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선변호사 입니다 (3편) - Part5

그림자의 정원

by sarihana

제2부: 부서진 영웅

제5장. 악마의 마지막 속삭임


그날 밤, 내 사무실은 수많은 미제 사건 기록이 아닌, 단 한 남자의 그림자로 가득 찼다. 창밖의 도시 소음은 아득했고, 스탠드 불빛이 비추는 좁은 원 안에는 우리 두 사람과 김민석이 남긴 마지막 기록만이 존재했다. 공기마저 그의 존재감에 짓눌리는 듯 무거웠다.


나는 굳게 봉인되어 있던 증거물 봉투를 열었다. 3년 전, 교도소에서 온 그의 마지막 편지이자, 고해성사. 종이는 바싹 말라 있었지만, 그 위에 찍힌 글자들에서는 여전히 지독한 피 냄새가 나는 듯했다. 박수진의 얼굴이 찰나의 순간 굳어졌다. 우리에게 그것은 단순한 종이 뭉치가 아니었다. 한때 우리 모두를 파멸시킬 뻔했던, 악마의 목소리 그 자체였다.


우리는 함께 기록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의 글은 더 이상 '망상 기록'처럼 시적인 광기로 가득 차 있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나 냉정하고 건조해서 더욱 소름 끼치는, 한 실패한 예술가의 해부일지 같았다.

박수진이 떨리는 손가락으로 편지의 마지막 문단을 가리켰다. 그녀의 손끝은 3년의 시간을 넘어, 다시 한번 악마의 속삭임을 마주한 듯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나는 잡초에게서 미(美)를 찾으려 했다. 그들의 추악함 속에서 순수를 발견하고, 그들을 '정화'하여 꽃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나의 가장 큰 오만이었다. 잡초는 그저 잡초일 뿐이다. 아름다워질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그저, 뽑아버려야만 하는 존재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순간, 내 머릿속에서 섬광이 터졌다. 김민석의 마지막 깨달음. 그의 뒤틀린 예술관이 완벽하게 파산하고 남은, 순수한 파괴의 논리. 그리고 신도시 공사 현장의 축축한 콘크리트 벽에, 피처럼 번져 있던 검은 스프레이 글씨.


두 개의 문장이 내 머릿속에서 하나의 목소리로 합쳐지며, 끔찍한 진실을 속삭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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