 가장 가까이에서 마주하고, 그의 마지막을 목격했으며, 그로 인해 인생이 송두리째 바뀐 사람.


다음 날 늦은 밤, 나는 익숙한 법원 청사를 떠나 낯선 골목으로 차를 몰았다. 박수진은 변호사 일을 그만둔 뒤 심리 상담사가 되어 있었다. 그녀의 상담소는 화려한 간판 대신, 창문 틈으로 새어 나오는 따뜻한 오렌지색 불빛이 유일한 이정표인 곳이었다. 문을 열자, 은은한 허브 향과 낡은 책 냄새가 뒤섞여 나를 맞았다. 검사실의 차가운 소독약 냄새와는 정반대의,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공간. 벽에는 그녀가 직접 그린 듯한 작은 식물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이곳은 그녀가 자신과 타인을 치유하기 위해 만든 작은 성역이었다.


3년 만에 마주 앉은 그녀는 조금 변해 있었다. 10년 전, 처음 만났을 때의 순수한 열정도, '정원사' 사건 때의 날카로운 예리함도 아니었다. 그 자리에는 모든 것을 겪어낸 자의 깊은 피로와,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게 된 자의 조용한 체념이 어려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맑았지만, 그 깊은 곳에는 권도윤 변호사의 죽음이 남긴 지워지지 않는 흉터가 희미하게 비쳤다.


"찾아올 줄 알았어요."


그녀가 먼저 침묵을 깼다. 따뜻한 차를 내어주는 그녀의 손길은 침착했지만, 찻잔이 가볍게 떨리는 것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그녀 역시, 이 재회가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었다.


"뉴스 봤습니다. '잡초를 뽑았을 뿐이다'…" 그녀는 찻잔 너머로 나를 보며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 "김민석의 망령을 가장 값싸게 이용하는, 역겨운 변명이에요."





이전 03화나는 국선변호사 입니다 (3편) - Part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