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의 정원
나는 서류 봉투에서 현장 사진 몇 장을 꺼내, 그녀 앞의 테이블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끔찍한 시신의 모습과, 벽에 휘갈겨 쓴 검은 글씨. 나는 그녀가 고개를 돌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박수진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그 참혹한 광경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녀는 이미 법정보다 더 깊은 지옥의 심연을 들여다본 사람이었다.
"김민석은 자신의 희생양을 '꽃'으로 만들려 했어요."
그녀가 나지막이 말했다. 그 목소리는 상담사의 목소리가 아닌, 3년 전 악마의 논리를 파고들던 변호사의 목소리였다.
"그의 모든 행위는 '정화'라는 뒤틀린 미학을 위한 것이었죠. 추악한 잡초를 뽑아내고, 그 자리에 순수의 꽃을 피운다는 자기만의 망상 속에서요. 하지만 이 사람은 달라요. 그는 희생양을 그냥 '잡초'로 봐요. 아름답게 만들 가치조차 없는, 그저 제거해야 할 해충으로요. 이건… 김민석의 논리에서 자기성찰과 예술가적 자의식은 모두 거세하고, 가장 폭력적이고 편리한 부분만 흡수한 결과물이에요."
그녀의 분석은 내 생각을 넘어, 범인의 심장까지 꿰뚫고 있었다. 정확했다. 나는 내가 왜 이 멀고 낯선 길을 돌아 그녀를 찾아왔는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박 변호사. 이 사건은 증거만으로는 못 잡아. 놈의 머릿속으로 들어가야 해. 김민석의 머릿속을…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당신뿐이야. 난 당신의 '시선'이 필요해."
내 절박한 말에 그녀는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연민과 함께 깊은 슬픔이 담겨 있었다. "제가 뭘 할 수 있죠? 전 이제 변호사도 아닌데요. 제 손에는 무기가 없어요."
"아니, 있어." 나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나는 법의 언어밖에 모르지만, 당신은 그의 논리를 무너뜨려 본 경험이 있어. 그의 마지막을 직접 목격했고. 난 당신의 '시선'이 필요해. 내가 놓치고 있는 것, 법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범인의 그림자를 읽어낼 당신의 통찰력이 필요하다고."
우리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그녀의 상담소 벽에 걸린 작은 그림 속, 이름 모를 들꽃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권도윤 변호사를 떠올리고 있을 터였다. 우리가 막지 못했던, 어쩌면 우리가 죽음으로 내몰았던 그 남자를. 그 비극이 우리 사이에 여전히 무겁게 존재하고 있었다.
"이건 저희가 함께 사냥해야 할 유령이니까요."
그녀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녀는 더 이상 과거에서 도망치지 않기로 결심한 듯했다.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눈빛은 3년 전보다 더 단단해져 있었다.
우리의 두 번째 싸움이 시작되고 있었다. 이번에는 검사와 변호사로서가 아니었다. 같은 유령에 평생을 묶여버린, 두 명의 생존자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